“암울한 경제현실 속 시장화 진전 의지도”

워싱턴-노정민, 천소람 인턴기자 nohj@rfa.org
2021-01-06
Share
“암울한 경제현실 속 시장화 진전 의지도” '자력갱생'이라는 표어가 붙어 있는 평양공장의 모습.
/연합뉴스

앵커: 북한 노동당 제8차 당 대회의 화두는 단연 경제였는데요.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개년 경제개발계획의 실패를 인정하고, 내부에서 원인을 찾은 것은 의미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또, 당 대회에서 북한이 내세운 ‘새로운 투쟁노선’과 ‘과학적 분석’ 등의 용어에서 시장화 확대 의지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는 밝혔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북한의 8차 당 대회와 관련해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William_Brown.jpg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

“노동신문이 보도한 ‘새로운 투쟁 노선’... 눈여겨봐야”

⦁ 윌리엄 브라운 교수님. 오늘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북한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개막됐는데요. 우선 교수님께서 가장 인상 깊게 보신 내용은 무엇입니까?

[윌리엄 브라운 교수] 모두가 지적하는 가장 큰 시사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개년 경제개발계획의 실패를 인정했다는 점이죠. 당 대회의 주요 목적은 지난 5년을 검토하는 것인데, 지난 5년에 대한 김 위원장의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가 지난 5년간 경제 상황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를 표현하는 데 사용한 단어들을 보면 다소 놀라운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그것이 제가 이번 당 대회에서 인상적으로 본 첫 번째라고 할 수 있고요.  

제가 노동신문을 보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새로운 투쟁노선”이란 대목입니다. 이 부분이 우리가 집중해서 봐야 할 사안이라 보는데, 만약 북한 당국이 조만간 시장경제로 조금 더 전환할 의지를 내비치는지, 아니면 통제를 기반으로 한 사회주의경제로 후퇴할 것인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는지 말이죠. 아직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또 북한 당국이 쓰는 "과학적 분석"이란 단어는 시장화에 대한 일종의 유행어라고 합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의 "과학적으로 분석한 데 기초한다"라는 말이 조금은 시장화를 진전시킬 의지가 있지 않을까라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물론 당장은 눈에 띄는 수준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이르지만 말입니다.

⦁ 김 위원장이 경제계획실패의 원인을 북한 내부에서 찾은 것도 인상적인데요.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윌리엄 브라운 교수] 김 위원장의 연설 중에서 매우 중요한 내용이었다고 보는데요. 경제 실패의 원인을 대북제재가 아닌 북한 내부에서 찾은 것은 김 위원장의 매우 솔직하고 정확한 지적이었다고 봅니다. 사실 제 관점에서 볼 때 김 위원장의 잘못은 아니죠.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고, 사회주의 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제대로 전환되지 않은 것이 실패의 이유인 것이죠.

또 북한 내부에서 원인을 찾은 것도 매우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외부의 압력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자신을 고쳐나가자는 것도 궁극적으로 올바른 길이라고 봅니다. 개혁개방 이전에 내부의 문제를 먼저 보완해야 하니까요.

⦁ 당 대회 집행부와 참석자들이 경제 전문가, 현장 일꾼 중심으로 많이 바뀌었는데, 현실적인 경제 정책에 대한 김 위원장의 고심이 드러났다고 보십니까?

[윌리엄 브라운 교수] 글쎄요. 한 가지 제가 눈여겨본 것은 북한의 경제 원로라 할 수 있는 박봉주 당 부위원장이 건재하다는 점입니다. 그는 무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북한 경제를 이끌어왔는데요. 여전히 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북한 경제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박봉주 부위원장 외에 다른 경제 관련 인물들에 대해서는 제가 잘 알지 못하고, 앞으로 북한 당국의 경제 노선이 무엇인지 전반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hyesan.jpg
북한 양강도 혜산시 장마당의 모습. /RFA PHOTO

“김정은, 실패 인정… 경제 청사진 못 내놔”

⦁ 하지만 북한의 대외 환경은 전혀 바뀌지 않은 가운데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위한 김정은 정권의 자구책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또 교수님의 조언은 무엇입니까?

[윌리엄 브라운 교수] 북한은 앞으로 5개년 경제개발계획에 대해 매우 낮은 목표를 세우고 있을 겁니다. 자력갱생이 필요하고, 더 많은 것을 이루기 보다는 잘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기대치도 낮아졌을 겁니다. 3년 전 김 위원장이 미북 정상회담을 하기 전 연설을 했는데, 당시에는 경제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었습니다. 주민들에게 경제에 집중함으로써 더 번창할 것이라고 말했고, 새로운 사업들이 마무리되면서 경제 발전으로 가는 길만 남았다는 긍정적인 메시지였죠. 이것이 아마 북한의 기대를 높였을 텐데요. 하지만 지금은 매우 다르고 우울한 상황이죠. 우리는 실패했고,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외부의 도움 없이 자력갱생을 해야 하니 준비하라고 하는 메시지는 결코 낙관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겁니다.

현재로서는 경제개발에 있어 뚜렷한 돌파구가 없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더 어렵고요. 다만 제가 조언하는 긍정적인 조치로는 주민들에 대한 사유재산권을 더 많이 인정해주라는 겁니다. 김 위원장이 현재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하지만, 할 계획이 없는 것이겠죠. 결국 김 위원장의 결정에 달려있는데, 기본적으로 농장을 시작으로 사유재산에 대한 합법화를 확대해 간다면 경제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 이번 당 대회가 미국에 주는 메시지도 있을까요?

[윌리엄 브라운 교수] 미국에 보내는 직접적인 메시지가 없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가 아닐까요. 이것은 상당히 큰 메시지입니다. 현재 미국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차기 미 행정부에서도 한반도에 관해 유익한 발언을 들은 적도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은 아마 미국이 북한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면 북한이 도발을 통해 관심을 끌려 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김 위원장이 지금 던지는 메시지는 한 마디로 자력갱생에 초점을 두겠다는 겁니다. 미국, 한국, 중국, 러시아, UN 등 모두를 무시하고 우리가 갈 길을 가야 하며, 그것이 우리를 더 나은 상황에 놓이게 할 것이고, 우리가 세계를 다루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 네. 브라운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교 교수와 함께 지난 5일 개막한 노동당 제8차 대회를 분석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