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집:김정은 집권 10년] ① ‘피바람’ 통해 권력 공고화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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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특집:김정은 집권 10년] ① ‘피바람’ 통해 권력 공고화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나흘간의 일정 끝에 지난 2월 11일 종료됐다고 조선중앙TV가 12일 보도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이번 전원회의에서 내각이 설정한 올해 경제목표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당 경제부장을 한달 만에 교체했다. 연단에 선 김 총비서가 힘주어 이야기하듯이 몸을 편 채로 오른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연합

앵커: 2011 12 30, 김정은 총비서가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되면서 북한의 최고 지도자에 오른 지 꼭 10년이 흘렀습니다. 집권 10년을 맞아김정은주의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등 북한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RFA는 김정은 집권 10년을 각 분야별로 되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RFA [연말 특집: 김정은 집권 10],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북한의 국내 정치적인 변화를 김 총비서를 둘러싼 핵심 사건을 중심으로 되짚어 봤습니다. 박수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피바람이 불었던 김정은 집권 초기

2011 1219, 북한 관영매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틀 전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북한 매체] 김정일 동지께서 너무도 갑자기, 너무도 애석하게 우리 곁을 떠나시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지 13일 만에 아들인 김정은 총비서가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받는 등 초고속 권력승계가 이뤄졌습니다.

2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직접적인 권력투쟁없이 북한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김 총비서는 가장 먼저공포 정치카드를 꺼내 들며 권력 장악을 시도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 본인에게 위협이 될만한 싹을 잘라 권력을 안정화한 겁니다.

2013 12 13, 북한 관영매체는 일제히 전날 고모부 장성택을 국가전복음모죄로 처형했다고 밝혔고 이후 100명 가까운 북한 고위 간부들의 숙청이 이어졌습니다.

[북한 매체] 흉악한 정치적 야심가, 음모가이며 만고역적인 장성택을 현명의 이름으로 인민의 이름으로 준렬히 단죄규탄하면서,….

북한 최고위급 인사인 고모부 장성택의 처형에 당시 외교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미국 외교안보 연구소 우드로윌슨센터의 제임슨 퍼슨 박사는 북한에서 고위급 인사의 처형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임스 퍼슨] 충격적입니다. 저는 1956년과 1967년 북한에서 일어난 두 숙청 사건을 주제로 학위 논문을 썼는데요, 둘 다 처형은 없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 정책대학원 존 박 연구원은 장성택의 숙청은 김정은 총비서의 생존이 걸린 문제였으리라고 짐작했습니다.

[존 박] 장성택이 북한 정권의 통치자금 규율을 어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가 각종 이권에 개입해 자금을 챙겼다면 이는 김정은으로선 정권 생존이 걸린 위협이어서 제거하지 않을 수 없었겠죠.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선임 국장은 안정적으로 권력을 이양하고 김씨 일가의 통치 체제를 존속하기 위해공포 정치는 김정은 총비서에게 필수적인 과정이었다고 말합니다.

[켄 고스]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잔인해 보이지만 그 체제 속에서 살아남고 번영하고 최고지도자로 인정받으려면 김정은 총비서는 과감한 조처를 해야 합니다. (중략) 궁극적으로 그가 내리는 모든 결정과 외교정책에서 지켜야 할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정권의 생존이고, 두 번째는 더 중요한 것은 김씨 가문의 통치 영속입니다.

당 중심 국정운영 정상화, 아직 허울만 갖춰져

김정은 총비서는 안정적인 권력 승계 외에도 당 중심의 국정운영 정상화라는 또 다른 목표를 추구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의 국가운영 방침인 선군 정치를 밀어내고 노동당 중심 국가 운영 체제를 확립시키는 겁니다. 이를 위해 최고인민회의 정기회의보다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먼저 여는 등, 김일성 주석 시기의 국정운영 체제를 부활시켰습니다. 노동당 중심 운영 체계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일반적인 국정 운영 방식입니다.

