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전 차관보 “적극적 대북접근 필요”

워싱턴-양성원 yangs@rfa.org
2014.02.27

앵커: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미국의 대북 강경론자들이 오히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도와주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대북 접근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힐 전 차관보는 지난 26일 미국 워싱턴 연방 하원 건물에서 열린 대북정책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적극적인 대북 협상을 촉구했습니다.

무모하고 호전적인 북한 정권과 대화하는 게 꺼려지는 상황은 이해할 수 있지만 북한과 접촉하지 않고는 북한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대북협상에 나서기 보다는 더 강력한 제재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세력들은 오히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방조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 역설적인 것은 북한에 대해 매우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는 북한을 오히려 도와주고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의 변화는 교류와 접촉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계속 외교적 관여(engagement)에 나서야만 하며 북한의 행태에 대한 단순한 ‘분노’나 ‘무시’는 결코 정책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함께 토론회에 참석하려다 사정상 불참한 미국의 엘리엇 앵글(Eliot Engel) 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도 성명을 통해 미국은 절대 외교를 포기해선 안된다면서 이는 결국 ‘핵보유국 북한’을 사실상 묵인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의 민간단체 전미북한위원회(NCNK)와 국가안보네트워크(NSN)는 이날 행사장에서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적극적인 대북외교와 폭넓은 미북 접촉을 촉구하는 공동 정책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인 이른바 ‘전략적 인내’ 기조는 실패했다면서 앞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데 필요한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하는 ‘전략적 형성(strategic shaping)’ 기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미국이 북한과 고위급 협상에 나서고 ‘뉴욕채널’로 불리는 미북대화 창구 이외에 반관반민 성격의 토론회 등 모든 창구를 통해서 북한 측과 대화할 필요가 있고 중단된 북한 내 미군 유해 발굴 사업도 재개해 북한 군부와도 접촉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또 ‘검증 가능한 북한의 비핵화’란 궁극적 목표 달성에 앞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핵실험 잠정중단이나 핵물질 생산 중단 등 중간 단계를 설정해 점진적인 북한 비핵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역량 강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국에도 즉각적인 이익이 되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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