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역사(役事)식 노력 동원은 현대판 노예 노동"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를 시찰했다는 북한 보도가 나오면서 남측 언론은 북한에서 제2의 천리마운동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했습니다. 탈북자들은 천리마 운동에서 시작된 '개미역사'식 노력 동원이 일종의 현대판 노예 노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노재완 xallsl@rfa.org
2008-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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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4일 1950년대 천리마운동의 발원지인 남포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를 시찰하자 북한 언론매체들은 일제히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의 봉화"라고 그 의미를 부여하면서 잇따라 관련 보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한국의 일부 언론에서는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인 2012년을 준비하기 위해서 북한에서 '제2의 천리마운동'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의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천리마운동 시기에 대규모 토목공사 현장을 보면 북한 주민들은 아무런 기술과 장비 없이 인해전술식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이를 두고 흔히 "개미가 뼈다귀를 갉아먹는 전술"이라고 부릅니다.

천리마운동이 한창이던 59년 3월.

당시 함남 함흥의 용성기계공장을 방문한 김일성 주석이 천5백 마력 감속기를 여러 개의 작은 공작기계로 깎아내는 것을 보고 개미가 뼈다귀를 갉아먹는 격의 작업 방법이라고 말해 북한의 공식 용어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북한은 이 작업 방법에 대해 "사색과 탐구, 대담성이 가미된 생산 방식"이라고 주장하면서 일선 경제부문 간부들에게 적극 실천해나갈 것을 촉구했습니다.

탈북자들은 북한의 대규모 공사 때마다 인력 동원운동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우선 건설장비의 부족을 꼽았습니다. 청년돌격대출신의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입니다.

박상학: 한국처럼 건설기자재 설비가 없으니까 모든 것을 인력으로 하죠. 가끔 가서 장비가 있다 하더라도 휘발유라든지 디젤유 이런 기름이 없으니까 운송수단이라든가 건설기계, 여기로 말하면 크레인 같은것을 움직일 수가 없어요..

김정일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이후 첫 인민경제부문 현지 지도인 98년 1월 자강도 시찰에서 "개미가 뼈다귀를 야금야금 뜯어먹는 전술로 우리 경제를 활성화해 나가야 한다"면서 이 전술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자력갱생의 전법, 섬멸전의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토지정리사업과 2000년 10월 노동당 창건 55주년을 기해 준공한 평양-남포 간 고속도로 공사는 "개미가 뼈다귀를 갉아먹는 전술"의 최근 대표적인 전형입니다.

청년영웅도로라고 붙여진 평양-남포 고속도로는 5만명의 청춘남녀들이 동원돼 700일(1년 11개월)만에 완공됐다고 합니다. 북한 젊은이들의 피와 땀이 서린 고속로로인 것입니다.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 일도 당에 충성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젊은 일꾼들이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했고, 특히 식량난으로 잘 먹지 못해 일이 더 힘들었다고 탈북자들은 전합니다. 박상학 대표입니다.

박상학: 공사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얽혀 있다 보니까 사고도 많이 나고 그러죠. 인간의 한계에 다다르고. 남한 사람들은 잘 이해되지 않겠지만 제가 보기엔 현대판 노예 노동입니다.

대규모 공사 현장에서 '개미역사'식 노력 동원은 주민들의 혁명적 열의를 최대한 발동시키는 '사상전'과 경제 건설에서 속도를 중시하는 '속도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박사는 사상전과 속도전에 대해 "70년대 이후 김정일식 경제운용 방식의 하나"라면서 "가용한 자원과 투자 여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주민들의 사상의식에 의존해 최단 시일내에 생산성 증대를 이룩하려는 데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천리마운동은 1956년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일성 주석이 "천리마를 탄 기세로 달리자"는 구호를 제시함으로써 사회주의건설의 총노선으로 추진됐습니다. 이어 58년 9월에 개최된 '전국생산혁신자대회'를 계기로 북한 전체 근로자의 노력경쟁 운동으로 본격화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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