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 ① 김준형 “하노이 리팩 기대감↑”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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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 ① 김준형 “하노이 리팩 기대감↑”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AP

앵커: 한미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북정책이 당장 북한 문제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불쏘시개의 역할로는 부족하지만, 나쁜 출발은 아니라고 김준형 한국 국립외교원장이 밝혔습니다. 특히 싱가포르에 이어 판문점 합의 내용을 존중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 등을 지지한 것은 실질적인 성과라고 김 원장은 평가했습니다.

그는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북한이 비공개 실무회담을 통해 지난 하노이 회담 내용을 재구성해 논의하고, 한국의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로 합의를 모색해간다면 희망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RFA 긴급진단: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 심층 인터뷰,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김준형 한국 국립외교원장의 견해를 노정민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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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한국 국립외교원장

“불쏘시개로는 부족... 나쁜 출발 아냐”

⦁ 김준형 국립외교원장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이 여러 성과를 거두고 끝났습니다. 북한 문제에 관해서는 좀 아쉽다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북한이 만족할 만한 수준인지 궁금합니다.

[김준형 원장] 어떤 진전을 바라거나 불쏘시개로서의 역할을 생각하면 부족하죠. 하지만 미북관계, 남북관계가 끊어진 상황에서 한미가 만나 틀을 만들고 기반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일단 한미관계가 서로를 신뢰하고 같은 페이지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부분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미국의)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됐고, 이것을 출발점으로 여긴다면 북한 문제도 나쁜 출발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몇 가지 실질적인 성과도 있었고요. 대북정책 재검토에서 나오긴 했지만, 싱가포르 회담을 추인하는 것이었고, 판문점(합의)까지 더해졌는데, 이것은 한국 정부가 줄기차게 미국을 설득시켜서 집어넣은 것이고, 특히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을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한다는 부분도 반영됐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성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불쏘시개가 될 수 있을까’라는 부분은 정상회담만 놓고 보면 부족하죠.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북한도 고민 중에 있겠고 상당히 비판적으로 나올 거라고 보는데,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전체 판을 망가뜨리는 수준, 문을 닫아버리는 수위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에서 ‘한반도 비핵화’로 바뀌었고요. CVID도 포함되지 않았고요. 나름 북한에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려 했던 것 같습니다. 미국이 대북정책 재검토 설명을 위해 대화를 제안했고, 북한도 잘 접수했다고 했거든요.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북한이 한 번은 만나지 않을까란 관측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준형 원장] 제가 아는 한에서는 (대북정책 재검토 파일이) 이메일로 전해진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북한이) 이메일로 접수했다고 한 것이거든요. 사람끼리 만난 것이 아니라 대북정책 재검토의 풀 다큐먼트(full document)를 북한에 보냈고요. 그것이 북한에 관한 이야기니까 북한이 먼저 읽는 것을 바이든 행정부에서 원한 겁니다. 물론 한국에는 설명 형식으로 다 확인했지만, 풀 리포트( full report)를 파일로 받은 것은 북한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신경을 쓴 건데, 북한이 접촉은 거절했지만, 메일을 접수했다는 답변까지 했는데, 북한 쪽에서도 검토가 끝났겠죠. 그리고 정상회담을 지켜봤고, 종합적인 반응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나 미국이나 서로 가능성은 닫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양보적인 자세나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하기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비공개적인 접촉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상당 부분 무언가 이야기되기 전까지는 공개가 안 되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을 미국도 생각할 거라 봅니다.

그래서 북한이 만나는 보겠지만, 만나서 대화해 봤는데 미국이 기대한 만큼 내놓는 것이 없으면 대화는 더 멀어질 거란 관측도 많습니다.

[김준형 원장] 지금은 북한이 먼저 불쏘시개를 낼 수 없는 상황인 겁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핵실험, 미사일 발사 시험도 하지 않고, 북한이 먼저 내놓고 미국의 양보를 기다렸던 것이고요. 북한의 마지막 수단이 핵인데, 핵부터 포기하고 모든 운명을 미국에 맡긴다는 것은 북한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몇 가지 북한이 양보할 것을 양보했으니까, 미국도 뭘 양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길 원해서 지난 2~3년간 갔는데, 미국은 사실 종전선언부터 제재 완화까지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 북한의 인식이잖아요. 지금 북한의 자세는 미국이 그런 것에 대한 구체적인 양보의 의향을 보여줘야 나온다는 건데, 미국의 출발점이 ‘일단 나와서 이야기하자’고 하면 그건 지난 2~3년과 똑같다는 것이 북한의 판단입니다. 그러니까 불쏘시개가 미국에서 나와야 하는 겁니다.

