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살얼음 걷는 북 식량난] ② 통치방식 확 바꿔야 해소될 듯

워싱턴-천소람, 박수영 cheons@rfa.org
202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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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살얼음 걷는 북 식량난]   ② 통치방식 확 바꿔야 해소될 듯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해 9월 홍수 피해 농촌을 방문하고 있다.
/REUTERS

앵커: 김정은 총비서까지 직접 나서 ‘살얼음을 걷는 심정’이라며 ‘낱알 한 톨까지 확보하라’고 지시해야 할 정도로 북한은 올 해도 식량부족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농민들의 노동의욕 저하로 인한 낮은 생산성,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 피해 등 매년 되풀이되는 자연재해, 장기간 국경봉쇄로 농자재 부족과 식량 수입 중단, 그리고 인구 고령화 등이 만성적인 식량난의 주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농업체계 전반에 개혁이 필요하다며 농민들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불, 국경개방, 그리고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북한 당국이 즉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천소람 기자가 보도합니다.

-- 산림 황폐화로 인한 기후변화 직격탄, 국경봉쇄 등이 식량난의 주 원인

올해로 김정은 총비서의 집권 10년째를 맞았지만 식량난에 여전히 허덕이고 있는 북한.

북한의 만성적 식량부족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북한 농업체계의 근간인 집단농장 체제의 비효율성이 꼽힙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William Brown)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 농민들은 열심히 일할 의욕이 애초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윌리엄 브라운] 북한 농업의 기본적인 문제점은 ‘집단 농업 체제’입니다. 북한은 거대한 집단 농장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농부들은 최선을 다해 일을 할 만한 인센티브, 즉 동기와 대가가 별로 없습니다. 농사는 매우 어려운 일이고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험 감수와 열심히 일한 노동력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하죠. 하지만 북한의 집단 농업 체제는 전혀 이에 대해 보상하지 않습니다.

북한 당국은 대규모 군중동원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해왔지만 부작용이 컸다고 북한 경제 전문가인 문성희 일본 시사주간지 슈칸킨요비(주간 금요일) 편집장은 지적합니다.

[문성희] 북한에서는 풀패기전투, 김매기전투, 모내기전투하는 식으로 ‘전투’라는 이름을 달아서 동원하는 기간이 있는데 이런 것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농촌에 대해서는 국가적으로 대동원이 있어요. 

문제는 대규모 인원 동원이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다는 점입니다.

[문성희] 역시 모내기 같은 것은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일정하게 경험을 쌓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동원된 학생들이 모내기를 하면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도 있지요. 그런 것은 농민들이 다시 고쳐야 하니까 오히려 부담이 많아진다는 이야기를 (북한 농민들에게서) 들어본 적이 있어요. 그리고 외부에서 사람이 오면 그 사람들의 숙식도 보장해줘야 하지요. 그것도 농민들 입장으로서는 부담이 되는 것입니다.

매년 반복되는 홍수 피해 등 자연재해도 한 원인입니다.

지난해 함경북도, 황해도 지역을 중심으로 수해가 발생한 데 이어 올 해도 함경남도에서 대규모 홍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자연재해가 연례 행사가 되다시피 하고 있는 겁니다.

김정은 총비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 홍수 등 피해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조선중앙TV] 세계적으로 재해성 기상 현상이 우심해지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그 위험이 닥쳐들고 있는 상황에서…. (2021년 9월2일)

한국 경희대학교 지리학과 공우석 교수는 RFA에 대규모 벌목에 따른 산림 황폐화가 기후변화 피해 확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우석] 1990년대 중반의 고난의 행군 때부터 시작해서 이미 사람이 산에 가서 먹거리를 구하고 땔감을 조달하고 산에 다락밭을 만들고 외화벌이를 위해서 목재를 해외로 수출하며 숲이 크게 파괴되었고, 산림이 파괴되다 보니까 기상 현상, 즉 강수량이 많아져 홍수가 나거나 건조에 따라 산불 피해가 재해까지 확산돼 큰 피해를 일으켰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10월 26일) 북한이 기후 관련 문제로 연간 2억 4천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비루스 방역을 이유로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국경봉쇄도 식량난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한국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국경봉쇄가 길어지면서 농자재 부족 현상이 심화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국제기구 등 외부지원도 제한돼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권태진] 북한은 늘 자체 생산만으로는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기에 수입을 해야 되고, 필요에 따라 외부지원도 있어야 하는데, 올해는 수입과 더불어 외부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최용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인구 고령화 문제도 농업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올 해 “젊은 인력을 농촌이나 탄광으로 많이 보내고 있다”며 “이런 점들을 미루어 짐작해 보면 고령화로 인해 실제 노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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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과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황해남도의 한 옥수수 밭. /REUTERS


