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교, 비동맹 회의서도 외면당해”

한국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부터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6.15와 10.4선언의 이행문제인데요. 북한은 이걸 이행하라고 한국을 줄곧 압박하다가 최근 들어서는 이 문제를 국제사회로 들고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박성우 xallsl@rfa.org
2008-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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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예가 바로 이란에서 열린 제15차 비동맹운동 장관급회의였는데. 여기서 채택된 최종문서가 남북한의 외교역량과 관련해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이시죠. 한국의 <국가안보전략연구소>에서 일하시는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전화로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 비동맹운동 장관급회의의 최종문서가 나왔습니다. 먼저 청취자들을 위해서 어떤 내용인지, 그리고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말씀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테헤란에서 27일부터 30일 사이에 쁠록불가담운동 제15차 장관급 회의가 열렸는데요. 한국말로는 비동맹운동이구요. 여기에서 최종문서가 나왔는데. 어떻게 돼 있는가하면, "6.15선언, 10.4선언, 그리고 과거의 모든 남북공동성명 및 합의서에 명시된 그런 내용들을 지지한다" 그러면서 "6자회담의 중요성에 주목하며, 9.15 공동성명과 그 이후의 합의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결국은 우리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문서의 내용인데요. 이걸 보면서 받은 첫인상은... 한국과 북한의 입장을 거의 절반씩 반영했다는 겁니다.

쁠록불가담운동은 일종의 북한의 무대였거든요. 한국은 그냥 게스트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손님이거든요. 북한은 주요 회원국인데... 제가 쁠록불가담운동에 대해서 잠깐 설명을 드리면요... 1975년 리마 회의때 북한이 가입해서 33년동안 활동해 왔습니다. 쿠바 유고 탄자니아 등 북한의 친한 나라들과 같이 이 운동에서 어떤 지도적 위치를 점해 왔구요. 그런데 이 운동 자체가 1980년대말, 1990년대 초에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되고 그러면서 이 운동의 발언권이 매우 약해지고... 또 북한도 경제가 어려워지고 북한 사람들이 굶어죽고 그러면서 이 운동 성원국에 대한 (북한의) 지지나 지원이 약해지면서 (북한의) 발언권도 굉장히 약해졌어요. 그러다보니까 이것이 결국은 이번 회의에서 반영이 됐다.. 이렇게 평가가 가능합니다.

우리는 한국은 하나의 손님국가에 불과하고, 북한은 33년동안 그 안에서 굉장한 지위를 누려온 주요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테헤란 성명에서 (회원국들이) 남과 북의 입장을 골고루 지지했다는 것은... 결국은 북한 외교가 좀 패배한 걸로 보이는데요.

진행자: 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한국의 외교역량이 이젠 비동맹국가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군요.

고영환: 그렇죠. 문 밖에서 활동한 외교의 정도가 이 정도니까... 한국의 외교력이 정말 많이 발전을 했다고 할 수 있죠.

진행자: 비동맹운동권 국가들도 한국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오는 9월에 열릴 유엔 총회에서도 좀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북한이 유엔 총회에서 6.15와 10.4를 강조하는 결의안을 제출할 걸로 예상되고 있지 않습니까. 한국도 반박하는 식의 결의안을 낼텐데... 비동맹국가들도 한국의 입장을 이렇게 받아들였다면, 유엔 총회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연구위원님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쁠록불가담운동에서도 한국의 입장이 50% 가량 반영됐는데... 유엔 총회에서도 북한이 10.4와 6.15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려고 많은 외교적 역량을 집중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유엔총회는 좀 더 광범위하고, 여기엔 선진국도 많고 자유국가도 많으니까, 북한의 입장이 좀 더 약하게 반영될 가능성, 우리 입장이 좀 더 강하게 반영될 가능성...

그러니까 우리 입장이 뭐냐면, 이전부터 내려오던... 7.4공동성명부터... 91년도 남북기본합의서로부터 쭉 이어지는 남북의 모든 합의들을 지지하며, 북핵문제에 대한 6자회담을 지지하고 북핵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 그리고 6자 참여국들의 입장을 반영하는 문건이 나올 가능성이 높죠.

이번 쁠록불가담운동 15차회의때보다도 좀더 우리 입장, 그러니까 한국의 입장이 강력하게 반영된 그런 선언이 나오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진행자: 잘 알겠습니다. 결국 이제 국제사회에서 외교는 국력이 기반이 되야지만 발언권이 강해지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고영환: 그렇죠, 외교력은 국력의 반영이죠.

진행자: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말씀 나눠봤습니다.