또 북한도 사실상 이것을 계속 끌고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잖아요. 자기 수준에 맞는 정도의 양보가 없더라도, 그런 의향이 계속 전해지면 북한이 마지못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미국의 양보가 비현실적이라는 것도 북한은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 바이든 정부는 다르다’, ‘이를 고려해볼 수 있다’라는 의향 정도는 계속적으로 보이고,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이것은 비공개로 가야 한다. 공개된 언론, 성명, 이런 것을 하기 시작하면 어느 쪽도 양보하기 힘든 겁니다.

영변+추가 핵 동결 등 ‘하노이 리패키지’ 기대

바이든 행정부가 단계적 접근을 내세우면서 상호 조치를 강조하는데, 지난 하노이 회담 때 북한이 영변을 포기하겠다고 했던 것에서 시작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적 부담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김준형 원장] 저는 ‘하노이 리패키지'라고 씁니다. 하노이가 굉장히 의미가 있는데, 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고의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바로 소위 말하는 단계론이었고, (완전한 비핵화는 아니잖아요). 북한이 의도했던 것은 영변과 일부 제재 완화를 교환해 보고, 미국의 의도를 신뢰한 뒤 그다음 단계의 비핵화로 간다는 것이 북한의 생각이었는데, 미국이 이야기하는 포괄적 해결에 못 미쳤던 거죠. 사실상 하노이에서 오후까지 협상을 해봤다면, 그리고 교환 조건이 안 맞아서 깨졌어도 의미가 있었다고 보는데, 너무 빨리 뛰쳐나온 것이죠. 

협상에 따라서 북한이 영변 플러스 동결이 나올 가능성도 있었고요. 미국이 무언가 줄 의향이 있었고, 동결까지 이끌어냈다면 굉장한 성공이라고 보거든요. 만약에 영변을 폐기하고 동결까지 나올 수 있는 판이 새로 만들어진다면, 그래서 제가 리패키지라고 말하는데, 그래서 핵 동결과 영변 폐기를 하는 대신에 미국이 일부 제재 완화를 하고, 북한이 원하는 종전 선언이나 불가침, 평화조약을 시작하는 정도로 다시 리패키지로 묶게 되면, 또 그것들이 실무회담이나 비공개회담을 통해 어느 정도 맞춰진다면, 결국 오바마 정부가 했던 (이란 핵합의) 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의 중간단계와 일치하거든요. 또 영변이 중요한 이유는 일단 불가역적으로 폐기하는 것에서 중요한 출발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하노이 회담 내용을 다시 시작한다고 하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지만, 하노이 회담 때보다 북한의 양보를 더 이끌어내고, 이것을 재포장해서 비공개 실무회담을 통해 어느 정도 접근이 가능하다면 최고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미국에서는 이같은 이야기가 별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김준형 원장] 그래서 한국이 마련해 놓은 플랜 B가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을 지지한다는 건데, 한국의 독자성, 주도성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거든요. 미국이 제재 완화 등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한국이 우회하거나 예외 조항으로 북한과 접촉할 수 있는 추인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한국은 그렇게 해석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이 중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서 영변을 끌어냈던 것처럼 영변 플러스 알파를 끌어내고, 미국을 설득시키는 게 가능하다면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 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임명은 깜짝 뉴스였습니다. 경험있고 유능한 인사 조치라는 기대도 있지만, 북한을 상대하려면 더 중량급 인사가 돼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습니다.

[김준형 원장] 인권 특사는 임명하지만,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임명 안 한다는 말도 나왔거든요. 그 이유 중 하나가 워싱턴의 외교안보팀이 기본적으로 북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따로 필요 없다는 말을 했는데, 북한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죠. 그런 점에서는 잘 됐는데, 지난 스티븐 비건 전 특별대표도 부장관급이었고, 원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갈 수 있는 정도의 인물이었는데, 그 정도로도 안 됐다면 급이 낮아지는 것에서 부담이 될 수 있고요.

