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메릴 “현실주의자 트럼프, 북한에 유연한 입장”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8.01.10
trump_jongunkim_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ASSOCIATED PRESS

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문제와 관련해 현실주의자로서 유연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전직 미국 정보기관 관리가 평가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 고위급회담 결과가 매우 훌륭했고 남북한이 모처럼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실장을 역임한 존 메릴 박사가 평가했습니다.

메릴 박사는10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번 회담이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았던 한반도 긴장국면을 되돌리는 출발점이 됐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존 메릴: 남북한이 모처럼 마련된 기회를 잘 활용해 관계개선으로 이어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미국과 북한이 핵문제를 놓고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그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남북 고위급회담에 대해 신속히 지지의사를 밝힌 점에 주목했습니다.

성공한 사업가 출신으로 유연한 현실주의자 면모를 다시 과시했다는 겁니다.

존 메릴: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 매우 유연한 인물입니다. ‘형상변조기(shapeshifter)’라고나 할까요? 자신의 입장을 쉽게 바꾸곤 합니다. 현실주의자입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어떤 참혹한 결과로 이어질지 잘 알고 있고 따라서 누구보다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존 메릴: 트럼프 대통령은 이념을 앞세우지 않습니다. 인권을 중시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북한과 협상에 나설 여지가 있는 셈이지요.

메릴 박사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역시 유연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핵과 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에서 성과를 거두고 잇단 지도부 숙청으로 권력장악을 공고히 한 상태에서 외교적 고립을 벗어나야 할 때라는 겁니다.

존 메릴: 김정은 위원장은 국내적 성과-우리에겐 물론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를 토대로 남북관계와 외교문제 등에서 국제적 고립을 벗어나는 능력을 보여야 할 처지입니다. 대북제재가 차츰 북한의 경제성장을 끌어 내리고 북한에 큰 고통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메릴 박사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미북 간 대화가 시작되면 한미연합군사훈련 역시 북한에 덜 위협적이고 덜 자극적인 방식으로 수위 조절이 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존 메릴: 군대는 물론 훈련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훈련하는가 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수만 명의 미군과 여러 척의 항공모함, 거기다 전략 폭격기까지 동원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은 한반도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는 현재로선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 중단 등 가능한 목표를 먼저 이뤄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가능한 목표를 먼저 성취하고 이를 토대로 걸림돌을 차차 제거해 나가는 것이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설정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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