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보건∙의료 대해부] 북한제 MRI?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1.02.02
[북한 보건∙의료 대해부] 북한제 MRI? 현대화 공사를 마친 북한 평양전자의료기구공장.
/연합뉴스

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대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북한이 8차 당대회 이후 연일 보건,의료 발전 의지를 부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북한 평양전자의료기구공장이 현대화 공사를 마쳤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의료용 전자기구를 만드는 공장인 듯한데요, 먼저 북한의 의료기기 생산 수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제공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센터장] 평양전자의료기구공장이라 하면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지도한 묘향산의료기구공장(평안북도 향산군)이 아마 기억나실 겁니다. 묘향산의료기구공장에서는 치과나 산부인과용 의자, 입원실 침대 등을 양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평양전자의료기구공장 같은 경우는 이름에 전자라는 말이 붙은 만큼 MRI나 내시경 등 고부가가치로 여겨지는 전자의료기기를 생산한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의료기구같은 경우는 어떤 제품이든 막 안 씁니다. 의료기구라는 것 자체가 원래 어느나라든 (웬만하면) 공신력이 있는, 시장에서 1-3위를 다투는 검증된 회사의 의료기기를 씁니다. 북한에서 자체적으로 이런 의료기기, 특히 MRI나 내시경을 생산한다고 하는데, 그래도 결국은 의료기기의 특성상 세계적으로 공인된 정확한 상표의 의료기기를 쓰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린 대로 옥류아동병원에 지멘스 CT가 있듯이, 평양전자의료기구공장에서 생산되는 MRI나 내시경같은 경우가 어떻든 간에 일단 북한 역시 세계적으로 공인된 브랜드, 정확하고 안정성이 확보된 그런 전자의료기구를 쓰려 하지 않을까, 이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자: 생산된 제품을 실제 사용하는 게 주요 목적이 아니라면 왜 이같은 개건을 강조하는 걸까요?

[안경수 센터장] 생산된 걸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아닙니다. 물론 생산된 걸 사용하죠. 부가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판매도 하는데요. 물론 생산된 제품을 보급하거나 판매하고 유통해서 사용할 겁니다. 북한도 나름대로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짜내는 거예요.

제 생각엔 북한에 핸드폰이나 전자기구 등의 생산도 그렇지만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기술이나 부품을 들여와서 조립하는 공정일 가능성도 있어요. 그래서 다시 중국이나 러시아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식으로 가져다 넣는, 소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그런 것일 수도 있단 말이에요. 정확하진 않지만 이처럼 어느 정도 몇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는 있다는 거죠.

기자: 결국 북한이 보건의료 시설 확충에도 자력갱생 의지를 표출한 듯한데요, 성공 가능성, 어떻게 보시는지요?

[안경수 센터장] 일단 북한이 자력갱생의 의지를 표출한 건 맞고요. 근데 아시다시피 정치, 경제, 국방, 문화, 과학 기술 등 어느 분야라 해도, 자력갱생 의지를 표출 안 하는 데는 없어요. 그러니까 북한 보건의료 시설 확충에 자력갱생 의지를 유독 표출한 건 아니고요. 그렇기 때문에 보건의료도 당연히 자력갱생 의지를 표출하는데, 그건 소위 말해서 권력과 체제상의 레토릭(언술)이고 논리인데요. 어떤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보건의료기구 특히 보건의료 전자기기 부문은 굉장히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를 들어 MRI나 내시경 기기를 생산해내는 것 자체를 성공이라 보면 그것도 성공이겠지만, 어쩔 수 없이 원천기술이나 또 그런 기술개발을 앞으로도 해야 할 테고요. 또 그런 기술 자체가 전세계의 선두주자 메이커들이 가진 것이 많기 때문에 자력갱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봐요.

기자: 반면 평양종합병원 건설사업의 경우 완공 목표일이었던 작년 10월 당창건 기념일을 이미 석 달 넘겼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완공이 계속 지연되는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안경수 센터장] 완공이 지연되는 이유는 사실 북한체제에서 한가지 이유밖에 없어요. 외관은 다 해놨는데, 안에 들여놓는 기기나 내부의 조직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아니면 그런 건 있을 수 있어요. 지금 내부적으로 다 치장을 했는데, 이게 내부적으로 다 정리가 됐다 해도 바로 준공식을 열고 하는 것보다는, 북한의 국경일이 2월에 있는데 그런 경우를 껴서 준공식을 좀더 화려하게 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해요. 준공식은 분명히 할 것이고, 굉장히 화려하게 할 겁니다. 굉장히 상징적인 공간, 장소에 아주 거대하게 지었기 때문에 반드시 준공식을 돋보이게 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완성이 다 안 됐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내부까지 완성이 다 됐는데 조금 기다리고 있을 상황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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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향산의료기구공장을 시찰한 김정은 북한 총비서 (2018년 추정). /REUTERS


기자: 북한은 최근 주민들에 대한 보건사업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는 분위기입니다. 아무래도 코로나19로 인한 보건위기 탓으로 보이는데요, 보건 부문이 초미의 정치적 문제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어떤 의미로 봐야 할까요?

