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외상, 싱가포르 개별 접촉 가능성 희박

일본의 고무라 외상은 싱가포르에서 개최되고 있는 아세안 지역포럼에 참석한 박의춘 외무상과 개별 접촉을 갖고 납치 재조사 문제를 논의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이 고무라 외상과 개별 접촉에 응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도쿄-채명석 xallsl@rfa.org
2008.07.23
도쿄의 채명석 특파원을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을 알아보겠습니다.

문: 싱가포르에서는 23일 6자 비공식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습니다.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과 일본의 고무라 외상이 별도로 만나 납치 재조사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은 있는지요.

답: 일본의 고무라 외상은 아세안 지역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1일 싱가포르에 도착했는데요.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도 아세안 지역포럼에 참가하기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북한과 일본 외상이 개별 접촉을 갖고 납치 재조사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습니다.

허지만 일본의 고무라 외상은 22일에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개별 회담, 23일에는 미국의 라이스 국무장관과 개별 회담을 갖고 25일에 싱가포르를 출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박의춘 외무상과의 개별 접촉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습니다.

고무라 외상은 23일 라이스 장관과의 개별 회담을 갖고 “북한이 약속한 납치 재조사가 실시되고 있지 않다. 미국도 북한에 재조사를 실시하도록 압력을 가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라이스 국무장관이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며 미국의 협력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북경에서 지난 달 초 개최된 북일 실무 협의에서 납치 재조사와 제재 조치 일부 완화에 합의한 이후 납치 문제 재조사에 관해 북한측으로부터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문: 납치문제 재조사가 물 건너 갈 경우 재조사 대가로 제재 조치 일부 완화를 약속한 후쿠다 정권이 크게 궁지에 몰릴 것으로 보이는 데요. 일본 현지에서는 납치 재조사 문제의 향방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답: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 모임, 구출 모임 전국 협의회, 납치의원연맹 등 이른바 납치 관련 3단체는 이미 지난 9일 제재 조치 완화를 약속한 후쿠다 정권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활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납치 관련 3단체는 또 후쿠다 정권이 실제로 제재 조치 일부를 완화할 경우 반대 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한 상태입니다.

허지만 납치 재조사를 약속한 북경 합의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납치 재조사에 관해 북한측으로부터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고, 납치 재조사 문제를 논의할 차기 실무협의 개최 일정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도 없습니다.

따라서 납치 관련 3단체는 북한이 테러 지원국 지정 해제를 위해 일본에 납치 재조사를 약속한 것에 불과하며, 후쿠다 정권은 북한의 술수에 빠져 제재 조치 일부 완화를 약속한 어리석음을 저질렀다고 후쿠다 정권을 맹비난하고 있습니다.

일본 전문가들도 테러 지원국 해제 기한인 8월 11일 이전에 납치 재조사에 관한 방법, 일정 등에 합의하지 못하거나 북한의 핵 불능화 작업이 완료하는 10월말 이전에 납치 재조사가 실시되지 않을 경우 북경 합의 자체가 백지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현재 여론 지지율이 2할 대를 넘나드는 후쿠다 정권은 정권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곧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납치 재조사 문제의 활로를 열기 위해 고무라 외상을 경질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허지만 개각을 단행한 이후 북한과 합의한 납치 재조사 문제가 백지로 환원될 경우 납치 관련 단체들의 압력으로 후쿠다 내각은 즉각 붕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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