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오바마 정부 대북 정책이 없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째 접어들었는데도 대북정책 수립을 위한 구체적인 검토 작업조차 하지 않아 미국 내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09.05.14
nk line 305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째 접어들었는데도 대북정책 수립을 위한 구체적인 검토 작업조차 하지 않아 미국 내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지난 2월 26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오른쪽)이 스티븐 보즈워스 신임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소개하는 모습.
AFP PHOTO/ TIM SLOAN
장명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금까지 한 번도 대북정책을 검토하지 않았습니다. 진작 오마바 행정부가 진지하게 정책을 검토했더라면, 한반도 상황이 지금처럼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최근 남한과 일본 일각에서는 미국이 향후 북한과 관련한 정책 방향의 원칙과 기조를 두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라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고 오바마 행정부 내 소식에 정통한 미국 내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구체적인 정책이나 전략은 마련하지 않고, 단지 위기를 피하면서 더 나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수준일 뿐이라는 설명입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 협력안보프로젝트 국장입니다.

리언 시걸: I'm hoping sooner or later things will calm down enough so that there will be for the first time a real policy review; there hasn't been one...(더빙) 조만간 상황이 나아지면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실질적으로 (대북) 정책을 검토하길 바랍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금까지 한 번도 대북정책을 검토하지 않았습니다. 진작 오마바 행정부가 진지하게 정책을 검토했더라면, 한반도 상황이 지금처럼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대사가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되기 전인 2월 초 보즈워스 씨와 함께 평양을 방문한 시걸 국장은 14일 자유아시아방송 (RFA)과 한 전화 통화에서 북한은 가만히 지켜보며 관리만 할 수는 없는 나라라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현상 유지에 만족하지 말고 즉시 정책 검토에 나서야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과 자주 접촉하는 북한 전문가인 피터 벡 아메리칸대학 교수도 북한이 이미 로켓을 발사했고, 추가로 핵과 탄도미사일 실험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데도, 오바마 행정부가 여전히 대북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세우는 일을 미루고 마냥 방관하는 자세로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피터 벡: They decided at the time of North Korea's missile launch that if North Korea...(더빙) 북한이 지난달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이 이렇게 행동 방침을 정했다고 제게 말하더군요. 즉 북한 정부가 계속해서 오바마 행정부의 기대를 저버린다면, 미국 정부는 더는 북한 문제에 간섭하지 않고 (hands-off approach), 북한이 합리적인 자세로 나오거나 중국이 북한의 팔을 비틀어 합리적으로 행동하도록 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정했다고요. 그러나 이런 식의 방침은 올바른 방향이 아닙니다.

이 같은 지적 사항은 시걸 박사와 같은 진보적 성향의 전문가나 벡 교수와 같은 비교적 중립적 입장의 전문가에게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부시 전 행정부에서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핵무기 사찰단장으로 활동했고, 현재 포토맥 정책 연구소에서 활동하는 보수적인 북한 전문가인 데이비드 케이 박사도 현재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정책의 검토를 미루고 그저 '선의의 무시 (benign neglect)' 정책으로 북한을 다루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시적인 정책은 국제 사회의 관심을 끌기 원하는 북한으로 하여금 2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추가 실험 등의 더 위험한 돌출 행동을 하게끔 만든다고, 케이 박사는 경고했습니다.

그럼에도 오바마 행정부가 당장 대북 정책의 검토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우선 미국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일이고, 대외 정책에서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중동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에, 북한 문제는 당분간 오바마 행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리라고 케이 박사는 내다봤습니다. 사회과학원의 시걸 박사도 미국 정부가 미국과 북한 간 양자 대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북한의 진의와 내부 상황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미국 정부가 과감하게 대북 정책을 검토하는 일을 망설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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