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 ② 정세현 “북에 대화 복귀 명분 줘야”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1-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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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 ② 정세현 “북에 대화 복귀 명분 줘야”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과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한미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에 앞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AFP

앵커: 한국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요구한 ‘대북적대시정책 철회’에 관한 메시지가 나오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후속 조치로 한미 간 조율을 거쳐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중단되면 북한이 대화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 수석부의장은 북한에 공을 넘겼다고 생각하는 미국이 먼저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다시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남북관계 선행론에 동의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RFA 긴급진단: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 심층 인터뷰,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의 견해를 노정민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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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한국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한미연합훈련 중단 메시지 나오면 북한 움직일 것”

정세현 수석부의장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한미정상회담 이전부터 북한 문제에 관해 ‘입장차를 좁히기 어려울 것’이라든지, ‘실질적 합의는 없을 것’ 등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습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수석부의장님의 전반적인 평가부터 듣고 싶습니다.

[정세현 수석부의장]우선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4월 30일, 대북정책에 관한 검토가 끝났다면서 골격과 방향 등 큰 틀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미 간 2+2회담(외교∙국방장관회담)과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있은 후에 젠 사키 대변인의 발표에서 첫째, 싱가포르 회담에 관한 언급이 나왔어요. 이것은 2+2회담과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하나는 톱다운(하향식)도 안 하고, 일괄타결 방식도 안 한다는 말에서 이는 북핵 문제를 단계별 접근으로 풀겠다는 건데, 그렇다면 북한이 문제 해결 방식으로 제시한 단계별, 동시 행동과 상당히 접근해 가는 것이다, 북한이 그렇게 얘기했을 뿐이지만, 우리가 볼 때도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부시 행정부 때부터 일괄타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서 계속 헛바퀴를 돌고, 시간이 가면서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일괄타결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을 보고 이는 단계별 접근이고, 이전 행정부들이 북핵 문제를 다루려 했던 일종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한미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잘 설득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외교 당국자들이 꾸준히 공개적인 접촉과 물밑접촉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에 상당히 접근했고, 마지막에 한미 정상이 합의한 것이 이번 정상회담의 공동 성명으로 발표됐다고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공동합의문에 ‘대북적대시정책 철회’에 관한 내용이 빠져 있고, 북한에 실질적인 유인책이 없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는데요. 한편으론, 대북정책 검토 내용도 봤고, 한미정상회담도 지켜본 북한이 한 번은 대화에 나설 수 있지 않을까란 관측도 있는데요.

[정세현 수석부의장] 북한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적대시정책 철회’와 관련해 어떤 결정이 나오는지를 예의주시하고 있었을 겁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봐도 나쁘지 않아요. 싱가포르와 판문점 선언을 토대로 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말은, 김정은 총비서가 서명한 4.27 선언과 6.12 선언을 다 인정하고 후속 조치를 하겠다는 말이고, 일괄타결이 아닌 단계별 해결, 실용적인 접근을 하겠다는 것도 북한이 원하는 동시 행동, 즉 북한 내 핵과 미사일 폐기 수준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한다면 북한에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북한이 지금까지 ‘미국의 셈법이 바뀌어야 한다’, 특히 ‘대북적대시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우리는 미국이 아무리 노크를 해도 나갈 생각이 없다’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단 말입니다. 명언적으로 대북적대시정책 철회에 관한 희미한 사인도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대북적대시정책 철회와 관련된 미국 측의 후속 조치가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중심으로 사인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인권 문제이고 또 북한이 가장 큰 적대시정책으로 생각하는 것은 한미연합훈련입니다. 오는 8월에 또 한미연합훈련을 하게 될 텐데,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사인이 나가면 6월 초에라도 북한이 슬그머니 움직일 겁니다. 올해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첫해이기 때문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디딤돌을 놔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과 협상을 시작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북한이 싫어하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하면 금방 접점이 생길 겁니다.

“미국은 나서기 어려워, 한국이 다시 공 넘겨줘야”

겉으로 보기에는 북한이 당장 대화에 나올 만한 조건은 없는 듯 보이는 상황에서 물꼬를 틀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돌파구가 될 메시지를 미국도 전달해야겠지만, 한국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정세현 수석부의장] 미국은 하기 어려울 겁니다. 미국이 잘 쓰는 말이 ‘공이 상대방 코트에 넘어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안 넘어갔습니다. 북한이 ‘대북적대시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우리는 일절 호응할 생각이 없다’는 말을 한두 번 한 것이 아닌데, 대북적대시정책 철회 요구라는 담벼락을 넘지 못했어요. 미국은 공을 넘겼다고 생각하고 북한이 나오길 기다릴 뿐인데, ‘사실 북한이 나오기만 하면 우리가 이렇게 해주려고 하는데…’라는 말을 할 수가 없어요. 더구나 미 국무장관이 ‘공은 이미 북한 측에 넘어갔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성 김 특별대표를 (먼저 북한에) 보내는 일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바로 공이 넘어가게 할 책임이 한국에 있다는 거죠. 미국은 공을 넘겼다고 생각하고, 다시 공이 넘어오길 기다리지만, 대북적대시정책 철회 요구라는 담벼락을 넘지 못하고 다시 미국 코트에 떨어져 있어요.

이것을 우리가(한국이) 주워서 북한에 들고 가서 북한이 다시 미국 쪽에 공을 넘기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북한은 미국이 확실하게 대북적대시정책을 철회한다는 메시지를 안 내보냈기 때문에 나올 가능성이 적다고 봅니다. 나오게 하려면 우리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대북특사 제안도 하셨는데요. 그동안 북한이 계속 한국을 비난해왔고, 코로나19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때에 그런 모멘텀이 만들어질까요?

