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김정은 협상장에 불러낼 당근은?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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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김정은 협상장에 불러낼 당근은? 방한 중인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정보본부를 방문, 이영철 본부장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행동대 행동’ 원칙에 따라 단계적∙실용적 접근을 내세운 대북정책의 틀을 공개했지만,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내기 위해서는 미국의 구체적 제안이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제안했던 영변 핵시설의 폐기와 일부 대북제재의 완화는 바이든 행정부가 정치적 부담 탓에 수용하기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반면 북한의 핵 동결에 상응해 일부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협상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 한번 들어는 보겠지만... 그 다음이 문제

조정되고(calibrated) 실용적인 (practical) 접근법을 내세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일괄타결 방식이 아닌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단계별 비핵화의 진전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도 최근(5월 13일) 열린 토론회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실리적이라는 데 동의했습니다.

[빅터 차] 야구로 비유하면 홈런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안타를 치겠다는 매우 현실적인 대북정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존처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비현실적인 정책이 아닌, 이번에는 현실적인 대북정책이라고 봅니다.

이정철 한국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도 최근(5월 14일), 조지워싱턴 한국학연구소(GWIKS)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이정철 교수] 출구에서 마지막 목표로 비핵화를 다루겠다고 쓰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은) 북한이 먼저 행동하라는 것이 대전제였습니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같이 행동하자는 것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기사에서 나온 ‘do something in the middle’이란 표현이 맞다면 같이 행동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고, 그렇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미국과 마주 앉아 최소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는 만남 정도는 가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도 미북 대화의 재개를 바라는 상황인 데다 일단 북한이 부담스러워하는 일괄타결 방식이나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는 점에서 협상의 유연성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5월 12일)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에 응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조태용 의원]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를 여러 차례 거절했지만, 결국은 대화에 나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들어볼 겁니다. 이미 김정은 총비서는 압박을 받고 있고, 미국의 대화를 거절하면 그 외 다른 대안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미국이 확실한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단계별 협상 과정에서 미북 간에 비핵화와 상응 조치 등이 논의되겠지만, 북한과 협상을 시작하려면 미국이 먼저 무언가를 제시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 국장은 (5월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을 끌어낼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켄 고스 국장] 미국은 적어도 북한에 대북정책에 관한 광범위한 변수들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여야 합니다. 북한은 미국이 비핵화를 원한다는 말만 들었지, 미국이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들은 것이 없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협상테이블에 무엇을 얼마나 올려놓을 것인지 확실히 알기 전에는 돌아오길 원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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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


하노이 회담 ‘영변과 제재 완화 맞바꾸기’ 쉽지 않아

반면, 2019년 하노이 회담 당시 북한이 제안한 영변 핵시설의 폐기와 대북제재 완화를 다시 논의하자는 제안에는 북한이 즉각 반응할 것으로 이정철 교수는 내다봤습니다.

[이정철 교수]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과연 반응할 것이냐에 관해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부분적 비핵화와 부분적 제재 해제를 교환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에 하노이 회담의 쟁점을 다시 풀어가겠다는 의지로 전달된다면, 저는 북한이 협상에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커진다고 고스 국장과 조 의원은 지적했습니다.

[켄 고스 국장] 지금 다시 하노이 회담 당시 제안에서 시작하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북한은 거기서부터 시작할 수 있지만, 미국은 그만큼 대북제재를 완화해줄 만큼 정치적으로 준비돼 있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북한 문제는 정치적 싸움입니다. 현재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국내, 외교 문제 모두에 반대를 천명한 상황입니다.

[조태용 의원]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할 첫 번째 합의는 무엇이 될 것이냐. 북한이 지난 하노이 회담에서 제안한 영변 핵시설의 폐기와 일부 대북제재 완화를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이를 시작점으로 여기지 않을 겁니다. 만약 바이든 행정부가 그렇게 합의한다면 공화당 의원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며 전투에 들어가겠죠.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 한반도 담당 국장도 (5월 1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바이든 행정부는 이전 트럼프 행정부가 다뤘던 핵 협상이나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만약 이에 대해 개방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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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


미국이 무엇을 제시할 것인지가 관건

카지아니스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첫 단계는 북한을 회담에 참여토록 하는 것인데 현재로서 아무런 지렛대도 없고, 미국과 북한 모두 상대방이 먼저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를 바라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발 더 나아가 올해는 미북 대화가 재개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수미 테리 연구원] 제가 김정은 총비서라면 올해는 대화에 안 나갈 것 같습니다. 김 총비서가 원하는 것은 대북제재의 완화인데, 바이든 행정부가 그것을 원치 않는다는 겁니다. 이미 도쿄 올림픽에는 불참한다고 통보했고,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올해는 모든 것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아마도 내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대화를 다시 모색하는 것이 좋은 타이밍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와 관련해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 특사는 (5월 13일) 바이든 행정부에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접근법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특사] 바이든 행정부가 더 적극적인, 예를 들어 미북 관계 정상화, 대북제재에 관한 것 등을 포함한 창의적인 접근법을 적용했으면 합니다. 다시 말해 미국이 북한에 관계 정상화와 평화를 주고, 북한은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핵을 돌려주면서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이끄는 데 관여하는 겁니다.

고스 국장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의 동결을 대가로 일부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것에서 비핵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켄 고스 국장] 일단 미북 대화가 다시 시작돼야 하는데, 그래서 동결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동결은 북한으로서도 잃을 것이 없죠. 단지 시험만 안 하고, 일부 제재 완화를 얻고요. 그런 가운데 연락사무소도 개설하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겁니다. 충분히 신뢰가 쌓이면 다음 단계를 논의하고, 그러면 하노이 회담 때 나왔던 내용도 논의할 수 있겠죠. 그것이 더 논리적이라고 봅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미 맨스필드재단의 프랭크 자누지 대표도 (5월 14일) 미북 간에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프랭크 자누지 대표] 조금씩 진전시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영변에서 활동을 동결하는 것, 동결 자체로 아주 작은 보상을 받을 수 있겠죠. 제재를 조금 풀어준다든지요. 그렇게 양쪽에서 약속을 지키면 신뢰가 구축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작은 합의와 이행은 많이 하고 서둘러야 합니다. 그렇게 신뢰를 쌓아가는 겁니다.

제재와 압박을 유지하며 외교적 관여를 통해 북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미국, 대북제재의 완화 없이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북한.

바이든 행정부에서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어떤 제안을 할지,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무엇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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