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 미국 자극하지 않으려 애써”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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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 미국 자극하지 않으려 애써” 북한이 정권수립 기념일('9·9절') 73주년인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농적위대·사회안전군의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열병식 행사를 지켜보며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앵커:북한이 최근 개최한 열병식에서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포함한 어떤 신무기도 선보이지 않자 내부결속을 도모하면서도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과 관계변화를 이끌 움직임으로선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열병식의 의미와 앞으로 미북 관계 전망을 박수영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수준…관계 변화 끌어낼 순 없어

북한은 최근 9·9절을 맞아 개최한 열병식.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될만한 신무기는 일체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는 설명했습니다.

미국이 현재 아프가니스탄 군사 철수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있어 자칫하면 북한의 도발이 미국의 분노를 살 것을 우려했다는 겁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 입장으로서는 바이든 정권은 너무나 분노하고 있어서 미국을 자극하면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 해군 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선임 국장은 한 발 더 나아가 북한이 미국에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켄 고스] 북한은 근래에 경제와 협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신호를 더 많이 보내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지난 두 번의 열병식처럼 미사일과 신무기를 전시하는 열병식을 진행한다면, 잘못된 방향인거죠. 지금 북한은 외부 국가들에 한반도 내에서 문제를 일으키지도 긴장을 고조시키지도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미·북, 남·북 간 갈등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미국에 협상 기회가 있다는 것을 내보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이런 움직임이 현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촉매제가 되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우리는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북한은 그런 방향으로 의미 있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그들은 정반대의 행동을 해왔습니다.

긴장 상황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북한이 원하는 대북제재를 완화할 만큼 강력한 조치는 아니라고 베넷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고스 국장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코로나 대유행 등 처리해야 할 사안들이 많기 때문에 북한의 행동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켄 고스] 미국은 북한의 이런 행동에 반응할 기회가 많이 없습니다. 언젠가는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관심을 얻기 위해선 북한이 관계 회복을 위해 협조해야 하지만, 저는 북한이나 김정은이 지금 당장 그렇게 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내부 결속과 사상 통제 집중

북한 전문가들은 따라서 이번 9·9절 열병식은 북한의 내부 결속과 사상 통제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총비서가 열병식 전에 노동당 본부 밖에서 "노동 혁신가들과 유공자들"을 위한 연회를 열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저는 이것이 외부가 아닌 내부 청중을 위한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는 김정은 총비서가 내부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내부적으로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뿐 아니라, 외부 문화 유입과 코로나 대유행 등으로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정권에 반발할 것을 대비한 사상통제의 일환이었다고 마키노 기자는 설명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아시다시피 코로나바이러스나 대북제재, 자연재해 때문에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리고 한국이나 미국에서 영화나 드라마 정보 유입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행사)들에 참가시키면서 사회적으로 사상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북한 지도층의 의사를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고스 국장도 북한이 현재 대북제재와 국경봉쇄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북한 경제에 핵심 인물인 노동자들을 격려하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켄 고스] 북한은 내부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신호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 열병식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은 노동자들과 농부들이 북한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내달 10일 열병식 가능성에 주목해야

9일 개최된 열병식이 소규모에서 그치자 김정은 총비서의 집권 10주년을 맞이하는 10월 10일에 대규모 열병식이 개최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고스 국장은 8월부터 10월까지가 김정은 총비서의 향후 행보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라며, 10월 10일에 김정은 총비서가 보여주는 행동에 따라 정세도 급변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켄 고스] (10월에 개최되는) 행사는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만약 그들이 신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과 같은 것들을 보여주는 것으로 돌아가는 경우, 이번처럼 낮은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 혹은 관련된 또 다른 미사일 시험을 진행한다면, 모두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기간은 북한이 어떤 길을 갈 것인지 알 중요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마키노 기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일성 주석 생일인 내년 2월과 4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내년 2월이나 4월에 김정일 생일이나 김일성 생일에 더 큰 규모의 대규모 행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방역 과시한 이번 열병식

한편, 이번 열병식에선 안전거리도 유지하지 않은 채 마스크를 쓰지 않은 군중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대내외에 코로나 방역상황을 과시하려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켄 고스] 이번 열병식은 북한이 그들의 우월한 지도력 덕분에 코로나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줄 좋은 기회입니다. 외부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말이죠.

마키노 기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군중의 모습을 화면에 비춤으로써 주민들에게 북한 당국이 코로나 방역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과시하려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이번 행사는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행사보다는 대내적으로 사상 통제하겠다는 취지라서, 국내적으로 북한 당국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잘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면서 인민들을 안심시키려고 하는 그런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 군인들은 심각한 감염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군대 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걸 암시하는 듯합니다. 북한에선 사람들이 서로 가까이 앉기 때문에 누군가가 코로나에 걸리면 쉽게 전파됩니다. 이런 와중에 북한엔 전파를 막기 위해 모든 병사를 돌볼 수 있는 의료시설도 갖춰지지 않았죠.

코로나 방역을 과시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북한이 마련한 9·9절 열병식. 하지만 외신은 정작 열병식 그 자체보다 눈에 띄게 홀쭉해진 김정은 총비서의 얼굴과 몸매에 더 큰 관심을 보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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