[정세현 수석부의장] 그동안 북한이 한국을 비난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 때 판문점 회담과 9월의 평양 회담에서 약속하고, 문 대통령만 믿으면 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김 총비서가 2018년 11월 20일부터 가동된 한미워킹그룹에 발목이 잡혀서 4.27 합의, 9.19 합의가 하나도 이행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노골적으로 한국을 깎아내렸는데요.

북한도 휴민트가 있습니다. 뉴욕 채널도 바쁘게 움직일 것 아닙니까. 한미 간에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왜 모르겠어요. 이걸 보면서 바이든 행정부 때의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후반부 때와 다르다는 것을 감지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비난을 잘 안 합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미관계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제가 북한 스타일을 아니까 제 짐작으로는 ‘미국이 뭔가 직접 해주지 않을 것 같고, 남쪽에서 뭔가 소상하게 한미정상회담 준비 과정부터 결과까지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해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을 할 겁니다. 이럴 때니까 우리가 움직여야 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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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그래픽

“남북관계 선행론 미국이 동의”

이번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한국 정부의 중재자 역할을 바라고 기대한다고 보시는 거죠.

[정세현 수석부의장] 그렇게 했죠. 이번 공동성명을 보면 남북 간에 대화와 관여, 협력을 지지한다고 했죠. 그 대목을 보고 트럼프 행정부 때는 한미워킹그룹을 통해서 ‘남북관계와 미북관계, 북핵 문제는 언제든 나란히 가야 한다’, ‘선순환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발목을 잡았는데, 이번에 남북 간 대화와 관여, 협력을 적극 지지한다는 것은 한국이 먼저 남북관계를 풀어서 미북관계가 돌아가도록 하는 것도 좋다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미정상회담 문구를 해석해 보니 이제 한미워킹그룹은 없는 것 같다, 해체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 때는 남북 대화와 협력에 관해 한국이 너무 앞서간다는 부정적 시선이 많았는데, 이번 한미정상회담 이후에는 그런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정세현 수석부의장] (남북 간 대화, 관여, 협력 지지는) 남북관계 선행론에 미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표현입니다. 그동안 한미워킹그룹에 묶여서 남북관계도 진전이 없고, 결국 미북관계도 앞으로 못 나갔는데, 이제 남북관계가 한발 앞서가면서 미북관계도 가동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서 북핵 문제가 해결 수순을 밟도록 하는 것이 정상 아니겠는가. 남북이 먼저 만나서 미북 협상을 할 때 미국이 매끄럽게 일할 수 있도록 기초공사를 해주겠다는 논리로 말하면 미국도 일리가 있다고 할 겁니다.

“성 김 특별대표, 김여정 만날 만큼 격 높여 줘야”

이전에 북핵 문제 해결의 빠른 진전을 위해서 대북정책조정관 임명의 필요성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성 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임명은 어떻게 보십니까.

[정세현 수석부의장]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 통일부 주최로 윌리엄 페리 전 대북정책조정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 제가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그때 제가 “당신이(페리 조정관)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있을 때 북핵 문제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해결될 수 있는 수순을 밟을 수 있었는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하면 북핵 문제가 빨리 해결될 것 같다. 바이든 정부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확실한 의지가 있다면 당신과 같은 급의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하도록 권고해 달라”고 했더니 본인이 취임 전에 바이든 대통령을 만날 때 이야기하겠다고 했습니다.

(성 김 특별대표는) 페리 전 조정관보다는 조금 낮죠. 성 김 특별대표의 지위가 올라가면 북한에서도 격이 높은 사람이 나오게 됩니다. 차관급이면 최선희(외무성 제1부상)가 나오려고 할 겁니다. 그것만으로는 안 되죠. 지금은 김여정(부부장)을 스스럼없이 만날 수 있을 정도의 권한을 주라는 거죠. 북한에서 최선희보다 훨씬 높은 사람, 김정은에게 직보할 수 있는 사람과 만날 수 있는 힘을 실어주려면 성 김 특별대표의 격을 높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협상하더라도. 클린턴 행정부 1기에서 장관을 지낸 윌리엄 페리가 대북정책조정관이었기에 미국 내에서도 일하기 쉬웠고, 관련 국가들과도 높은 사람들과 만났기 때문에 일하기 쉬웠죠.

정 수석부의장님 말씀을 들어보면 한국이 다시 나서야 한다는 결론인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앞으로 일 년 남았는데요. 문재인 정부가 다시 중재자의 역할로서 어떻게 풀어가는 것이 좋을까요?

[정세현 수석부의장]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2%가 부족하죠.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라는 분명한 메시지가 없었기 때문에 이를 메우기 위해 한미 간에 조율해서 올해는 한미연합훈련을 안 하는 쪽으로 추진했으면 좋겠고, 또 지금 매우 궁금해하고 앞으로 전망에 대해서 답답함을 느낄 북한에 ‘우리가 미국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 당신들도 조금만 움직이면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도 얼마든지 받아낼 거다. 그러니 움직여라’라는 말을 해서 오는 6~7월 중에 남북대화가 복원되고, 미북 간에도 대화가 시작돼서 북핵 문제가 해결 수순을 밟을 수 있을 정도의 디딤돌을 놔주면 문재인 정부 임기 말년에 훌륭한 업적이 될 수 있죠. 그리고 다음 정부로 넘어가야 할 겁니다. 혹 정권 교체가 되더라도 미국이 이미 그 길을 가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틀을 짜놔야 합니다.

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한미정상회담 이후 대북정책 방향,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정세현 한국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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