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북 도발 이례적 비판…북 입지 흔들?
2023.07.14
앵커: 북한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아세안 국가, 즉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놨습니다. 그 배경과 북한과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에 대해 자민 앤더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이 가입한 유일한 역내 다자 안보협의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13일부터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안광일 주인도네시아 북한대사가 참석했습니다.
최선희 외무상의 참석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결국 코로나 19 확산과 정세 문제 등으로 2018년 이후 5년째 아세안 국가 주재 대사급 인사가 북한 대표로 나왔습니다.
눈길을 끈 건 회의 첫 날 아세안 외교장관들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점입니다.
아세안 국가들 간 사전 회의가 이미 시작된 12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서자 이 지역 외교수장들이 “(북한의) 이번 행동에 경악했다”는 ‘외교적이지 않은’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단합된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보여준 겁니다.
북한이 유일하게 가입한 외교장관 회의에서 북한과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이 낸 성명이어서 이례적으로 평가됩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아세안 국가들 사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수동적으로 가만히 있을 수 없고, 북한의 행동을 지적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특히 “한국의 외교 정책이 (아세안의) 많은 국가들이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더 인식하게 하고, 북한이 행동을 바꿀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인지하도록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세계의 중추 국가로서 한국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악의적인 행동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세안 국가들의 성명 발표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제 외교 무대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아세안 국가들도 입장에 변화를 보였을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공동 성명으로 북한과 아세안 국가들 간 관계는 어떻게 달라질까?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전문기자는 이번 성명이 북한에게 좋은 일은 아니지만, 북한과 아세안 국가들 간의 관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마키노 기자: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외교적으로 북한에 대해) 좀 다중적인 입장입니다. UN 결의를 위반하는 미사일 발사나 핵 실험 같은 북한의 행위에 대해서는 규탄을 하더라도, 북한과의 관계를 완전히 배제시키는 것은 아니거든요.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 역시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입장에서 아세안 국가들의 공동 성명이 신경 쓰일 수는 있겠지만, 북한의 도발을 멈추게 할 정도로 위협이 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스 국장: 북한 문제에 대해 주로 목소리를 내지 않던 아세안 국가들이 규탄 성명을 발표한 건 이례적이긴 합니다. 그러나 북한과 아세안 국가들이 가진 관계는 경제적인, 금전적 이익을 얻기 위함임을 고려한다면, 예를 들어 북한과 우호적인 나라인 말레이시아가 저런 성명을 낸다고 해서 북한과의 경제적 거래를 끊지는 않을 겁니다.
실제 이번 회의의 주최측인 인도네시아 시드하르토 수리디푸로 고위관리회의 대표가 최선희 외무상을 초청하기 위해 노력했고, 규탄 성명을 낸 직후인 14일에도 수리디푸로 대표가 안광일 대사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나눈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14일 열린 회의에 참석한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과 안광일 북한 대사는 서로 맞은편에 앉았지만, 유의미한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