[안경수 센터장] 북한의 보건의료 부문은 원래 굉장히 정치적인 문제입니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다루기 때문에 원래 보건의료라는 분야 자체가 가장 정치적인 분야이고, 저는 항상 이걸 주장하거든요. 물론 순수하게 보건의료를 하시는 전문가분들은 보건의료가 가장 정치적이지 않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근데 북한이 그런 의미에서 이런 얘기를 한 건 아니고요. 북한은 지금 보건의료사업을 강조하고 있어요. 당연히 코로나19 때문이고, 보건위기 탓은 맞는데, 사실은 그런 게 있어요, 계속해서 주민들에게 이런 점을 인식시키는 작용인데요. 당국이 이런 부분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계속 인식시킴으로써 북한 권력이 인민들의 삶에 관심을 계속 쓰고 있다는 걸 강조할 수 있어요. 지금도 아파서 고생하는 분들이 이 세상에 너무 많기 때문에 코로나19 덕이란 말을 쓰면 안 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정치적으로는 지도자들의 권력이 더 공고화될 여지는 많거든요. 굉장히 조심스러운 얘긴데. 그런 권력의 의지, 또 국민들이나 인민들에 대한 시혜적인 의지를 계속 주입하는 효과가 나는 거죠.

기자: 북한은 또 인구의 평균수명과 전염병 예방률을 비롯한 주요보건 지표들을 세계 선진수준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실제로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무엇입니까?

[안경수 센터장] 이건 근본적으로 바꿔야 해요. 재검토가 들어가야 하는 문제고요. 세계 선진 수준으로 보건의료 지표를 올리자는 얘기는 옛날부터 있던 얘기예요. 북한의 권력이 항상 해오던 얘기거든요. 너무 많이 나온 얘기지만 잘 안 되고 있죠. 이건 전체적으로 보건의료 체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합니다. 시급할 과제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요. 사회보건 체제에서 소위 일본이나 한국같은 국민건강보험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 이런 얘기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이건 그냥 관성적인 얘기예요.

기자: 최근 한국 통일부는 1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한 ‘2021년도 업무보고계획’에서 우선 기존 남북 통신선을 복구하고, 보건의료와 방역, 기후환경, 재난재해 등 각 분야별 협력 회담 개최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는데요. 보건의료와 방역 부분에서의 남북 간의 협력, 실현 가능한 것들은 무엇이 있다고 보십니까?

[안경수 센터장] 일단 기본적으로 통일부와 현 한국 정권은 북한과 교류협력 한다고 하면 갖다 붙이는 것이 보건의료라고 말씀드렸어요. 보건의료가 가장 정치적이지 않다고 잘못 생각하는 거죠. 보건의료는 그냥 시혜적이고 인도적이고 좋은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지금 북한과 교류협력이 잘 안되는 건 다 알아요. 그래서 가장 정치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보건의료와 가장 시혜적으로 보이고 좋아 보이는 보건의료를 그냥 넣어서 얘기하는 거예요.

저는 그런 걸 굉장히 반대하거든요. 이건 왜 안 좋냐 하면, 일단 보건의료 자체가 북한으로선 가장 정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얘기해도 북한에 먹히지 않는 것이 있고요. 두 번째는 제가 항상 강조하는 게 북한과 보건의료 교류협력을 한다고 하면 일단 북한보건의료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한국 국내에서 연구내용을 축적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아요. 아무런 연구나 국내적인 노력도 안 하면서, 무슨 말만 하면 북한과 보건의료 협력하겠다 하는 것은 모순이다. 말이 안 되는 것이고요. 일단 한국 정부가 나서서 북한보건의료에 대한 연구나 현황 파악을 위한 노력을 해야하고, 북한과 실제적으로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연구개발을 공동으로 하자,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의약품 같은 경우도 천연물을 활용해 제조하는 의약품에 대한 노하우가 (북한에) 많거든요. 그런 것도 교류협력을 할 수 있고요. 소위 말해서 면역기능에 획기적인 약물을 공동개발한다거나, 그런 식은 있을 수 있겠으나. 말은 쉬운데, 남북 간의 보건의료 교류협력 자체는 사실 어렵습니다. 연구개발도 결국은 연구자들끼리 연구개발을 해야 하고 서로 공유 되어야 할 지점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신뢰기반이 없기 때문에 어려운데요. 하여튼 인도주의적인 지원 그런 것보다는 이런 연구개발이 가장 실용적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대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