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살얼음 걷는 북 식량난] ① 통제 강화로 곡물 확보 안간힘

워싱턴-노정민, 천소람 nohj@rfa.org
2021.11.03
Share on WhatsApp
Share on WhatsApp
[긴급진단: 살얼음 걷는 북 식량난] ① 통제 강화로 곡물 확보 안간힘 일본 ‘아시아프레스’가 함경북도 취재협조자를 통해 파악한 현지 농사 작황 상황.
/ 문자 캡쳐 – 아시아프레스 제공

앵커: 북∙중 국경지역의 농촌을 중심으로 올해 농사가 잘 안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각 협동농장에서는 식량 유출을 막기 위한 당국의 통제가 강화됐고 북한 당국이 군량미를 비롯한 국가 보유쌀 확보에 먼저 나서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농장원들 사이에서는 올해 식량 분배량에 타격이 있을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천소람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함경북도 국경지역 “올해 농사 잘 안됐다”

“올해 농사가 작년보다 좋지 않아 배급도 제대로 못 받을 거라 한다” “국가계획 군량미 우선이라서 농장 분배량에서 한두 달 치는 모자랄 거란 말도 들린다”

일본 ‘아시아프레스’의 북한 내부 취재협조자가 RFA의 요청으로 최근 (11월 1일), 북한 함경북도의 한 협동 농장원과 연락해 전해 들은 올해 작황입니다.

북한에 밀반입한 중국 휴대전화로 오간 문자는 올해 농사 작황이 지난해보다 좋지 않으며 내륙 지방에서도 벼농사가 잘 안 됐다는 암울한 분위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북한 국경지역 도시 외곽에 살았던 탈북민 한영선 씨(북한 가족의 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도 최근 북한 내 가족으로부터 올해 작황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한 씨는 최근 (11월 1일) RFA에 농촌 지역에서 ‘농사가 잘 안됐다’는 말이 들려온다고 말했습니다.

[한영선 (가명)] 농사가 잘 안됐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작년에 비해서는 잘 모르겠는데, 비료가 안 들어가서 농사가 안됐을 것 같아요. 비료 없이는 농사를 못 짓거든요. 우리 집이 농촌 가까이 있으니까 그 쪽에서도 농사를 짓죠. 시내 변두리도 다 농사를 짓거든요. 잘 안 됐다고 저는 알고 있어요.

북한 곡창지대인 황해도 출신의 화교도 최근 (11월 2일) RFA에 “올해는 자연재해가 작년만큼 심각하지 않았지만, 코로나비루스의 영향으로 북∙중 국경이 막혀 비료가 많이 들어가지 못한 것이 올해 작황에 영향을 줬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RFA에 올봄 영농자재와 연료 부족이 작황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조사한 지역은 함경북도의 농장입니다. 전반적으로 옥수수 (작황은) 좀 낫지만, 벼농사는 작년보다 많이 나빴다고 평가했습니다. 봄 농사를 시작할 때 (비료, 비닐, 농약 등) 영농자재의 공급이 제대로 안 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합니다. 또 연료 부족도 심각했다고 하는데요. 비료와 살충제 등을 봄철에 집중적으로 공급해야 하는데, 이를 운반하는 연료가 부족했다는 거죠. 그 영향 때문에 수확이 잘 안 됐다고 합니다.

이시마루 대표에 따르면 올봄부터 전국 농장에서는 영농자재, 특히 비료 부족 현상을 호소했습니다. 또 전반적으로 벼농사가 잘 안 됐다는 소문을 고려하면 곡창지대인 황해도 지역의 작황도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중국에서 비료나 농약 등 영농자재 수입에 한도가 있다면, 당연히 김정은 정권에서는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와 황해북도에 집중 투입할 겁니다. 아직까지 정보가 많지 않지만, 그래도 벼농사가 잘 안 됐다는 게 일반적인 곡창지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따라서 황해남북도에서도 그렇게 좋은 작황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제기구와 북한 농업 전문가들도 올해 북한의 작황 수준이 예년과 비슷하거나 이보다 못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한국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최근(10월 19일) RFA에 “가뭄, 침수 피해와 함께 비료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탓에 쌀과 옥수수 등 주요 작물의 작황이 평년작을 밑돌 것”으로 평가했으며 최용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최근(10월 19일), “올해 홍수와 태풍 피해가 크지 않았지만, 비료 수입의 제한이 수확량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미 농무부 산하 경제조사서비스는 최근 (10월 14일) 발표한 ‘10월 쌀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북한의 작황이 지난해보다 더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최근(10월 4일) “지난 7~8월 북한의 농작물 상태가 평균 또는 풍작에 미치지 못하는 수확량을 나타냈다”고 평가했습니다.

