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가장 돕기에 나선 탈북자

2006-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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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입국한 탈북자 권혁씨는 본인도 힘든 남한 정착 생활 속에서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소년 소녀 가장들을 위해 자원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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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권혁씨와 작은사랑실천 시민연합 유종민 사무국장 - RFA PHOTO/이수경

서울 제기동에 위치한 작은사랑실천시민연합 사무실. 권혁씨는 3년전부터 매일 이곳에 출근해 부모가 없는 소년소녀 가장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그는 소년소녀 가장들의 집을 방문해 필요한 물건과 먹을 것을 챙겨주고 용기를 북돋는 말 한마디도 잊지 않습니다.

권혁: 제가 담당하고 있는 어린이가 있어요. 지금 17살과 19살인데 체격이 큰데 실제 내면의 나이는 10살 정도입니다. 사실은 제가 잘사는 편은 아닙니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요. 그래서 쌀을 좀 가지고 가고, 술을 끊어서 그 돈으로 아이들에게 간식도 사가지고 가니까 아이들이 좋아해요. 할머니가 같이 사는데 할머니가 제 손을 잡고 고맙다고 할 때 가슴이 뭉클합니다.

북한에서는 열심히 일해도 굶어죽는 아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는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면 살 수 있지 않나 그렇게 얘기해 줘요. 그러면 아이들이 눈물이 글썽해서 제가 앞으로 더 잘해서 크게 되면 선생님처럼 봉사활동을 하겠다라고 말하면 참 기쁩니다.

지난 2000년 가족과 함께 남한에 입국한 권씨는 사실 스스로도 남한 생활에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권씨 부부는 탈북 예술인으로 구성된 ‘평양민족예술단’에서 홍보담당자와 가수로써 함께 일하고 있지만 수입이 일정치 않아 생활이 늘 불안정합니다. 안정적인 직업을 찾지 못해 힘들어 하던 권씨는 무엇인가 보람 있고 기쁨을 얻을 수 있는 일을 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자신보다 더 여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소년소녀 가장들을 돕기 시작한 것입니다.

권혁: 이 사회에 와서 북한 사람들이 못살고 굶어죽는데 이 나라에도 소년소녀 가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무엇인가 나도 이 사회에 보답을 해야겠다. 살기좋은 이 사회가 될 때까지 저는 기여한 것이 하나도 없어요. 저도 북한에 두고 온 동생들 부모 형제들을 생각해서 여기 동참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권씨의 자원봉사 활동을 못마땅해 하던 부인 조순미씨도 지금은 권씨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습니다.

조순미: 솔직히 많이 반대했어요. 저희들도 북한에서 빈 몸으로 왔는데 우리 살기도 힘든데 남 돕는 일이 말이 되나 그랬더니 남편이 저를 설득시켰어요. 북한에 있는 형제나 친척들 돕는 심정으로 같이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통일 된 다음에도 떳떳하잖아요.

작은사랑실천시민연합의 유종민 사무국장은 본인도 힘든 가운데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권씨의 봉사 활동이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유종민: 권혁씨는 차량지원도 해주시고 아이들 집을 방문해서 북한에는 더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얘기도 해주고 꿋꿋하게 잘 살아라 그런 얘기도 해 주십니다. 고생을 하신 분들이 고생을 아신다고 북한에서 얼마나 힘들게 사셨겠습니까. 여기 와서도 힘들게 사시고. 아마도 탈북인들이 북한의 가족을 생각해서 이런 일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권혁씨는 아직은 칭찬받기가 부끄럽다면서 오히려 이 일을 통해 삶의 기쁨과 의미를 되찾아 행복하다며 웃음지었습니다.

이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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