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한국 총선서 ‘북풍’ 옛말”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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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_security_b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안보연석회의에서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한국당 원유철 대표.
/연합뉴스

앵커: 한국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압승을 거둔 가운데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 관련 현안이 선거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고위 탈북자 출신인 태구민 후보의 당선 역시 대북정책보다는 지역 유권자들의 이해관계를 잘 공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한국에서 북한이 더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현안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코로나 19’가 모든 현안 뒤덮어’

한국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기 하루 전날인 4월 14일, 북한은 단거리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수 발을 발사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 전투기의 비행 활동도 포착됐으며 이 중 일부 전투기는 원산 일대에서 공대지 로켓도 발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선거를 앞두고 감행한 북한의 무력시위에 즉각 유감을 나타냈고, 특히 야당인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선거 당일인 4월 15일, ‘안보연석회의’를 열고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성토했습니다.

‘북한이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도발해 마음 편히 투표도 못 하게 만들었다’라며 정부에 엄중한 경고를 촉구하는 등 야당이 선거 당일에 북한의 도발과 안보 문제를 부각하려 했다는 분석과 함께 북한의 도발이 그동안 ‘남북대화’와 ‘평화협력’을 내세운 여당에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북한 관련 현안이 이번 선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미국 워싱턴의 공공정책 연구 분석 기업인 미 ‘피스칼노트’ (FiscalNote)의 송호창 동아시아전략 국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올해 총선에서는 전 세계에 유행한 ‘코로나 19’가 경제, 안보 등 모든 것을 뒤덮은 가장 큰 현안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국회의원(19대)을 역임한 송 국장은 또 오래전부터 북한의 도발이 한국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번 선거도 유권자들에게는 북한의 도발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위협이 더 컸다고 덧붙였습니다.

[송호창 국장] 과거에 한국의 대통령 선거나 총선이 있을 때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으로 문제를 만든 사례가 있죠. 하지만 이번 선거뿐 아니라 꽤 오래전부터 북한의 행동이 더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이미 검증된 것 같습니다. 또 한국 국민의 입장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위협적인 요소로 보지 않고,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훨씬 더 위협적이고 실제 생활에 직접 와 닿았고, 북한뿐 아니라 경제, 개혁 현안 등을 모두 파묻을 정도로 강력했기 때문에 북한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신기욱 미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도 최근(17일) 뉴욕 소사이어티가 주최한 한국 총선 관련 토론회에서 자유아시아방송의 질의에 북한 현안은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신기욱 소장] 간단히 말하면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북한 현안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당연히 영향력도 작았습니다. 다시 말하면 ‘코로나 19’와 이에 따른 경기침체가 가장 큰 현안이었고, 지역 간, 이념 간의 대결이 더 중요했다고 봅니다.

미국의 마크 밀리 합참의장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체에 대해 도발적이거나 위협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미국 내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도 이번 미사일 발사를 일상적인 동계 훈련의 하나로 평가했습니다.

[송호창 국장] 이번 미사일 발사는 미 합참의장도 도발도 아니고, 중요한 움직임으로 보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단거리 미사일로 해석하고 있는데, 총선을 겨냥해 발사한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 지배적인 것 같아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 등으로 평화 분위기가 1년 이상 유지됐기 때문에 이번 미사일 발사가 도발을 목적으로 했다든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라고 해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태구민 후보 당선은 ‘미래통합당’의 공천 주효

올해 총선에서 북한 관련 현안이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고위 탈북자 출신인 태구민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한국의 대표적 부촌인 강남에서 당선된 것이 큰 화제가 된 가운데 이는 지역구의 성향을 겨냥한 공천의 힘이 컸다고 송 국장은 분석했습니다.

강남 지역은 전통적으로 보수 색채가 짙은 데다 북한에 대한 반감도 크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을 비판하며 한국에 망명한 태 전 공사가 강남 유권자의 시각과 맞아떨어졌다는 겁니다.

또 태구민 전 공사의 공약이 대북정책보다는 강남 유권자의 이익을 대변한 점이 당선의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며 미래통합당 후보 중 지역 사정에 가장 잘 맞는 후보였을 수 있다고 송 국장은 덧붙였습니다.

[송호장 국장] 강남은 워낙 보수적인 지역이고, 20~30년 동안 계속 보수 정당이 당선됐던 지역입니다. 미래통합당에 기본적으로 우호적이고, 북한 정부에 대한 반감이 강한 지역이겠죠. 그런 점에서 (태구민 전 공사는) 북한의 고위 외교관 출신이면서 북한에 대해 강한 비판을 제기하면서 한국으로 망명했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강하게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죠. 이런 여러 가지 요소가 결합해 강남 해당 지역 주민의 생각과 보수적인 관점에 잘 맞아떨어지는 요소가 있었고, 태구민 후보가 대북정책만이 아닌 강남 지역의 부동산 정책에 비판적이면서 대안을 내놓은 것이 강남 주민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반면, 신기욱 소장은 미래통합당이 태구민 후보와 지성호 후보 등을 공천했을 때 유권자에게 안보와 대북정책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지만, 전체 선거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신기욱 소장] 보수정당에서 태구민 후보를 내세웠을 때부터 강조하고픈 메시지가 있었죠. 특히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여당에 던지고픈 메시지가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전반적으로 더불어민주당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또 한국 내 탈북자들이 주축이 된 ‘남북통일당’도 새로운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을 내세우며 야심 차게 도전했지만, 거의 0%에 가까운 지지율을 받으면서 북한 현안이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사례가 됐다는 지적입니다.

두 탈북 의원의 역할에 기대감도

하지만 두 명의 탈북자 출신 후보가 의회에 진출하면서 보다 전문적인 대북정책 입안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송호창 국장] 태구민 후보, 지성호 후보가 국회에 들어가게 되면 대북정책에 대해 더 이성적이고, 외교 안보에 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정부의 정책을 견제하거나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면 좋은 영향을 미칠 텐데, 당선자들이 인기주의에 따르거나 감정적인 요소에만 호소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한다면 결국, 중요한 역할은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신기욱 소장은 두 명의 탈북자 출신 의원이 배출된 것은 한국 정치에서 매우 흥미로운 진전이라면서 대북정책에 대해 새로운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신기욱 소장] 태구민 후보와 지성호 후보의 당선은 매우 흥미로운 발전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4명의 안보 전문가가 당선됐는데, 남북관계를 비롯한 안보 현안에 관해 진지한 논의가 있기를 바랍니다. 특히 두 명의 탈북자 출신 의원이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더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에상합니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특별 성명을 내고 한국이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것을 축하한다며 특히 전 세계의 ‘코로나 19’ 대유행 상황에서 선거를 치른 것은 자유롭게 개방된 투명사회의 특징이고 전 세계의 본보기라고 강조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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