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여성, 도강 중 북한군에 피격 사망”(동영상 공개)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8-03-27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압록강을 건너던 북한 여성이 북한 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의 한 장면.
압록강을 건너던 북한 여성이 북한 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의 한 장면.
사진-동영상 캡쳐

도강하다 북한군 총에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여성

** 최종 업데이트 3월 28일 **

앵커: 북한 양강도 혜산시 인근 북∙중 국경 지역에서 탈북하려던 북한 여성이 압록강을 건너던 중 북한 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이 공개됐습니다. 국경 경비가 강화됐지만, 탈북 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 양강도 혜산 북∙중 국경지방에서 촬영된 동영상

- 동영상 제공자 “압록강 건너던 모녀 중 어머니가 총에 맞았다.”

- 동영상 본 탈북자들 “도강(탈북) 시도한 듯”

- 북한의 잔혹한 인권 상황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언니야 이거 혜산이야. 혜산에서 오늘 엄마하고 딸이 강을 넘다가 북한 군대가 총을 쏴서 엄마가 죽었어. 그래서 딸이 우는 거야. “

탈북자 박미영 씨(가명)가 지난 22일, 중국에 살고 있는 동생으로부터 받은 메시지와 동영상입니다.

동영상이 촬영된 장소는 중국 장백현, 동영상 속 강 건너에는 북한 양강도 혜산시가 보입니다.

동영상에는 압록강 얼음 위에 한 사람이 누워 있고, 총을 멘 군인들이 몰려 있습니다 . 그 옆에는 여성 한 명이 울부짖으며 얼음 위를 뒹굴고, 북한군이 누워 있던 사람을 일으켜 보려 하지만, 축 처진 시신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 놓아 버립니다. 딸로 추정되는 여성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강 건너 사람들은 구경만 할 뿐입니다.

동영상을 제공한 박 씨는 도강하던 모녀 중 어머니가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았고, 딸이 그 옆에서 오열하는 장면이라고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주장했습니다.

[박미영 씨] 동영상을 보낸 동생이 중국에 살고 있거든요. 요즘에 하루에 한 번씩 꼭 연락해요. 그런데 그날 문득 이런 동영상과 음성메시지를 보냈더라고요. 그걸 보는 순간 너무 충격적이어서 어떻게 할 줄 모르겠더라고요. 북한의 현실을 보는 것 같고, 저도 가족을 데려오려 계획하고 있었거든요.

박 씨는 낮에도 도강하는 사례는 빈번하다며 모녀가 얼음 위를 건너가다 총에 맞은 것으로 보이고 엄마의 죽음뿐 아니라 북한 군인에 끌려간 딸이 겪을 고초에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또 동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은 박 씨도 가족을 데려오려는 계획을 포기했습니다.

3번의 강제북송과 4번의 탈북 경험이 있는 탈북자 지현아 씨도 이번 동영상과 관련해 탈북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신도 낮에 두 번 도강해 봤다는 지 씨는 지금도 자유를 찾아 북한을 떠나려는 탈북자가 있다는 것이 중요한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지현아] 경비대가 교대하는 시간에 도강해요. 저도 낮에 도강을 해봤거든요. 밀수는 아닌 것 같다는 말씀을 정확히 드리고 싶고요. 그 과정에서 익사를 했건 총에 맞았건, 자유를 찾아서 넘어오려는... 북한을 떠나려는 탈북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 김정은 정권, 북∙중 국경지방 경계, 단속 강화

- 요즘 강 건너는 도강비용만 1만 4천 달러

- 지난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김정은 집권 이전의 1/3 수준

- 인권 전문가∙탈북자들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북한은 최근 북∙중 국경 지역의 경계태세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하면서 외부정보의 유입과 탈북 등을 막기 위해 국경 경비 강화, 불법 전화통화 단속은 물론 국경 지역의 압록강과 두만강을 따라 전기 철조망까지 설치했습니다.

함경북도와 양강도 주민 사이에는 “이제 국경이 막혔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으며 탈북 자체가 매우 어려워졌고, 실제로 강을 건너는 데에만 한국 돈으로 약 1천500만 원 미화로 약 1만4천 달러의 비용이 들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강하는 북한 주민을 향해 군대가 총 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이 공개된 것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그레그 스칼랴튜 사무총장의 설명입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일단 목격자의 말로는 탈북이었다. 도강이었다고 하는데, 혹 밀수라 해도 총에 맞아 죽는 것 자체를 심각한 인권 유린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도강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당연히 탈북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특히 김정은 정권에서 북∙중지역의 통제와 감시가 매우 강화됐으며, 대한민국에 정착한 탈북자 수가 예전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이 예전보다 훨씬 더 위험해졌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세계 여론과 언론이 이런 동영상을 보면서 충격을 받고 북한의 인권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 것인지 파악할 수 있는데요. 인권 보호단체 들이 계속 감시하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도 지난 26일 보도를 통해 한국에 3만 명이 넘는 탈북자가 정착해 살고 있지만, 김정은 정권에서 국경경비를 엄격히 강화한 이후 매우 적은 수의 북한 주민이 탈북에 성공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수는 1천127명으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전의 1/3 수준이며 국경경비의 강화와 함께 중국 정부의 강제북송 정책이 그 배경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오는 4월과 5월에 있을 남북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에서 안보 문제와 함께 북한의 인권 현안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인권 관계자와 탈북자들은 주장합니다.

[그레그 스칼랴튜] 일단 트럼프 행정부가 탈북자도 만나 면담도 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중요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4월에 남북정상회담, 5월에 미북 정상회담 앞두고 어떨 수 없이 군사∙안보 현안을 중요시 하는 거죠.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권 현안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다시 이러한 인권 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모두가 협조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탈북자와 탈북자 단체가 매우 중요합니다.

[박미영 씨] 북한 사람들의 인권, 북한의 실태를 볼 때 총에 맞는 각오를 하고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생각해서 세계적으로 이번 사건에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랍니다.

북한 여성의 시신은 북송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북한 당국은 현재 내부 강연을 통해 “한국 정부에서 더는 탈북자를 받아들이지 않고 북송하고 있다”라며 탈북하지 말 것을 선전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북∙중 국경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사이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로 탈북을 꼽을 만큼 북한을 떠나 자유를 꿈꾸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한편, 문제의 동영상과 관련해 한 대북소식통은 28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혜산 일대에서 16세 소녀가 익사한 것으로 소문이 났다고 전해왔습니다.

반면, 중국 장백현의 현지 소식통은 “총소리가 들린 건 분명하다”며 북한 여성이 탈북 중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 소식통은 “이번 사건을 북한 정권이 단순한 익사 사고로 몰고 가려는 의도인 듯하다”며 “민심 동요를 의식해 아이가 강에서 실수로 익사한 것으로 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고가 난 장소가 모래톱이 넓은 지역이라 평소에도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라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 방중으로 중국 내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중국 측에서도 쉬쉬하는 분위기지만, 총격에 의한 사살로 보는 견해가 많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