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지침 종료 균형잡힌 한미동맹 반영”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1.06.11
“미사일지침 종료 균형잡힌 한미동맹 반영” 사진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미사일.
/연합뉴스

앵커: 한국의 미사일 개발 역량을 제한해 온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가 한미동맹이 더 균형잡힌 관계로 나아가는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문재인]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지침종료 사실을 전합니다. 바이든 행정부 측의 조기 한미 방위비 협정 타결과 더불어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조치입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직후 지난 40년동안 한국의 미사일 역량을 제한해 온 미사일지침 종료를 전격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파렴치한 이중적 행태’라며 다소 과격한 표현을 동원해가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이중잣대 아닌 동맹관계의 자연스러운 변화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북한의 불평이 예상했던 반응이라고 말했습니다.

[켄 고스] 북한이 이중잣대라고 불평할 만한 어느정도 공간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다른 부분에서도 불평해왔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은 미사일 시험을 하는 반면 우리는 왜 할 수 없냐’고 말이죠. (미사일지침 종료는) 그들이 공평하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불평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한국과 미국이 무엇을 하든 북한은 그들의 입장에서 해석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우리가 무엇을 하든 북한은 그들의 입장에서 해석할 겁니다. 그리고 한미가 취하는 모든 행동을 저지하려고 시도하겠죠.

이어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한반도 방어 전략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지만, 놀랄 일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미사일지침종료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반영한, 보다 더 대등한 관계로 나아가는 첫 발걸음이라는 겁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한국은 국방력을 강화시켜 왔고 미사일지침을 계속할 이유가 없어 지침 종료를 택한 겁니다. 미사일지침 종료의 진짜 이면을 살펴보면 한국이 제한없이 자유롭게 (미사일) 개발 할 수 있도록 완전히 허용한 겁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미사일지침 종료가 미국의 영향력을 조금 약화 시킬 수 있지만 올바른 변화라고 평가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미사일지침종료는) 한반도에 미국의 영향력을 조금 약화 시키죠. 쟁점은 한국이 미국의 영향력을 얼마나 받아 들이느냐 입니다. 미국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한국에 간섭해 왔습니다. 저는 이러한 접근을 더이상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자신들의 국익에 맞는 행동을 취하겠죠. 미국은 더이상 형처럼 행동하지 않습니다. 이게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여전히 다른 방식으로 한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미사일지침종료는 단지 한국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차원이라는 겁니다.

고스 국장도 한미관계가 더욱 더 ‘대등한’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켄 고스]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한국의 방어태세에 관한 역할은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지금의 (한미관계는) 더욱 균형잡힌 관계로 보여집니다. 미국이 우위에 있는 관계라기 보다 말이죠. 한국의 역량은 계속 성장하고 있고 미국은 이를 수용해야 합니다.

고스 국장은 이어 미사일지침 종료는 단순히 한국에게 미사일 개발 부분에서 자유를 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북한에게 어느 정도의 ‘압박감’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켄 고스] 한반도에 긴장감을 불러 올 수 있습니다. 북한은 아마 조금 공격에 노출돼 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들은 미국의 영향력이 강했던 (한미)동맹을 상대해 왔는데, 이제는 더 균형 잡힌 한미 동맹을 다뤄야 합니다. 이것이 북한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겠죠. 북한에게 위협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과 북한은 상황 달라

반면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결정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정당화 할 수 있다는 우려에 한국과 북한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함으로써 한국, 일본을 비롯해 세계를 위협했지만 한국은 ‘공격’이 아닌 ‘방어' 목적으로 미사일을 사용할 거라는 겁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북한과) 다른 점은, 한국은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한국은 북한을 공격하겠다는 주장을 한 적이 없고, 가장 중요한 점은 한국은 북한처럼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북한은 한국 그리고 일본을 위협해왔습니다. 일본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적도 있잖아요. 북한은 자기방어를 뛰어넘는 미사일을 포함한 무기를 개발해왔습니다. 그래서 남북한은 국방정책과 전략에 있어 아주 다른 위치에 있습니다.

그는 이어, 한미동맹의 사명이 한국을 향한 북한의 공격을 저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반면에 북한은 필요하다면 무력을 동반해 혁명을 완수하고 싶어합니다. 한반도를 통합함으로써 말이죠. 그래서 남북한은 아주 다른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도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수없이 어겨 왔다며 한국과 북한이 같은 대우를 받을 순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브루스 베넷] 저는 한국에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자유를 위해 미사일지침 종료와 함께 독립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어떠한 (피해도) 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북한은 좋아하지 않겠죠. 하지만 사람들이 (미사일지침종료가 이중잣대라고) 믿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은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테니까요. 이것은 단지 북한이 (핵)능력을 보유하는 문제가 아니라 북한이 제재를 위반하는 것의 문제입니다. 북한은 유엔의 제재를 완전히 무시하기를 선택했죠. 한국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9일)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가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과 북한의 반발에 대해 “‘한국은 미국과 협의한 후 개정된 미사일 지침의 종료를 발표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 결정을 인정했다’는 내용이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서에 포함돼 있다. 더 추가할 내용이 없다”며 다소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습니다.

북한의 반발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겁니다.

국무부 역시 자유아시아 방송의 논평 요청에 (11일 기준) 답변이 없었습니다.

40년 만에 한미 미사일지침이 종료되면서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