한국 국방대학교 안경모 교수는 지난 달 2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와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김정은 시대 들어 당 중심 국정운영과 함께 인민 제일주의가 부상했다고 밝혔습니다. 2013년 세포 비서 대회 중 김정은 총비서의 연설에서 등장한 이후 중요한 연설마다 매번 등장하며 내용도 더 풍부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안경모] 최근 선군에서 국가 인민으로의 변화, 그리고 그것이 새로운 전략적 노선이라는 정책적 변화와 연동된 북한 모습이 굉장히 예외적인 모습이 아니라 사회주의 체제의 매우 일반적인 패턴과 일치하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당 중심 국정운영 체제 확립 노력에도 실질적으로 군에서 당으로 권력이 이양됐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마키노 요시히로 외교 전문기자는 지난 10월 평양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에 김정은 총비서가 군부 실세인 박정천 상무위원과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을 전시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군으로부터 완전한 권력 이양이 이뤄지지는 못한 현실을 방증한다는 겁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그의 북한군 내 위상이 올라가고 있는 증거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1년 말 권력을 승계한 뒤 선군정치를 수정하기 위해서 북한군이 집중되고 있었던 권력을 노동당에 이양하기 위한 작업을 계속해왔지만, 성과는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키노 기자는 박정천 상무위원이 열병식에서 군복과 양복을 번갈아 입고 주석단에 올랐다며 군에서 당으로의 권력 이양은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박정천 상무위원 보세요. 어제까지 군복을 입었다가 오늘 또 당비서이니까 양복을 입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군복도 입고 양복도 입고. (북한) 사람들은 군인, 관료, 외교관이라는 거는 구별도 못 해요. 권력이 있는 고위 군부인지 아닌지 (구분이) 없어요. 그래서당에 권력을 옮겼다, 회의 많이 한다” (라고 해서) 정상적인 나라라고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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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RFA 그래픽

하노이 협상 결렬

김 총비서는 집권 6년차인 2017 11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앞서 2013년에 채택했던 병진노선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한국과 미국 등 주변국과 협력관계 구축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듬해인 2018 2 9일 김여정 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남한에서 열린 평창올림픽에도 참석하기도 하고, 그 해 1차 남북정상회담를 통해 판문점 선언이 채택됐으며 이어 첫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 하노이에서 개최된 2차 미북 정상회담은 서로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 하고 끝내 결렬됐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직후 북한의 전면적인 대북제재 해제 요구에 응할 수 없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이번 회담의 결렬 이유는 바로 제재 때문입니다. 북한은 완전한 제재 해제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습니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의 상당수를 비핵화할 준비가 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미국이 전면적인 해제를 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 국민대학교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북한이 내건 영변 핵시설 폐기는 수많은 핵 시설 중 하나를 폐기하는 데 불과해 대북제재 전면 완화를 미국으로부터 약속받기엔 불공평한 조건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미국이 북한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영변 핵시설은 모든 핵시설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핵무기의 기본인 농축우라늄 생산은 영변뿐만 아니라 강선 핵시설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국가는 그 밖에도 알려지지 않은 비밀 시설이 북한에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주변국들과 냉랭한 관계를 이어가던 북한은 2020년 초부터 전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비루스 대유행에 국경 문을 닫고자력갱생을 국정지표로 다시 내걸었습니다.

새로 등장한 김정은주의의미는?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10김정은주의가 북한에 처음 등장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역사적인 이념으로 굳히고김정은주의에 새로운 발판이 마련되기 시작한 겁니다.

안 교수는 올해 초에 개최된 8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주의의 특성에 대해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안경모] 통치 이데올로기의 핵심은 첫 번째, 선군의 쇠퇴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국가제일주의인민대중제일주의 10여 차례나 언급되는 동안 국가 총화보고에서 선군이라는 단어 자체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요. 또 총화보고에서 우리 국가제일주의와 인민대중제일주의가 아주 급격히 부상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김정은 총비서가 ‘인민대중제일주의우리국가제일주의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다며 항시적전투기조(combat ethos)’를 통해 조직적 통합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경모] 지금 일어나고 있는 북한의 이런 변화들에 대한 해석이 북한만을 보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사회주의 정치체제에 전반적이고 공통적인 패턴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안 교수는 현재 북한이 기존 질서를 부정하며 발전과 복지를 추구하기보다 혁명과 안보를 추구하는 경향을 띤다고 덧붙였습니다.

히라이 히사시 전 교도통신 논설위원은 최근 김정은 총비서가 자신을 ‘인민의수령으로 지칭하는 빈도가 높아진 점에 주목했습니다.

[히라이 히사시] 북한 매체에서 올해 5월부터 김정은 총비서를 수령으로 지칭하는 연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살아있을 때 자기 자신을 수령이라고 (호칭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총비서는 살아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을 수령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인민적 수령, 인민의 수령과 같은 단어가 많이 나오고 있는 점입니다. 저는 수령이란 개념과  인민대중제일주의라는 개념이 합쳐진 새로운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김정은주의가 인민대중제일주의하고 연결돼서 전개되는 것이 김정은 집권 10년을 맞아 (펼쳐질) 새로운 사상적인 방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스 국장은 본인의 통치 이념을 세우는 것은 정권 정상화의 마지막 단계라며 앞으로 김정은주의가 의미하는 바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켄 고스] 우리에게 주어진 다음 과제는 김정은주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내는 것입니다. 군사적 요소도 있겠지만 경제적인 요소도 있을 것 같습니다.

표면적으로 권력 안정화에 일정부분 성공을 거둔 듯한 김정은 총비서가 새로 도입한 ‘김정은주의는 앞으로 어떤 정치적 양상을 보일지 주목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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