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열병식 공개 무인기로 도발 가능성”
2023.08.08
앵커: 북한이 지난달 ‘전승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선보인 신형 무인기를 동원해 조만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말 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 즉 ‘전승절’ 70주년 기념 야간 열병식에서 신형 무인기를 선보인 북한.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4일 ‘북한 열병식 무인기 등장의 함의’라는 주제로 보고서를 내고, 북한이 해당 무인기를 동원한 도발을 곧 시도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오일석 연구위원과 최용환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 2013년 전승절 열병식에서 무인기를 공개한 뒤 이듬해 파주, 백령도, 삼척 등에 무인기를 침투시킨 사례를 언급하며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13년 전승절 60주년 열병식에서 다양한 무기들을 공개하는 가운데 ‘무인 타격기’도 선보였습니다.
다음 해인 2014년에는 북한의 소형 무인기가 파주와 백령도, 삼척 등에서 추락한 채 발견됐는데 특히 파주에서 수거된 무인기 카메라에서는 청와대 전경이 담긴 사진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전례로 볼 때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공개한 무인기를 즉시 대남 도발에 투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입니다.
연구진은 또 이번에 공개된 무인기를 통해 북한의 개발 능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적어도 외형만큼은 미국의 첨단 장비와 흡사한 데다 관련 영상 등으로 미뤄 그 성능도 지난해 말 서울·경기 일대에 침투한 무인기보다 크게 개선됐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해당 무인기들이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전쟁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전쟁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무인기 활용도가 높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해 북한의 무인기 전력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서로 밀착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만큼, 양국 간 군사협력이 단순한 포탄 거래 수준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군사정찰위성 및 무인기 개발에 러시아가 핵심 기술을 제공할 것으로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연구진은 북한이 무인기를 통해 핵무기 뿐 아니라 첨단 재래식 전력 개발에도 소홀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만큼, 한국이 이에 대한 탐지·무력화 등 대응 능력을 제고하는 한편 자체적인 무인기 기술 및 전략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북한이 지난달 공개한 새 무인기가 적어도 적군의 이상 활동을 알려주는 조기경보에 유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38노스는 미사일 개발 등에 성공한 북한이 이 같은 무인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은 놀랍지 않다면서도 그 성능은 아직 공개되지 않아 확실한 판단이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그 성능이 미국이 보유한 첨단 무인기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들을 통해 정보수집이나 외부 군사활동에 대한 조기경보 체계를 강화할 순 있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특히 ‘전략무인정찰기’를 활용해서는 북한 영공에서 수백km 떨어진 해상과 한국 내부까지 관찰한 뒤 수집한 정보를 지상에 전달할 수 있어 공격이나 선제타격 준비를 비롯한 정황을 일찍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