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5.18’을 반미 운동으로 왜곡 선전

북한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29주년을 맞아 이 운동이 남한 인민의 ‘반미 자주화운동’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반미선전과 남남갈등을 선동했습니다.
서울-정영 xallsl@rfa.org
2009.05.18
518_memorial-305.jpg 북한은 ‘5.18민주화 운동’을 ‘반미 자주화 운동’으로 선전하고 있다. 18일 5.18 민주화운동 29주년을 맞아 서울광장에서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5.18민주화운동’은 한국에서 민주화 운동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80년 5월 18일 남한에서는 전라남도 광주시를 중심으로 전두환 신군부 세력의 ‘12.12쿠데타’를 반대하고, 계엄령을 철폐하라고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시위가 점차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자 신군부는 즉각 비상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했으며,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희생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5.18민주화 운동’은 시위대의 실패로 끝났지만, 그 시위는 훗날 한국 사회를 군부 독재로부터 민주주의 사회로 발전시키는 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민주화 운동을 ‘반미자주화 운동’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 ‘5.18민주화 운동’을 반미투쟁으로 알고 있었던 탈북자들은 한국에 와서야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2007년 북한을 떠나온 도명학 씨의 말입니다.

도명학: 주로 보게 되면 미국 반대하는 목소리라는 게 없잖아요. 전두환의 계엄령을 반대하고 민주정부 수립하라고 그러지 않습니까.

다른 탈북자들도 북한에 있을 때 미국의 사주를 받고 계엄군이 시위자들을 진압했다고 알고 있었지만, 한국에 나와 여러 자료들을 보고 북한의 선전이 과장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당시 시위자들도 계엄군의 무기를 빼앗아 군부 정권에 항거했지만 그렇다고 이 행동을 북한이 가르치는 바처럼 반미투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남한의 주민들도 말하고 있습니다.

당시 시위현장에 등장했던 구호들도 대부분 ‘비상계엄령 철폐’를 요구하는 구호와 민주화를 열망하는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광주시위가 있은 지 29년이 지난 지금도 북한은 여전히 이 운동을 ‘반미자주화 운동’으로 묘사하면서 남한 내 운동단체들에게 현 정부를 반대해 싸우라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18일자 노동신문은 ‘반미, 반파쇼 투쟁사에 아로새겨진 영웅적 항쟁’이라는 제목에서 광주 시위가 ‘반미자주화, 통일을 위한 투쟁’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반미, 반정부 투쟁에 떨쳐나서라고 남한 주민들에게 호소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반미, 반정부 선동은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하나의 수순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세종연구소 송대성 소장입니다.

송대성: 북한이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다가 안 되니까, 지난날 소위 좌파정권의 세력을 자기 세력으로 세력화해가지고 소위 ‘남조선혁명’ 역량으로 강화시키기 위해서 결심을 굳힌 것 같습니다.

북한이 ‘5.18민주화 운동’을 ‘반미자주화 운동’으로 왜곡 선전하는 근저에는 자기들의 대남 혁명노선인 주한미군의 철수를 공론화하고, 남한 운동단체들로 하여금 이명박 정부를 반대하도록 부추기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송 소장은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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