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한발씩 양보해 대화 분위기 살려야”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1-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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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한발씩 양보해 대화 분위기 살려야” 지난 2015년 한미한미연합군사훈련 중인 양국 육군 장병들이 한탄강 부교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P

앵커: 북한의 남북 간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낙관적인 듯했던 남북 간 대화 재개 전망이 북한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요구로 불투명해진 게 아니냐는 전망입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통신선 복원으로 드러난 북한의 대화 의지를 한국과 미국이 살려 나가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수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설훈] 남북관계를 평화롭게 이끌기 위해서, 지금 이 상황에서 ‘미국과의 군사 연합 훈련을 중단하는 것이 옳겠다’라는 판단하에 여야 국회의원 74명이 함께 공동의 성명을 내도록 했습니다.

한국 국회의원 74명이 최근 (8월5일) 공동성명을 내 이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를 촉구했습니다.

북한이 계속해서 요구해오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다시 언급한 것은 대화 재개를 위한 구색 맞추기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병훈]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거론한 것은 그들 역시 대화 재개를 바라고 있고, 또 이를 위한 대내외적 명분이 필요한 것을 피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통신선 복원으로 남북 간 대화에 한 발을 내디딘 이상 한미연합훈련을 협상카드로 활용해 남북대화, 나아가 미북대화 재개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겁니다.

대화·협상 기회 놓치지 않아야

미국 내 전직 관리들도 북한이 먼저 대화 의지를 보인 데 주목하면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한국과 미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존 메릴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동북아분석실장은 일련의 화해조치가 북한의 주도로 전개되고 있는 점에 주목합니다.

그는 따라서 한미연합군사훈련도 규모를 축소해 남북관계 회복 가능성이 완전히 닫히지는 않을 걸로 전망합니다.

[존 메릴] (한미 연합군사훈련) 규모를 줄여 적어도 대규모로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얼마 전에 남북 통신선 복원을 통해 소통의 원천을 다시금 뚫었으니까 말이죠.

메릴 전 실장은 다만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 한시라도 빨리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남북한과 미북 간 대화가 정체돼 있는 현상황을 깨고 핵 협상에서도 진전을 보려면 빠른 외교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안킷 판다 미국 카네기 평화재단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내심 기대하는 건 훈련 규모의 축소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계속돼 온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북한이 여전히 불만을 표하는 데 놀랐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안킷 판다] 제 생각에 김정은 (총비서)가 계획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을 설득하여 한미연합군사훈련의 규모를 줄이도록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국의 호응 이끌어 내기엔 역부족

하지만 북한의 대화자세 표명만으론 미국의 호응을 이끌어내기가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유엔이 요구해온 비핵화 기준에 여전히 미치지 못 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는 유예하고 있지만 2019년과 2020년에도 여러 차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겁니다.

[브루스 클링너] 그들(북한)은 (지난 3년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실험을 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단순히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핵과 미사일 개발도 유지하지 말 것을 요구합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계획을 유지하는 것도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에 해당합니다.

이어 클링너 연구원은 한미연합군사훈련도 한국과 일본을 보호하는 ‘방어막’ 차원에서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과 북한 양측의 양보 없인 상황 진전 힘들어

이처럼 북한이 대화의지를 표명하긴 했지만 남북, 나아가 미북 간 대화 재개를 위해선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 속에 결국 북한과 미국이 한 발씩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메릴 전 실장은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장으로 나오지 않을 경우엔, 경제 회복도 그만큼 더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존 메릴] 그들(북한)은 미국과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은 중국에 완전히 의존해야 하니까요. 북한이 미국의 제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중국과도 충돌을 빚을 수 있습니다.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최근 (8월4일) 평화연구소(USIP)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평화적 비핵화 달성이 어렵다고 단언했습니다.

[조셉 윤] 북한은 전략적으로 도발과 협력 둘 다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북한이 도발보다는 협력을 선택하도록 해야 합니다.

결국 코로나19와 식량난, 그리고 대북제재 등에 직면해 위기에 처한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며 미국이 북한이 내민 손을 잡아야 할 때라는 겁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과 조건없는 대화 가능성만 열어 놓은 채 북한이 대화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부분적 제재완화에는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판다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현시점에서 북한과의 관계에서 위험을 감수할 것 같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안킷 판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줄이는 데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조건부 대화를 제안했어요. 북한은 여전히 싸우려는 태도로 일관하는데, 미국의 정책은 바뀔 수 없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도 최근 (7월 30일) 발표한 대북외교 현황보고서 (Diplomacy with North Korea: A Status Report)에서 미국의 대북제재가 단순이 북한의 핵실험 중단만으로 완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조치는 비핵화뿐 아니라 북한의 돈세탁, 인권유린, 국제 테러, 사이버 작전 수행 등을 겨냥한 것으로 의회의 지지가 필수라는 겁니다.

비핵화 협상 시작 조건을 놓고 좀처럼 입장 차를 좁히지 못 하고 있는 미국과 북한이 다시 협상장에서 마주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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