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단체, 한국 영화 담은 USB 3천개 북 반입

워싱턴-노정민
2019-08-07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사진은 ‘자유를 위한 컴퓨터 휴대용 저장장치(Flash drive for Freedom)’ 사업 홈페이지 캡쳐.
사진은 ‘자유를 위한 컴퓨터 휴대용 저장장치(Flash drive for Freedom)’ 사업 홈페이지 캡쳐.

앵커: 대북 정보 전달의 수단으로 라디오에 이어 USB를 통한 영상물의 역할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인권단체도 USB를 이용한 정보 전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최근 3천 개의 USB에 흥행에 성공한 한국∙미국 영화를 담아 북한에 보냈는데요. 북한 장마당에서는 이를 되파는 과정에서 외부 영상물이 더 널리 확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도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USB에 담아 보낸 한국 영화는?

- 택시운전사, 국제시장, 극한직업 등 천만 관객 넘은 흥행 영화

- 미국 영화는 물론 민주주의∙인권 다룬 기록영화도 포함

- USB가 정보전달과 동시에 경제적 혜택 제공

- 북한에서는 32GB 용량의 USB 선호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재단(Human Rights Foundation)은 지난 4월, ‘자유를 위한 컴퓨터 휴대용 저장장치(Flash drive for Freedom)’ 사업을 통해 3천 개의 USB라 불리는 휴대용 저장 장치를 북한에 보냈습니다.

당시 USB 안에 저장한 동영상은 주로 한국과 미국 영화.

한국 영화로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택시운전사’를 비롯해 천만 명 이상이 관람한 ‘국제시장’과 ‘극한직업’, 그리고 ‘인천상륙작전’과 ‘돈’ 등이었으며, 미국 영화인 ‘The Wolf of Wall Street’, ‘Zero Dark 30’, ‘Bourne 시리즈’ 등이었습니다.

이 밖에도 동유럽 민주주의의 과정, 베를린 장벽의 붕괴 등 인권과 민주주의에 관한 영상물도 USB를 통해 북한 주민에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이 단체의 성지예 사무국장은 2016년에 이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12만 5천여 개의 USB를 북한에 전달했으며 약 130만 명의 북한 주민이 영상물을 공유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시청한 영상물은 다시 장마당에서 미화로 8~10달러에 거래되기 때문에 USB는 정보 전달의 수단과 동시에 경제적 혜택도 제공한다고 성 사무국장이 최근(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성지예 사무국장] 일단 USB는 숨기기 쉽고, 이동하기도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북한 주민이 한 번 본 뒤에는 장마당에서 판매할 수 있다는 부가 기능이 있습니다. 정보 유입과 경제적 혜택이라는 두 가지 기능이 있는 것이죠. 최근 북한에서는 재판매를 위해 32GB 용량의 USB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픽-김태이

한국 국민통일방송의 이광백 대표도 최근(지난 6월) 공개한 ‘2019 북한 미디어 환경과 외부 콘텐츠 이용 실태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 내에서 USB의 활용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1%가 USB를 이용해 외국 동영상을 시청했으며 매일 봤거나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봤다는 사람도 50%에 육박했습니다.

이 대표는 북한에 라디오를 통한 정보 제공도 의미가 있지만, USB를 이용한 문화∙오락 정보의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광백 대표] 북한의 미디어 환경에서 라디오를 통한 정보 제공이 의미가 있지만, USB를 통한 영상 정보의 제공도 매우 중요한 방법의 하나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매일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 정보를 USB에 넣는 것은 대단히 어렵겠죠. 이것은 라디오가 가장 유일하고 효과적인 방법이겠지만, 문화∙오락, 심층적인 내용, 특히 영상물은 USB를 통해 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 같고요. 북한에 USB를 통해 다양한 문화∙오락∙영상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은 충분히 형성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도 이날(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정보 유입과 전달의 수단으로써 USB의 효과가 매우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북한 당국에서 통제를 강화해 이전처럼 유입과 확산이 간단치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USB의 영향이 크고, 숨기기도 쉬우니까 유력한 정보 유입의 수단이라고 봅니다. 특히 북한의 젊은 세대를 위해 재미있고 구체적인 영상을 내보내는 것은 USB나 SD의 효과가 크다고 봅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는 지난 7월 양강도 혜산시에서 10대 청소년들이 한국과 미국 영화를 시청하고 유통했다는 이유로 공개 비판을 받았으며 지난 3월 함경북도 무산군에서는 한국 영화인 ‘택시운전사’를 보고 친구에게 영상을 건넨 10대 소년이 적발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정보전달 수단으로 USB의 한계와 기대

