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보건∙의료 대해부]코로나 백신 접종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1.02.16
[북한 보건∙의료 대해부]코로나 백신 접종 평양의 한 비누공장에서 소독약을 만들고 있다.
/AP

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대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가 첫 백신 배포 대상에는 북한도 포함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먼저 요청했고, 올해 상반기 중으로 코로나19 백신(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약 200만회분(199만 2000회분)을 지원받게 된다고 밝혔는데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2회 접종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에 제공되는 양은 99만 6000명분에 해당) 북한 전체 인구에 대한 백신 접종을 보장하기엔 여전히 많이 부족한 양인 것 같습니다.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제공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센터장] 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상반기 중 북한에 지원된다고 하는데요. 일단 코백스는 가비(GAVI)가 중심인 백신 공여기구, 개도국을 중심으로 백신을 지원하는 국제연합체잖아요. 근데 코백스에서 제공하는 것도 소위 자부담이 있고, 지원하는 형식이 있는데요. 한국도 코백스를 통해서 일정 부분 백신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건 자부담으로 받는 것이고, 북한은 지원 형식으로 받는 것이죠. 북한에 99만 명 분의 백신이 상반기 중 지원된다는 건데, 북한 전체 인구에 대한 백신접종 보장은 당연히 안 되는 양이죠. 일단 북한에 백신이 도입된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이번에 북한이 코백스에서 지원받는 백신 양이 충분하지 못하니 앞으로 러시아와 중국 측과 협상해서 그쪽 지원을 받으려 시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에서 백신을 누가 먼저 맞게 될 것으로 보십니까? 북한에서도 우선 접종 대상자가 보건의료 종사자와 노인이 될 거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안경수 센터장] 코백스에서 지원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인도쪽 공장에서 생산돼 북한으로 들어간다고 해요. 근데 이 99만 명 분의 백신이 한 번에 들어가는 것 같진 않고 순차적으로 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어떻게 들어오는지에 따라서 굉장히 유동성이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일단 백신 접종 대상자 우선순위는 사실 과학의 영역이니까 북한에서도 거의 똑같습니다. 미국이나 한국, 일본에서 얘기하는 접종 우선순위 있죠. 의료인력, 보건의료 종사자, 군인, 기저질환 보유 고령자, 이런 순서대로 접종할 것 같아요. 이건 거의 정석이거든요.

기자: 그럼 지역적으로는 북중 국경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먼저 맞게 될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안경수 센터장] 지역적으로 굳이 해석을 하자면 저는 평양쪽에서 먼저 맞을 것 같아요. 사실은 99만 명 분이라는 것 자체가 평양만이라 해도 어려운 분량이긴 해요. 평양지역을 우선으로 해서 평양 주변의 속칭 수도권같은 남포나 평안남도 지역 위주로 먼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요. 의료인력 위주로 먼저 접종을 다 하고 그 다음에 필요한 군인이나 기저질환 보유 고령자 중에서 뽑게 되겠죠. 북한 나름대로 선정을 하긴 하겠는데. 일단 이것이 굉장히 작은 분량임은 틀림 없죠.

기자: 백신에 대한 국제기구의 분배 감시에는 문제가 없을까요?

[안경수 센터장] 일단 코로나19 백신은 국제기구 분배감시하고는 무관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북한도 지금 너무 급하고, 평양에 의료기관이 굉장히 많은데, 평양 의료인력 위주로 맞고 그 다음 군인, 고령자 순으로 맞아도 상황이 굉장히 급박하기 때문에 여기서 분배감시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고요. 이건 또 다른 얘긴데 근본적으로 북한 자체가 다른 지원 물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만, 의약품 종류에 대한 분배감시도, 그러니까 모니터링 자체가 북한 체제의 동학상 그렇게 효용성은 없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은 급박성이 있고 원체 우선순위가 명확하기 때문에 다른 얘기고요. 북한은 지금 의료기관에 있는 의사나 간호원 뿐만 아니라 위생방역소에 있는 위생의사와 주변 관련 종사자들이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굉장히 팍팍한 상황일 겁니다.

기자: 북한이 백신을 보관, 유통, 접종까지 할 수 있는 기술적 여력이 있느냐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 듯한데요.

