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문 대통령 ‘한·아세안 회의’ 초청 거부

서울-목용재 moky@rfa.org
2019.11.21
galma_kimjungun-620.jpg 사진은 원산갈마비행장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2019'를 참관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앵커: 북한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청와대는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라는 쉽지 않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게 돼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같은 한국 청와대의 입장은 북한이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초청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힌 이후 나왔습니다.

한국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모친의 별세 이후 받은 김정은 위원장의 조의문에 대한 답신으로 지난 5일 친서를 보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친서를 통해 “김 위원장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의 노력을 국제사회의 지지로 확산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사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습니다.

고민정 한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한국 정부는 남북정상이 모든 가능한 계기에 자주 만나 남북 협력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해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받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고 대변인은 북한이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자리를 같이하는 쉽지 않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게 돼 아쉽다는 입장도 덧붙였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소득이 없는 한국 정부와의 형식적인 만남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서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도 실제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겁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즉각 재개에 대한 약속이나 이와 관련된 논의가 아니라면 북한은 한국 정부와 대화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번 기회에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북한은 이날 내놓은 입장을 통해 미국을 방문한 김연철 한국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 문제를 미국과 해결하려 한다며 비판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정은 위원장은) 형식적 친서나 보여주기식 행사보다는 자신이 체감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자신이 원하는 남북관계와 관련된 논의를 하자고 했다면 나왔을 것이라는 함의가 오늘 북한 입장 발표에 숨어있습니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을 거부한 것은 북한 내부 단속을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북한 관영매체의 경우 북한 간부들이 볼 수 있어 북한이 김 위원장의 위신을 세우기 위해 문 대통령의 친서를 활용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고 전 부원장은 김 위원장에 대한 경호 문제도 고려됐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다자협의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는 겁니다.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김 위원장의 신변과 관련된 문제가 거론됐을 겁니다. 다자협의장에 각국의 정보기관의 요원들이 동원될 수도 있는데 그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북한 당국이 걱정하는 겁니다.

북한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김 위원장이 방한할 합당한 이유를 찾지 못했고 남북관계를 논의할 의사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