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러, 역대 북한 지도자와 어떻게 다를까?

워싱턴-양희정 yangh@rfa.org
2019.04.24
kim_russia_talk_b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마중 나온 올렉 코줴먀코 연해주 주지사 등 러시아 인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후 첫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했습니다. 그의 이번 행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김일성 국가주석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양희정 기자가 정리해 봤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번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에 앞서 북한 지도자가 러시아를 찾은 것은 김일성 주석이 9차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차례로 총 12차례입니다.

김일성 주석은 1949년 3월 처음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해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만난 것을 포함해 총 9차례 모스크바를 방문했습니다.

미국 정책연구소 우드로윌슨센터가 세계 40여개국의 기록보관소 등에서 수집한 비밀해제 문건 영어 번역문에 따르면, 김 주석은 첫 모스크바 방문에서 스탈린 서기장에게 북한 경제 재건과 개발을 위한 2개년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기계류와 관련 기술지원, 그리고 지질탐사 기술자 등의 파견을 요청했습니다.

김 주석은 또 러시아로부터 장비와 증기기관차, 전기기관차, 섬유산업을 위한 장비와 부품 등을 수입하기 위해 미화 4천만 달러에서 5천만 달러 가량의 융자(credit)를 요구했고 북한 아오지와 러시아 하산스키 지역의 크라스키노 간 57킬로미터를 잇는 철도 건설도 요청했습니다.

김 주석은 이 밖에도 북한 장교들을 구 소련 군사학교(Military Academy of the USSR)에 파견해 훈련시킬 수 있도록 스탈린 서기장의 허락을 구하고 러시아 교사 파견 등을 요청했다고 비밀문서에 기록돼 있습니다.

모스크바에만 9차례 방문한 김 주석과 달리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 울란우데를 각각 한 차례씩 방문했습니다.

2001년 7월26일부터 8월 18일까지 9일 간 특별열차로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를 거쳐 모스크바까지 이동해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김정일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 권리 인정과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 연결사업 합의 등 8개 항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습니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모스크바까지 왕복 철도로 이동한 거리는 2만 여 킬로미터에 달합니다.

북한 지도층을 연구하는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장은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구 소련 당시 스탈린 서기장과 김일성 주석은 후원자(Patron)와 피보호자 혹은 의존자(Client) 관계로 김 주석이 스탈린이나 니키타 흐루시초프 구 소련 공산당 서기장들을 오라 가라 할 입장이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스 국장: 신세를 지고 있으니 모스크바까지 직접 가야 했던 것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비해 러시아 지도자의 관계에서 더 약자였던 셈이죠.

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2년 8월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극동지역의 산업시설 등을 둘러보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을 통해 북러 철도연결사업 등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어 2011년 시베리아 부랴티야공화국의 수도 울란우데를 방문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과 회담했습니다.

이른바 ‘기차외교(train diplomacy)’의 한계로 정상회담을 위해 외국 방문의 기회가 적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 항공편으로 싱가포르로 이동해 제1차 미북 정상회담을 갖는 한편 3월, 5월, 6월 세 차례 전용열차 편으로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또 2019년 1월 중국 방문과 2월 베트남 즉 윁남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위해 전용열차 편으로 이동하는 등 불과 1년 여만에 분주한 외국 방문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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