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 회담과 한반도 평화 체제 Q/A

워싱턴-허형석 huhh@rfa.org
200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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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평화 체제와 이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한, 미국, 중국의 4자 회담이 국제 사회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12월 초순 평양에서 양자 대화를 하면서 평화협정을 비롯하여 한반도의 평화 체제와 관련한 문제를 4자 회담에서 거론하기로 양해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남북한, 미국, 중국 등이 참여하는 4자 회담에서 논의하기로 양해했다는데 우선 이에 관한 내용부터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미국과 북한은 한반도의 평화 체제와 관련해 4자 회담을 염두에 뒀습니다. 양측은 양자 대화에서 6자 회담이 재개될 경우 평화협정을 포함한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이 참여하는 4자 회담에서 다루기로 양해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6자 회담의2005년 9.19 공동성명에 입각해서 다루는 한편 한반도의 평화 체제는 4자 회담에서 논의한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조선정책 특별대표도 이 같은 양해를 사실상 확인했습니다. 보즈워스 특사는 “평화협정으로 가는 데에 필요한 조건에 관해 북한과 구체적으로 논의했다”면서 북한 핵의 폐기와 이에 상응한 조처인 새 평화 체제, 에너지와 경제 지원, 북미 관계정상화, 동북아의 안보질서 구축 등을 어떠한 방식으로 논의할지가 6자 회담이 재개되면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도 이런 양해를 시인했습니다.

앵커: 한국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한반도의 평화 체제에 관한 이야기는 그동안 여러 번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과를 설명해 주시죠?

기자: 한반도의 평화 체제에 관한 이야기는 과정이 깁니다. 우선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와 1997년의 제네바 4자 회담에서도 거론됐습니다. 또 2000년 북한의 조명록 차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특사로 미국을 방문해 도출한 공동 코뮈니케에도 평화보장 체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2005년의 6자 회담이 끝난 뒤 나온 9.19 공동성명에서는 “직접 당사국이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체제에 관한 협상을 벌인다”라는 표현도 나옵니다. 2007년의 남북 정상회담 후에 발표된 10.4 선언에서도 “3자 또는 4자 정상이 한반도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간다”라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도 이번에 북한을 다녀와서 “6자 회담의 당사국은 정전협정을 언젠가는 평화협정으로 대체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언급했습니다.

앵커:
이번에 한반도의 평화 체제와 관련해 나온 북미 간의 양해는 어떤 의미를 지닙니까?

기자: 우선 미북 양자 대화의 주요 의제였던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논의하는 방법과 관련해서 양측 간에 약간은 진전이 있었다고 보입니다.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하는 평화 체제가 정권의 사활을 건 문제여서 이를 거론했다고 추정됩니다. 또 그간 비핵화 논의에 가려 있던 이 문제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거론될 가능성도 보였다고 분석됩니다. 미국은 비핵화에 앞선 평화 체제의 논의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다가 이를 일부 양해했다고 보입니다. 이와 함께 미국과 북한이 북핵 논의에 관한 새 틀 짜기를 모색하고 평화 체제를 거론하는 두 시점이 맞물려 있다는 점도 관심을 두고서 보아야 합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를 북한과 어떻게 논의할지를 언급함으로써 협상 틀을 재편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틀이 다시 짜여서 북한 의도대로 한반도의 평화 체제가 핵심 문제로 부상한다면 북한의 비핵화는 해결 국면으로 빠르게 접어들 수도 있습니다. 미북 간의 양해는 이런 점에서 내비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앵커: 북한이 한국을 4자 회담의 당사국으로 삼겠다고 양해한 점을 보면 지금까지 구사해 왔던, ‘미국과 통하고 남조선은 막는다’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전술을 포기했다고 보이는데요?

기자: 사실상 그렇다고도 보입니다. 북한이 올해 여름부터는 미국이나 한국을 비슷한 수준에서 우호적으로 대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초청과 미국 여기자 석방,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초청, 김대중 전 대통령 사망시의 조문사절 파견 등을 볼 때 이런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북한이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했기 때문에 나왔습니다. 이젠 한국을 배제하고는 학수고대(鶴首苦待)하는 북미 관계의 개선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밖에 미국과 관계를 설령 개선한다고 해도 한국과 관계가 나쁘면 경제 지원을 받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했습니다. 한국은 과거에 원조를 받다가 이젠 주는 나라로 돌아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입니다. 북한이 이런 상황에서 통미봉남 전술에 더 집착하지 않는다는 점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보입니다.

앵커: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6자 회담의 틀에서 4자 회담의 형식으로 진행하면 비핵화와 평화 체제가 서로 얽혀 두 문제의 가닥을 잡기가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요?

기자:
비핵화와 평화 체제를 논의하는 데에서 선후 관계가 초점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북한은 평화협정을 우선적으로 논의하자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비핵화의 진전을 보면서 평화협정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비핵화와 상응하는 조치에 관한 논의의 순서를 어떻게 정할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두 문제의 논의가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평화 체제를 먼저 논의하면 비핵화가 가려질 수 있다며 비핵화가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룬 후 평화 체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미국은 한국의 이런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6자 회담 또는 4자 회담 당사국이 어느 시점에 가서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체제를 병행해서 논의하는 경우도 상정할 수가 있습니까?

기자: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는 봅니다. 6자 회담의 주요 당사국인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와 평화 체제만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우기다가 파국을 맞지 않겠다는 게 양국 입장입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해서 타협이 나올 수도 있는데 그것이 두 문제의 병행 논의일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한반도 비핵화가 어느 정도는 가시화해야만 가능한 이야기라고 보입니다.

앵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평화 체제의 논의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지요?

기자: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한이 평화협정을 비핵화의 선결 과제로 주장하는 이유로 시간 벌기를 들었습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이젠 현실을 직시할 때라며 미국이 과거 15년간 양자 또는 6자 회담으로 비핵화를 논의했지만 결과는 같았고 북한은 두 차례 핵 실험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견해는 미국의 일간 신문인 워싱턴 포스트(WP) 12월 18일자에 실려있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4자 회담과 한반도의 평화 체제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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