harvest_rice.jpg
평양 근교에서 가을걷이를 하는 북한 농부들. /REUTERS


북 당국, 식량 확보 안간힘... 농장 통제 강화

북한 당국도 식량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추수철에 곡식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농장 통제가 한층 강화됐습니다. 취재협조자는 휴대전화 문자를 통해 북한 당국이 비경작지에 심은 곡식까지도 생산량에 포함시키면서 일부 수확을 숨길 수도 없게 됐다고 폭로했습니다.

또 농장 길목마다 초소를 만들고, 총을 든 경비원까지 배치해 외부인의 접근을 원천 봉쇄하고 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수확한 옥수수나 쌀, 콩 등이 도시의 시장에 유출되거나, 장사꾼들이 농장에 와서 (식량을) 구매해 팔거나, 아니면 농장원들이 도시에 비밀리에 반출시키는 것을 엄청 강하게 통제합니다. 농장을 오가는 길에 초소를 만들고, 창고나 밭에는 총을 든 경비원까지 서서 지키고 있습니다. 지금은 기본적으로 농촌에 외부 사람들의 출입을 못 하게 합니다.

평안남도 성천군의 한 주민 소식통도 (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 최근 (10월 24일) RFA에 ‘한 알의 낱알도 버려지지 않게 제때 거두어 들이라’는 중앙당의 지시가 내려왔다며 주민들이 집단농장의 볏단운반전투에 총동원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볏단을 다 나른 뒤 집으로 돌아가려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숨겨둔 낱알을 찾는다며 몸수색을 강행해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한국 국정원은 최근(10월 2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북한의 식량난과 관련해 “살얼음을 걷는 심정이고, 낱알 한 톨까지 확보하라”며 “밥 먹는 사람은 모두 농촌 지원에 나서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시마루 대표는 김정은 정권이 여러 당 기관과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 보유의 쌀을 많이 확보해야 하는데, 농촌에서 식량이 유출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적은 수확량 전망에도 북 당국은 ‘군량미’ 먼저

수확 철을 맞았지만 북한 당국이 이처럼 군량미 확보를 내세우면서 농장원들의 쌀 분배량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신변 안전을 위한 가명 요청) 최근(10월 18일) RFA에 북한 당국이 의무적으로 거둬가는 군량미와 국가 수매 할당량이 줄지 않아 농민들의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총 수확량 중 군량미와 국가수납분 60%를 제외한 나머지 40%는 농민 몫과 농장 여유분이지만,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농민들의 몫에서 보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이 최근 소토지 개인 경작을 강력히 통제하고 나선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농장원 입장에서 보면, 농장 일만 해서는 먹고살기 힘드니까 산에 소토지 같은 것을 만들어 자신이 먹는 것을 보충하는 농사를 계속해오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올해는 어렵다고 합니다. 다 농장에 포함해 계산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국가보유 쌀을 우선 확보하라는 것이 제일 강한 지시인 것 같습니다. 군량미 확보를 최우선으로 수행하는 것을 농장의 방침으로 하고 있고요. 여기에 수매 곡식을 빨리 넘기라는 명령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조사한 함경북도의 한 농장에서는 이런 수준으로 진행할 경우 올해 농민들에게 주는 분배가 한 달 내지 두 달 분이 모자라게 될 거 같다는 걱정스러운 말들을 했었습니다.

올해 북한 농촌에서는 지난 9월 옥수수 수확이 끝났고, 벼 추수도 10월 중순에 거의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수확한 벼를 건조한 뒤 탈곡이 진행 중으로 이 과정이 끝나야 정확한 올해 수확량이 집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기자 노정민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

COMMENTS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