노동의욕 고취위한 특단대책 절실

북한이 이 식량 부족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문성희 편집장은 결국 북한 농민들의 노동의욕 고취를 위한 조치가 절실하다고 지적합니다.

[문성희] 북한에서 계속 문제가 되어 온 것은 텃밭처럼 자신의 수익에 관련이 있는 곳에서는 열심히 일하지만 협동농장에서는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자기 수익에 직결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포전담당책임제’를 실시했는데 그것도 최근에는 잘 집행이 안 되고 있는 것 같고. 수익도 없는데 열심히 일을 하겠습니까?

김 총비서 집권 뒤 본격 시행된 ‘포전담당제’는 국가가 토지 사용료와 물 사용료, 영농물자, 비료 대금을 현물로 상납하면 나머지 농작물에 대한 처분권을 협동농장이 갖는 제도였는데, 가족 단위인 3-5명으로 농업을 허용했습니다.

협동농장 틀 속에서 사실상 개인농을 허용한 것이어서 농업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걸로 기대됐지만 북한 체제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 했습니다.

[문성희]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현장 간부들이 소극적이었다고 합니다. 역시 그 정도까지 개혁하게 되면 완전히 시장경제화가 되는 게 아니냐, 그렇게 되면 부농이 생길게 아니냐, 북한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북한, 내년에는 국경개방 불가피”

이미 수확기에 접어든 북한. 올가을 수확으로 당장의 식량 위기는 넘기겠지만 내년까지 버티기 힘들 거라고 권태진 원장은 전망합니다.

[권태진] 올해 농사는 거의 수확이 끝나가는 상황이기에 수확한 지 얼마 안돼 지금 당장은 괜찮지만, 내년 봄이 되면 틀림없이 식량부족 현상이 심화하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겁니다. ‘올해 제대로 수입을 못했던 것이 내년에 계속해서 식량부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됩니다.

그는 올 해 1월부터 8월까지 북한이 수입한 곡물이 4천 톤 정도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량 11만 톤의 2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권태진] 내년에는 식량이 없어 사람들이 굶어 죽을 상황이 되면 국경을 닫고만 있을 순 없겠죠. 무리해서 라도 국경을 열어야 식량 수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경을 열어서 수입할 수 있는 능력만큼 수입을 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국제사회에 지원요청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겁니다.

브라운 교수도 북한이 최근 외부로부터 식량지원을 받지 못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북한은) 4~5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식량프로그램, 유엔기구 등으로부터 꾸준히 식량 지원을 받았지만 제재가 시행된 이후 최근 몇 년 동안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식량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북중 간 화물열차 운행 재개 등 국경봉쇄 조치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 제안을 받을 지 회의적입니다.

[권태진] 예년에 비해서 올해도 보건의료 물품이나 식량 등의 지원 자체가 굉장히 적었습니다. 이것은 결국, 북한이 핵문제 또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국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도적 지원도 적게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일 텐데요. 국경 개방이 코로나 상황의 완화를 이야기하지만, 그렇다고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대북제재 국면이 이어진다면 국경을 개방하더라도 식량지원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마리안 윤(Marian Yun)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한국사무소장은 최근 (10월 15일) 인천에서 열린 ‘2021 황해평화포럼’에서 “북한 식량 상황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북한 정부의 인도적 지원 물품 반입 허용 여부”라고 지적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도 세계각국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분명히 북한에겐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합니다. 세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주어진 문제는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식량을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10월29일) RFA에 “북한의 체제, 정권에 동의하지 않지만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지지하고 북한이 이를 수용하기를 촉구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기자 천소람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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