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루트 현장을 가다]➃ “착취∙ 부정부패 탓 주민 삶 피폐”

동남아-노정민 nohj@rfa.org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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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강의 모습.
메콩강의 모습.
/RFA Photo-노정민

앵커: 최근 동남아시아 제3국에 밀입국한 13명의 탈북자 중 직행, 즉 북한을 떠나 중국 등에 머물지 않고 곧바로 온 탈북자는 8명이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이 중 3명과 한 심층 회견을 통해 북한의 현 상황과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북한 주민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주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진 가운데 북한 당국이 단속을 강화하고 주민에 대한 착취가 기승을 부리면서 불만이 매우 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또 북한에서는 비핵화에 대한 불신과 함께 미북∙남북 관계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는데요.

노정민 기자가 탈북자 3명과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 인터뷰는 각각 따로 진행됐습니다.)

올 여름 북한을 떠나 두 달이 넘는 여정 끝에 지난달 중순 동남아시아 제3국에 도착한 탈북자 8명.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중 50대 여성 이춘화(신변 안전을 이유로 가명 사용) 씨, 20대 남성 박주영(신변 안전을 이유로 가명 사용) 씨, 20대 여성 김진혜(신변 안전을 이유로 가명 사용) 씨에게 오늘날 북한 사회의 모습과 주민의 생각 등을 물어봤습니다.

무사히 제3국에 도착했다는 안도와 기쁨, 곧 한국에 갈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던 이들은 북한의 경제 상황과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 등을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대북제재로 경제 어려워 목소리

- 우선 이렇게 동남아시아 제3국까지 무사히 오신 소감부터 듣고 싶습니다. 많이 힘드셨죠?

[김진혜] 차를 많이 갈아탔습니다. 험한 산도 7개를 넘고 배를 타고 나오는데, 마중 나온 분이 계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곳에 오니까 지금도 내 정신이 아닌 것 같고, 계속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박주영] 결심을 품으니까 힘든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길이 막혔다고 해서 오래 기다릴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이춘화] 제 평생소원이 백두산부터 한라산까지 한 번 가보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나라에도 좀 가보고, 그런데 북한은 막히지 않았습니까. ‘늙어 죽을 때까지 성취 못 하겠구나’ 싶었는데, 이번에 가서 소원을 성취해보고 싶습니다.

북한을 떠나 동남아시아 제3국까지 약 6천km, 앞으로 한국까지 약 4천km의 여정이 남아 있다.
북한을 떠나 동남아시아 제3국까지 약 6천km, 앞으로 한국까지 약 4천km의 여정이 남아 있다. /RFA Photo-노정민

- 현재 북한의 경제 상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일반 주민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요?

[이춘화] 20년 전에는 배급을 다 줬어요. 그때 저는 직장에 다녀서 먹고사는 것은 괜찮았어요. 그런데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공장이 다 멎었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개인들이 곤란을 겪게 됐고, 예를 들어 삼지연 건설을 하게 되면 국가가 담당해야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직장별로 맡겨두는데, 직장이 돈이 어디 있어요? 그럼 개인 자격으로 돈을 내라. 위에서 무조건 하라고 하면서 인민들의 돈을 빤단 말입니다. 상수도망 건설한다고 하면 또 집마다 네 돈, 도로 청소도 네 돈, 도로 보수도 네 돈. 그렇게 하더라도 장사는 풀어놨으면 좋겠는데, 이것을 단속하는 그루빠가 많이 생기고, 안전부∙보위부∙검찰소 등이 많아서 ‘오늘 하지 말라고 하는데 왜 나와서 하나’라고 하면 할 수 없이 담배라도 하나 찔러주고...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벌지만, 적게 버는 사람도 있죠.

[김진혜] 사람들의 머리는 계속 발전하고 깨는데(깨닫는 것이 많은데), 내부 환경은 달라지지 않고 점점 조이니까 살기 힘들죠.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저도 모르게 우리가 못 사는 것이 알리거든요(느껴지거든요). 삼시 세끼 그렇게 먹는 집이 있죠. 국가에서 일하거나 간부들, 머리를 써서 잘 버는 사람들은 그렇게 살지만, 대부분은 힘들죠.

[박주영] 지금 농촌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농촌 일을 하라는 것이 기본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자급자족, 그러니까 자기 능력에 따라 잘 먹을 수도 있고 못 먹을 수도 있는데, 경제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해서 북한 주민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박주영] 영향이 많습니다. 경제봉쇄 때문에 인민들이 살기 힘든데, 장사는 잘 안되고 힘들지 말입니다.

[이춘화] 힘든 사람 많죠. 나라가 경제제재를 풀지 못하면 장사라도 풀어놔야 하는데 국가에서 빠는(거둬들이는) 돈이 많단 말입니다. 북한은 무료의무, 무료대우, 무상치료가 다 되어 있단 말입니다. 그런데 국가 경제가 움직이지 못하잖아요. 다른 나라의 경제봉쇄도 있고, 장사도 풀어놓게 되면 안 되기 때문에 조이다 보니 자체적으로 경제봉쇄를 한단 말입니다.

지금 북한은 돈이 없으면 군대에 갔어도 입당을 못 하고, 입당해도 돈이 없으면 온전한 직업을 얻지 못합니다. 온전한 직업이라고 하면 회사, 거기에 들어가야 권력으로 먹고사는데 그게 없으면 일자리도 없단 말입니다.

[김진혜] 제가 특별히 민감하지 않은데, 듣기에는 ‘어쨌든 경제봉쇄를 너무 하니까 사람들이 이것 좀 풀어서 개방 좀 해줬으면’라고 합니다.