또 하나는 북한과 통역 없이 이야기하고, 트럼프 행정부 때의 싱가포르 회담을 잇는다는 측면도 있지만, 북한에서는 하노이 회담 실패의 책임 문제를 거론할 수도 있습니다. 싱가포르에 이어 대화를 이어간다는 상징성도 있지만, 하노이 실패에서 (성 김 대표에 대해) 북한이 불만을 터뜨렸고, 그렇게 보면 북한에 이 인사가 양면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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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

올 하반기 비공개 실무회담 중요

한미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대북정책 시간표에 관한 질문도 나왔는데요.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초반이고 여전히 국내 문제와 외교 현안에서도 중국, 이란 등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일 년 남았는데요. 시간표상으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준형 원장]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은 좀 바쁜 거고, 미국은 북한이 전략 도발만 하지 않으면 상황이 관리되고 있다고 느낄 수 있고요. 다른 사안들보다 일단 관리되고 있다고 보는 거니까 그런 점에서 다를 수 있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때까지 미국이 한국에 아웃소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북한에 줄 수 있는 것을 한국에게 주고, 한국은 북한과 협상할 때 미국과 공조한다는 한미 간의 신뢰가 있다면, 한국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열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보면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이긴 하지만, 올해 하반기까지는 미국이 말하는 실무회담, 한국이 중재하는 실무회담에서 추진하고, 어느 정도 교환 조건이 맞아떨어진다면 내년 초 북경 동계올림픽이나 하노이 회담 3주년을 되는 시점에서 합의를 발표하는, 약속을 발표하는 정도의 회담을 (가능하면 정상회담이면 좋겠지만), 최고위급에서 하는 정도가 가장 좋은 시간표인 것 같긴 합니다.

원장님께서는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바이든 행정부 때가 오히려 더 성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보시나요?

[김준형 원장] 트럼프 행정부 때는 파격적인 의미에서 한 방으로 대타결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 것이죠. 실제로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시도했던 미북정상회담의 문턱을 낮춰버린, 그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있게 만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라고 봐요. 미국이 악마화하는 국가의 정상과 일대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리 선의가 있다 해도 미국 사회에서 불가능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쉽게 나오잖아요. ‘실무회담 하고 정상회담 할 거냐’는 질문에 ‘그 조건이 갖춰지고, 북한이 성의를 보이면 하겠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습니까. 실무회담에서 시작하겠지만, 정상회담으로 추진하는 탑다운(하향식)과 바텀업(상향식)이 함께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무회담 진전 뒤 북경 동계올림픽 좋은 기회

내년 북경 동계올림픽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가장 최상의 그림으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김준형 원장] 원래 도쿄올림픽에서 시작해서 북경올림픽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더 좋은 시나리오였죠. 도쿄올림픽은 개최도 불투명하고, 북한도 안 간다고 이야기했으니까 그건 무산됐고요. 일단 상반기 전에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끝났고, 한미정상회담에서 기본적인 틀이 공개됐으니까 남은 기간에 미국이 하겠다는 것이 실무협상이잖아요. 불쏘시개가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의 중재 역할과 미국이 어떤 부분에서 성의를 보이는 것이 가능하다면 올해 말까지 그런 회담을 할 수 있는 것이고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출발점이었던 평창 동계올림픽의 기억이 있기 때문에 그 시점이 좋고요.

또 하나는 중국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고 싶을 것이고,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것에 대한 하나의 완충으로써 올림픽을 생각한다면 북한을 설득할 가능성이 꽤 크죠. 동계올림픽을 하는데 북한이 도발하면 좋은 것은 아니잖아요. 과거보다 오히려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적어도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지켜본 일본, 중국의 반응은 어떨 것으로 보십니까?

[김준형 원장] 일본은 속으로 배가 아플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한미정상회담은 내용이 굉장히 풍부하고, 기술 협력도 매우 구체적이고,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CVID도 안 들어갔고요. 중국 문제에서는 신장, 위구루, 홍콩 문제가 다 빠졌단 말이에요. 쿼드 가입 문제도 빠지고요. 일본으로서는 외교적으로 미국에 요구했던 것들이 다 안 들어갔다고 말할 수 있죠.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배가 아플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굉장히 고민에 쌓일 겁니다. 어떻게 보면 대만해협 문제가 나오고, 쿼드, 남중국해도 나왔기 때문에 불만이 있을 수 있는데요. 중국 내심에는 한국이 얼마나 방어해줬는지 알 겁니다. 중국을 적시하지 않고, 쿼드도 원론적인 선언이었다는 점에서 한국이 선방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출발이 되는 것을 원치 않죠. 한국이 전략적으로 미국 쪽에 끌려가는 것에 대한 제동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비판하되 자제된 비판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네. 김준형 원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한미정상회담 이후 대북정책 방향,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김준형 한국 국립외교원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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