[안경수 센터장] 지금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 문제가 전 세계적인 문제잖아요. 콜드체인 자체가 백신을 최적상태로 유지해 유통시키기 위한 온도 조절 체계인데. 백신이 비행기를 통해 들어 온 다음 의료기관에서 투여하는 때 까지 운반하고 보관하고 유통하는 그런 절차가 굉장히 사실은 복잡하고 다양하거든요. 근데 이렇게도 생각해 봐야해요. 북한에 대한 얘기를 하면 비교점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에 대해 생각해보면 제가 작년쯤 한국의 콜드체인 현황에 관한 보고서를 읽은 적이 있는데요. 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 있는 의료기관 20-30% 정도만 콜드체인 체계가 제대로 돼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북한을 얘기하기 전에 한국 정도 되는 수준의 나라가 20-30%정도만이 백신을 적정온도로 유지하고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보고서가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지금 북한같은 경우는 훨씬 더 열악하다고 봐야겠죠.

근데 이밖에 향후 북한에 물론 다른 백신도 도입되겠지만, 북한에 제일 먼저 도입된다고 하는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잖아요. 근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일반적인 냉장체계에서도 유통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거든요.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다른 백신을 두고 예로 들면 화이자는 영하 70도, 모더나는 영하 20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하는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더불어 최근에 언급되는 러시아제 스푸트니크 5호 백신은 일반적인 냉장체계에서 유통이 될 수 있다고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먼저 도입이 된다고 하면 기존에 존재하던 일반적인 냉장 체계는 있기 때문에 그런 보관 걱정은 없어서 일단 다행이다라고 할 수 있겠죠.

근데 또 그런 얘기도 있더라고요. 앞서 화이자 (제약사)가 인도네시아 측에 어떤 제안을 했나하면, 화이자 백신 유통을 위해 콜드체인 시설을 제공하겠다라는 제안까지 했더라고요. 제가 이걸 보면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같은 경우는 굉장히 까다로운 콜드체인 체계가 필요하니, 그런 부분은 제조사와 협상을 잘 하면 제공을 해주는구나, 그런 점을 알 수 있었는데요. 북한도 그런 여지는 있는거죠. 일단 지금 북한은 화이자 모더나 백신에 대한 콜드체인 수준까지는 못미치더라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콜드체인은 가능한 상태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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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백스(COVAX)가 올 상반기 중 북한에 지원할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 백신. /REUTERS


기자: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타제약사 백신에 비해 관리가 편한 이점이 있기 때문에 북한도 해당 백신을 지금은 더 선호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안경수 센터장] 네. 굉장히 수월한거죠. 저번에 한국에서 백신 수송 훈련하는 장면을 공개한 적이 있는데, 영하 70도를 유지해야하다 보니 백신을 담는 콜드체인 상자에서 백신이 얼어버려서 백신을 꺼내지도 못하는장면이 언론에 잡히면서 주목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영하 70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콜드체인 환경이기 때문에 현재 기존의 일반적인 냉장체인으로 가는 건 러시아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니까, 북한으로서는 유통의 편리성을 위한다면 이 두 백신을 받아야 되겠죠.

기자: 북한에 백신이 공급돼도 여전히 국경이 개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안경수 센터장] 올해 상반기에 백신이 공급된다고 하면, 이것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지금 한국에 들어 온다는 백신도 처음에는 2월 초중순 얘기가 나오다 결국에는 2월말로 바뀌었는데, 백신이 상반기에 들어온다고 했으면 그게 정확히 상반기 언제인지 모르거든요. 상반기라 하면 6월 까진데, 6월 말에 들어올 수도 있는 것이고요. 그건 상반기에 공급되는 차원에서 의의가 있고요. 북중국경 개방은 좀 멀었습니다. 왜냐하면 코로나19를 종식하려면 집단면역을 충분히 달성해야 하거든요. 근데 지금까지 인구 대비 백신을 가장 많이 맞았다고 하는 나라가 이스라엘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이스라엘 같은 경우 지금도 충분히 집단면역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하니 북한 전체 인구가 2천 700만명이라고 하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거죠.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대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