진행자: 네. 이렇게 남과 북이 지금 6.15와 10.4선언을 어떻게 할 건지를 놓고 갈등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고영환 수석연구위원도 말했지만, 한국은 이 두 선언 말고도 7.4 남북공동 성명 이래로 여러 가지 남북간에 발표된 성명이 있기 때문에 이걸 다 꺼내놓고 함께 검토를 해 보자는 입장이죠. 반면에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문건인 만큼 6.15와 10.4가 최우선이라는 입장입니다. 바로 이런 입장차이 때문에 지금 남북관계가 얼붙은 건데요.

이런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31일 대북정책의 공식명칭을 확정했습니다. 바로 "상생과 공영"입니다. 관련해서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와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 교수님 안녕하세요. 먼저.. 상생과 공영... 한국이 추진할 대북정책의 핵심 단어를 이렇게 상생과 공영..으로 정리를 했는데. 어떤 배경 하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보시나요?

김용현: 기본적으로... 정부도 이야기 하고 있지만... 화해 협력 단계를 넘어서는 차원에서 남북이 서로 같이 발전하고 공동 번영하자는... 이런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상생 공영이라는 개념 자체는 제가 볼 때는 적절한 단어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겠구요. 실질적인 남북관계에 있어서 이제는 좀 근본적인, 구체적인 것들을 서로 만들어 내는 데 있어서, 함께 가자는, 그리고 함께 발전하자는 측면에서 상생 공영이라는 표현은 적절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현 단계에서... 남북관계의 발전이라는 순차적인 과정을 살펴볼 때, 현 시점에서는 상생과 공영이라는 핵심 단어가 적절한 시점이라는 말씀이시군요.

김용현: 그렇습니다.

진행자: 그럼 상생과 공영 정책..이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대북정책과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김용현: 이전 정부가 대북정책을 펼쳤던 부분들은 사실상 시작과 진행 과정 속에서 북한을 남북관계에서 화해협력이라는 틀로 끌어내는 측면에서 이뤄진 작업이라고 봐야 되구요. 그 작업의 기반 하에서 이런 상생과 공영이라고 하는... 다시 말해서 실질적인 남북관계의 진전을 끌어내자고 하는... 이런 측면에서의 차이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측면은... 이전 정부가 남북관계의 물꼬를 텄다고 본다면... 그리고 지금 정부의 입장은... 그 물꼬를 튼 것을 이용해 실질적으로 물이 흘러갈 수 있도록 수로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교수님, 그런데... 현시점에서 볼 때 상생과 공영이라는 게... 현시점에서 볼 때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왜냐면 남북관계가 너무 막혀 있기 때문에. 교수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김용현: 기본적으로는 정확한 지적이신데요. 남북관계와 관련된 부분에서 큰 틀에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전략이 나와야 되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가 문제인데. 기본적으로 지금의 남북관계가 꽉 막힌 상황이고, 남북한이 좀 기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런 정책들이 실질적으로 정책화되고 그것이 실현되는 과정... 이 부분에 분명히 괴리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들을 얼마나 적절하게 그리고 유연하게 합치를 시키느냐 하는 문제가 우리 정부에게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상생 공영이라고 하는 대북정책을 앞에 두는 것은 분명히 바람직한 측면이 있습니다만, 실질적으로 현재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과 함께 가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고 봅니다.

진행자: 알겠습니다. 어찌보면 북한은 변한 게 없는데. 한국 정부가 대북정책의 이름을 바꿈으로써 분위기 쇄신을 꾀하고 있다... 이런 해석이 가능할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이런 한국 정부의 노력이 향후 남북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걸로 전망하십니까?

김용현: 이번에 상생 공영의 대북 정책이 나왔습니다만, 남북 관계와 관련된 부분에서 이 정책이 당장 역할을 하거나 그러기에는 내외의 환경이 조성이 안 돼 있습니다. 이번에 상생 공영 정책을 내놓으면서 비핵개방3000을 상생공영(정책)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그러니까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을 때부터의 인식이 전환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거 같구요. 그렇게 본다면,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상생공영의 대북정책이 단기적으로 역할을 하기엔 어렵구요, 중장기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이런 정책이 실질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하나의 측면은... 상생공영이 추상적이기 때문에, 이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실질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하부정책이 나와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진행자: 네. 남북간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요. 특히 이산가족문제... 워낙 모두 나이가 많으시다 보니까,, 정말 하루 빨리 풀어야 할 숙제인데. 하루빨리 남북관계가 정상화 돼서 산적해 있는 문제들이 좀 풀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김용현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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