장사 단속하는지 이해

- 지금 북한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박주영] 경제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먹고 사는 것이죠. 경제가 풀리면 다른 것은 없을 것입니다. 또 북한의 법 기관도 살인자가 돈만 주면 나오는 것(부정부패)이 현실입니다. 그것이 같은 민족과 인민으로서 가슴 아픕니다.

[김진혜] 저는 그저 내 꿈을 이룰 수 없는 것이 제일 서글펐어요. 의대를 몹시 지망했는데 갈 수 없었거든요. 토대가 걸려서. 의사는 토대가 너무 세거든요. 머리가 아무리 좋고, 아무리 하고 싶어도 토대 때문에 못 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이춘화] 사람들의 의향이 뭐냐 하면 ‘국가에서 우리 돈을 빨아내는데, 이것(장사)이라도 풀어주면 좋겠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의 의견이 ‘이럴 바에는 우리 모두 가자. 한국에서는 장사도 마음껏 하고, 자유를 누릴 수 있으니까 자유를 찾아가자’. 그러니까 돈이 많은 사람도 오고 싶어 한단 말입니다. 너무 힘들게 하니까. 돈이 많은 사람은 많은 대로 나간단(착취당한단) 말이에요. ‘마음 놓고 벌지 못하니까 이제 마음 놓고 벌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 장사를 왜 못하게 할까요?

[이춘화] 그러게 말입니다. 장사는 정치와 상관없는데. 옛날 고난의 행군 때는 많이 죽었는데 지금은 눈이 터서(생각이 깨어서) 산에서 약초도 캐 먹고 해서 굶어 죽는 사람은 없는데, 삶이 고달프단 말입니다. 왜 (장사를) 풀어 못 놓나? 정치와 관계없이 하면 되죠. 일반 사람은 관계없는데 얼마나 단속을 하는지. ‘내일 아침에는 누가 와서 돈을 달라고 할지’ 이 생각이죠.

-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북한 주민의 평가는 어떤지 궁금한데요.

[박주영] 평가가 많습니다. 하지만 군관들 자체도 자본주의가 좋다는 말까지는 못 하고,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선이 없고, 가다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딱 결심하는 사람이 적습니다. 평가는 그렇게 막 하지 못합니다.

[이춘화]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김정은 동지도 알아야 하는데, 밑의 실정을 모른단 말이에요. 내가 사무장을 한다고 하면 돈을 들여야 그 자리에 들어가고, 한 개 동을 총책임지는 통장도 돈을 들여야 그 자리를 따고. 한 마디로 부정부패가 완성돼 위에서는 모르고, 중간에서는 부정부패가 활개 치게 되었단 말입니다. 인민들이 장사를 해도 고달프단 말이에요. 불쌍한 것은 인민들이죠. 인민들이 불쌍하단 말이에요.

북한을 떠나 동남아시아 제3국까지 약 6천km, 앞으로 한국까지 약 4천km의 여정이 남아 있다.
북한을 떠나 동남아시아 제3국까지 약 6천km, 앞으로 한국까지 약 4천km의 여정이 남아 있다. /RFA Photo-노정민

김정은, 포기

- 최근 미북 간에 비핵화 협상도 있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세요?

[이춘화] 안 하죠. 할아버지 때부터 3대에 걸쳐 내려오는데 안 하죠. 죽어도 안 해요. 북한 사람은 안 할 것을 알죠.

[박주영] 비핵화는 안 할 것입니다. 저희가 살던 곳에도 기지가 있었습니다. 비핵화를 한다고 했지만, 그때보다도 경비가 심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핵실험장을) 폭파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주변에 있어서 잘 압니다. 그렇게 했을 때는 산에서 약초도 캐고 버섯도 따고 그랬는데, 관계가 나빠지면서 경비가 심해졌습니다. 핵 포기는 안 할 것입니다.

- 남북관계∙미북 관계에 대해서 북한 주민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지난해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고,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나기도 했잖아요.

[김진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을 때는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는데, 뉴스에서 그런 내용이 정확히 안 나오거든요. 그저 역사적인 만남이라고 하니 ‘그랬구나’..., 또 사람들이 상관 안 하거든요. ‘그저 만났구나’ 그렇게 아는 거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에 대해서) 한결같은 심정은 그저 잘 살았으면 하는 생각인데, 그것도 크게 내용이 없거든요. 만났는데 기본 내용이 없고 테두리만 있고요.

[이춘화] 미국 대통령을 만나면 잘 살 수 있겠다는 기대는 하죠. 하지만 통일은 성립될 수가 없다. 그러면 하나의 나라가 돼야 하는데 누가 지도자가 됩니까? 다들 양보 안 한단 말이에요. 한국에서 양보합니까? 안 하죠. 북한에서 양보합니까? 안 하죠.

메콩강에 떠 있는 나룻배. 탈북자들이 이 같은 배를 타고 자유를 찾아 강을 건넜다.
메콩강에 떠 있는 나룻배. 탈북자들이 이 같은 배를 타고 자유를 찾아 강을 건넜다. /RFA Photo-노정민

- 한국에 도착하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꿈이 있다면요?

[박주영] 공부를 많이 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꿈도 많지만, 정확히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가서 상황을 보고, 제 마음에 드는 것을 하고 싶습니다. 미국에도 가 보고 싶습니다. (미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 세계 인민들의 평화를 위한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진혜] 한국에 가면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거든요. 그래서 의과 대학을 지망하고 싶고, 꿈이라면 의사가 되고 싶어요.

[이춘화] 저는 한국에서 자식들이 보내 준 돈으로 먹고살자고 생각했는데, ‘내 평생의 꿈을 실현하자’, ‘백두부터 한라까지 가 보자’… 이것이 제 평생 꿈이었기 때문에 이 길을 선택했단 말입니다.

-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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