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연중 휴식일 거의 없어

서울-정영 xallsl@rfa.org
2009-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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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을 맞아 북한에서 새로 발행한 달력에는 공휴일과 일요일을 포함해 쉬는 날이 모두 68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각종 사회동원과 주민통제 때문에 주민들이 실제로 쉬는 날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얼마 전 북한의 평양출판사가 발행한 2010년 달력이 한국에 반입되었습니다. 달력에 표시된 빨간날, 그러니까, 국가명절과 일요일은 모두 68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국가명절과 일요일이 네번이나 겹쳐 올해보다는 쉬는 날이 4일이나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1년 365일 치고 68일을 쉰다는 것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북한에서 빨간날(공휴일 표시)은 주민들이 휴식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주일 내내 일하던 아버지들은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쉬고 싶고, 아이들은 집안 일도 돕고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은 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쉬는 날이 거의 없습니다. 북한의 ‘사회주의 노동법’에는 원칙적으로 1일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규정하고 있고, 1주일에 6일동안 근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노동법 규정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2007년 양강도 지방에서 기계공장 노동자로 일하다 한국에 나온 김성천(가명)씨의 말입니다.

김성천: 어쩌다 한번 생산이 밀렸다가 갑자기 자재가 들어오면 그런 날은 며칠내로 그걸 하라고 하면 놀 사이가 없지요. 이렇게 저렇게 하고 놀사이가 없는 날이 많지요. 학습하고, 충성의 노래모임하고, 명절준비하고 또 무슨 행사하고 이러다 보면 쉬는 날이 없지요.

이 탈북자는 자신의 공장에서는 일요일이 따로 없이 일을 했고, 일을 한 보수도 없었다고 말합니다. 휴식날 일할 경우, 보통 하루노임에다 휴일근무수당으로 50%가량 더 얹어서 받는 남한과 달리 북한에서는 그러한 추가적인 수당이 없다는 것입니다.

생산을 지휘하는 공장 하급 간부들도 하루쯤 가족들과 쉬고 싶지만, 일을 하라는 상부의 지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노동자들을 동원한다고 이 탈북자는 말합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일요일에 쉬우지 않는 이유는 주민통제를 위한 목적이 강합니다. 특히 겨울철 일요일에는 흙갈이, 새땅찾기, 식수 사업 때문에 주민들은 거의 놀지 못합니다.

2006년 탈북하기 전까지 자강도에서 일했던 박정남(가명)씨는 자신이 속해있던 군에서는 겨울이 되면 새땅찾기에 동원되었다고 말합니다.

농촌에 나가 불을 피우고 언 땅을 깠지만, 여름에 1시간이면 할 일을 겨울에는 하루종일 해도 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박정남: 일자리도 축나지 않고 틈을 주지 않으려고 딴 생각을 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을려고 하는거지, 능률도 안나고 효률이 떨어지는 것을 자기들도 알면서도 시키는거지요.

이처럼 북한이 주민들을 놀리지 않는 이유는 허튼 생각을 하지 못하게 통제하기 위한 것입니다. 즉, 겨울에 사람들이 모여 술판을 벌리고, 주패(포커)를 치는 등 자유롭게 살면 사회에 대해 불평을 하기 쉽기 때문에 절대로 놀리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일요일에 벌이는 사회노동은 주로 인민반을 통해 이뤄집니다.

한국에 나오기 전까지 북한에서 인민반장을 지냈던 김선옥(가명)씨는 상부에서 사회노동 과제를 내려보내면 자신은 주민들을 동원시켰다고 말합니다.

이 여성은 반원들을 사회노동에 동원시킬 때마다 제일 미안했던 것은 남의 집 문을 두드릴 때였다고 말합니다. 인민반장들은 노동당원 가운데서 원칙이 강한 여성들로 선발되는데, 어떤 인민반장들은 일요일 아침이면 종과 꽹과리를 치면서 반원들을 동원시켰다고 말합니다.

사회노동에 빠지는 주민들에게는 각종 세부담(세금)을 들씌우고, 상부에 낙후자 명단을 만들어 올려야 했다고 이 여성은 말합니다.

김선옥: 거기도 단체가 있잖아요. 조직생활을 하잖아요. 뭐 부녀단체도 있고, 세대주들이 많이 빠지면 세대주 반장이 비판을 하고, 그런 집들은 어쩔 수 없이 굶더라도 내야 되고, 어떤 집들은 내지 못하고 그러지요.

각 지역의 동 사무소에서는 인민반장들에게 사회노동에 빠지는 사람들을 장악하게 하고 만약 몸으로 참가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만한 량의 옥수수나 돈을 받았다고 이 여성은 말합니다.

북한에서 법적으로 정해진 휴식일. 노동자들이 한 주일동안 쌓였던 피곤을 풀어야 할 시간은 이처럼 잦은 사회노동과 주민통제 때문에 사실상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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