- 높은 비용, 전달 횟수 제한 등 한계 여전

- USB 반입에 한 개당 13~18달러 비용 들어

- 북한에서 USB 활용 여건 충분히 조성

- 장마당에서 USB 판매 합법, 정보 확산 가능성 높아


외부 정보 유입의 수단으로써 USB의 비중과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직면한 한계도 없지 않습니다.

첫째는 반입 비용. 미 인권재단에 따르면 영상물에 대한 구매와 운송비 등을 포함해 USB 한 개당 미화로 13~18달러의 비용이 듭니다.

국민통일방송의 이광백 대표도 USB를 북한에 들여보내는 비용이 적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이광백 대표] USB를 들여보내는 비용 자체가 적은 것이 아닙니다. 한국 돈을 기준으로 한 개당 1만 원으로 계산하면 10개에 10만 원, 100개에 100만 원, 1천 개에 1천만 원이죠. 한 달에 1천 개를 넣는다면 북한 사회의 수요에 턱없이 적은 숫자인데, 물류비용까지 더하면 비용이 많이 듭니다. 한 번에 만 개를 넣으면 1억 원. 적은 비용은 아니죠.

둘째는 전달 횟수. USB를 사람이 직접 전달해야 하는 환경을 고려하면 정보 전달 횟수의 제한을 피할 수 없습니다. 최소한 몇 달에 한 번, 많아야 한 달에 한 번이기 때문에 최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래픽-김태이

이 같은 환경에도 북한 내부에는 DVD플레이어, 노트텔, 컴퓨터 등으로 USB의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광백 대표] 북한 주민이 USB에 담긴 영상물이 주어졌을 때 이를 볼 수 있는 기기 보급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DVD플레이어, 노트텔, 컴퓨터, 액정 TV를 이용해 보고 있었는데, DVD와 노트텔의 보급률은 이미 70~80%에 이르렀고요. 최근에는 액정 TV의 보급률도 늘고 있습니다. 컴퓨터, 노트북도 30% 내외의 보급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USB 콘텐츠가 충분히 들어간다면 상당히 많은 북한 주민이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또 북한에서 USB의 판매와 거래가 합법이기 때문에 이를 통한 외부 영상물의 확산 가능성도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시마루 지로] 북한에서 USB, SD카드의 판매와 거래는 합법입니다. 이것 자체를 소지하거나 판매하는 것으로 적발되지 않아요. 외부에서 북한 정보를 보낼 때 가장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아시다시피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북한 내부에 많이 유입되지 않았습니까? 국경 세관을 통해, 운전사나 사사 여행자, 압록강과 두만강의 밀수를 통해 많이 넘어갔습니다. 북한에서 복사돼 시장을 통해 많이 확산했어요.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정보 유입과 확산이었다고 봅니다.

전문가들은 많은 북한 주민이 오락∙문화에 대한 영상물을 선호하기 때문에 USB를 통해 북한 주민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 시켜 주는 것도 외부 정보의 전달과 함께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합니다.

또 라디오에 이어 USB가 북한의 정보 전달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더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주문이 커지는 가운데 미 인권재단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 내에서도 북한에 USB 보내기 운동을 확대할 방침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