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 뒤집어 보기] 외국영화 즐기는 북한 지도층

건강이상설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던 지난 시기 김정일 위원장의 ‘영화의 천재성’을 소개한 서방 언론의 기사가 얼마 전 한국 언론에서 소개되었습니다.
서울-정영 xallsl@rfa.org
2008.11.27
그러나, 북한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즐겨보는 미국 영화와 한국 영화를 일반 주민들은 보지 못하게 통제한다는 분석입니다.

정영 기자가 분석합니다.

지난 9월 제 11차 평양국제영화축전(17~26일)에 참가했던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기자는 북한의 공훈예술가 장인학 감독을 만나 김정일 위원장의 영화 천재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장 감독은 기자에게 “모든 사람들이 영화를 사랑하지만, 경애하는 지도자만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고 칭송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을 “영화의 천재”로 치켜세웠습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김정일 위원장은 북한에서 '예술의 천재' '영화의 천재'로 알려졌습니다.

김 위원장이 당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문화예술 부문을 지도하던 60년대 말 ‘꽃파는 처녀’와 ‘한자위단원의 운명’ 등 항일 빨치산시절 산에서 공연되었던 연극들을 영화와 가극으로 옮기는 작업을 직접 틀어쥐고 진행했습니다.

이 영화들이 사상성과 예술성이 높은 대작으로 평가받으면서 김 위원장은 천재적 예술적 기질을 인정받아 차기 지도자로 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또, ‘영화예술론’과 같은 책을 펴내면서 사상예술이론가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남한과 서방세계는 그를 가리켜 ‘영화광’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 그의 취향 때문에 붙여진 이유도 있지만, 일반 주민들이 볼 수 없는 자본주의 영화들을 빠짐없이 보는 그의 이중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기도 합니다.

평양시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영화문헌고’에는 일반인들이 볼 수 없는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 영화가 3만 편이나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남조선실’에 있는 한국 영화들은 매 영화마다 제목과 제작 연도, 출연 배우, 감독과 제작진의 이름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습니다.

이 ‘영화문헌고’를 찾았던 한국의 신상옥 감독도 자기가 만든 영화 필름 가운데 한국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작품들까지 보관된 사실을 놓고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한때 한국영화계에 이름을 날렸던 신상옥 최은희 부부를 납치해 북한에서 영화를 찍게 했던 것도 한국 영화에 대한 김정일의 관심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입니다.

영화문헌고에 보관된 외국 영화들은 김 위원장과 중앙당 간부들, 그리고 선택된 사람들만 관람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특정 계층들은 미국 영화나 한국 영화를 마음대로 보면서도 북한 당국은 일반 주민들이 보지 못하게 기를 쓰고 통제하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전문 단속하는 인민보안성 ‘109상무’ 규찰대들이 갑자기 전기를 끊고 주민 가옥에 뛰어들어 VCD와 녹화기를 뒤지는 등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고 최근에 북한을 나온 탈북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북한의 지도자는 외국 영화를 봐도 되고, 주민은 보면 안 된다는 식으로 북한에서는 예술 향유에서도 명암이 갈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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