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 억류, 미북관계 영향 미미"

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2009-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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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 리근 미국국장이 지난 10월 23일 미국 뉴욕JFK 공항 청사를 나서고 있다.
북한 외무성 리근 미국국장이 지난 10월 23일 미국 뉴욕JFK 공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 당국이 29일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로버트 박 씨를 억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함에 따라 박 씨의 신병처리가 주목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박 씨의 억류가 미국과 북한과의 정치적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이수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9일 "12월 24일 미국 사람 한 명이 조•중 국경지역을 통하여 불법 입국해 억류됐으며 현재 해당 기관에서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억류 중인 미국사람'의 이름과 신분 등 구체적인 신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난 25일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중국에서 두만강을 넘어 무단 입북한 것으로 알려진 로버트 박 씨에 대한 억류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앞서 미국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이끌어내면서 미북 대화에 있어서 전환점을 마련했던 미국인 여기자 억류 사건과는 달리 이번 사건이 북미 간 정치적 관계에 미칠 영향은 작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 연구원은 우선 박 씨가 스스로 억류되기 위해 북한에 들어간데다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선교사 신분이라는 점에서 앞서 미국 알 고어 전 부통령이 공동대표로 있는 미국 커런트 텔레비전 소속의 로라 링, 유나 리 기자의 억류 사건보다는 미국 정부와 여론의 관심을 덜 받고 있다고 29일 자유아시아 방송에 말했습니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이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이후 북핵 문제에 가시적인 진전이 없는 가운데, 미국의 입장에서는 외교 경로를 통해 이 문제를 조용하게 해결하는 방안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이번 사건으로 6자 회담의 재개가 지연될 수는 있지만 미북 간의 전반적 관계에 미칠 영향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리스 전 실장은 미국 정부로서는 자국민이 억류된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는 일은 부담이기 때문에 일단 박 씨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 6자 회담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도 6자 회담으로 복귀를 간절히 원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건을 이용해 회담 재개를 늦추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김광진 방문 연구원도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이 여론화되고 정치적 문제로 부각되는 일을 최소화하려고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 씨가 노골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자극한 만큼 북한으로서는 박 씨 문제가 북한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에도 크게 알려지지 않도록 신속하게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김 연구원은 따라서 북한은 과거 미국 여기자 사건 때처럼 사법처리 절차를 밟고 미국측에 고위급 특사 파견을 요구해 석방 수순을 밟기 보다는 미북 간의 조용한 외교적 절차를 밟아 박 씨를 조속히 추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다만 북한 당국이 앞으로 제 2, 제 3의 로버트 박이 나올 가능성을 사전에 막기 위해 박 씨를 극형에 처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국의 북한 인권 단체 ‘디펜스 포럼’의 수잔 숄티 대표는 29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 당국이 박 씨에 대해 어떤 처우를 하든 이미 박 씨의 행동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여론을 막기는 너무 늦었다고 말했습니다. 숄티 대표는 박 씨를 지지하기 위해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집회와 기도 모임이 전세계적으로 잇따르고 있다며 앞으로 북한에 대한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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