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새터민들은 미국행 신중히 고려해야“


2007.01.24

남한에 정착했다가 지금은 미국에 불법입국해 살고 있는 한 탈북자가 자신의 고달픈 미국 체험기를 소개하며 미국행을 꿈꾸는 탈북자들에게 신중히 처신할 것을 호소하는 사연이 남한의 한 탈북자 단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공간에 실려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중심이 된 ‘탈북자동지회’의 전자 게시판에는 한때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정착했다가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몰래 들어와 살고 있는 탈북자가 자신의 미국 생활을 후회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탈북자는 자신은 현재 미국 서부에 있는 로스앤젤레스시 근처 생선요리전문 식당인 스시집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식당에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6일 동안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매일 11시간씩 일을 하며 미화로 주급 350달러를 받으며 빠듯하게 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미국에 오기 전 남한에서 한 달에 160만원, 미화로 약 1800 달러의 월급을 받으며 넉넉하게 회사 생활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자기가 받는 주급 350달러, 그러니까 한달 받는 천4백달러에서 천달러에 달하는 방세를 내고 음식 값이 남한의 두 배인 미국에서 생활비를 감당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그는 토로했습니다.

이 탈북자는 미국에서의 어려운 생활이 영어를 못해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점과 먹는 문제, 그리고 의료비와 방세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남한에서의 천국같은 생활과 미국의 생활이 대비가 돼 내가 길을 잘못 들었구나 후회하고 있다‘고 고백하며 무작정 미국행을 꿈꾸는 탈북자들에게 신중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에 대해 몇년전 남한에 망명해 살고 있는 탈북자 박춘미(가명)씨는 실제로 미국으로 갔다가 후회하고 남한으로 되돌아 온 탈북자들을 주변에서 많이 봤다고 24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박춘미: 미국 갔다가 온 사람들은 좀 뭐랄까... 가면 고생이다. 그래도 한국이다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요.

박춘미씨는 그러나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변에 있는 탈북자들 10명 중 2명 꼴로 미국에 가고 싶어 한다고 말했습니다. 주로 젊은층이 미국행을 꿈꾸지만 미국행을 희망하는 탈북자들 대부분은 남한 사회에 적응을 잘 못한 사람들이라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박춘미: 한국에서 정착을 못하면 미국 가서도 정착을 못한다. 그런데 대다수 미국에 가려는 사람들 보면 여기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미국에 가겠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한국에서 정착하는 과정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대다수라고 생각해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런 분들이 가려고 하고 있고.

박씨는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미국으로 가길 원하는 이유를 남한 생활에서 받는 정신적인 압박감과 긴장감, 그리고 남녀관계의 문제, 특히 젊은 사람들은 단순히 미국에 대한 환상을 갖고 호기심에 가려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박씨는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미국에 가려할 경우 대개는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서 갈 수 밖에 없으며 그 과정도 대단히 위험하다고 우려했습니다.

박춘미: 불법이지요. 한국 국적을 가졌는데 다시 그 국적을 중국에 가서 새로 탈북하는 것처럼 미국에 가니까. 브로커를 통해서 가지요. 근데 보면 우리 탈북자들 중에 그런 브로커 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리고 캐나다 통해서 미국 가는 것도 있는데, 1천만원 내라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러니까 나는 가지 말라 무슨 1천만원 내고 거길 가냐. 캐나다 가서 미국으로 다시 가는 길은 우리가 중국에서 몽골로 가는 길보다 더 위험하다.

한편, ‘탈북자동지회‘의 전자게시판에 글을 올린 문제의 탈북자는 ‘미국행을 꿈꾸는 탈북자들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워싱턴-김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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