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북한군 유가족에 전사증...비밀서약

서울-손혜민 xallsl@rfa.org
2024.12.30
파병 북한군 유가족에 전사증...비밀서약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22일 공개한 사살된 북한군의 위조 신분증. '리대혁'이라는 한국어 서명외에 모든 정보가 러시아어로 쓰여 있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SSO) 텔레그램 캡처

앵커: 북한 당국이 러시아 파병으로 사망한 군인들의 유가족에게 전사증을 수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북한 당국은 자녀의 전사증을 받아 오열하는 가족들에게 관련 사실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비밀 서약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북한 내부소식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군은 전쟁이나 전투 훈련에 참가했다가 사망한 군인에게 국가에서 수여하는 전사증을 수여합니다전사자 유가족은 국가에서 우대 물자를 공급받고 간부 사업 등에서 혜택을 받습니다최근 북한 당국은 러시아에 파병한 군인들 속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유가족을 불러 전사증을 수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위해 익명요청) 29일 “지난 18일 개천시 당위원회로부터 도당 행사에 참가하라는 통보를 받고 엄마와 함께 평성에 갔다가 특수부대에서 군 복무하던 동생의 전사증을 받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전사증을 수여하는 도당 위원회의 행사에서 도당 간부는 조국의 명예를 걸고 성스러운 전투 훈련에 참가하였다가 사망했다고 설명하며 유가족들에게 전사증을 수여했다고 밝혔습니다.

 

행사에 참가 유가족은 모두 십여 명 정도로 소식통은 “전사자 대부분이 폭풍군단 소속 군인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소식통은 “폭풍군단 군인들이 러-우 전쟁에 파병된 소식을 대부분의 주민들은 알고 있기 때문에 유가족들도 자녀들이 러시아로 파병 갔다가 사망한 것으로 짐작했지만당국은 이와 관련한 어떤 말도 밖에서 하지 않겠다는 서류에 지장을 찍도록 해 오열하고 돌아왔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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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 안전 위해 익명요청) 30일 “그제(27덕천시 당위원회에서 군사 복무 중 사망한 군인들의 유가족을 불러 전사증을 수여하는 행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전사증을 받은 유가족은 20여 명 정도였다고 행사에 참가했던 직장 동료에게 전해 들었다”며 “이날 당국은 유가족에게 당과 조국을 위하여 영예롭게 전사했다는 말만 전하고 사망 경위는 일체 말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소식통은 여러 면에서 이번 전사증’ 수여 행사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전연(국경지대 군인들과 특수부대 군인들이 전투 훈련 중 사망하거나 건설부대 군인들이 현장 사고로 사망하면해당 소속 군부대가 유가족에게 사망 원인과 장소를 알려주고 사망 통지서를 전달하거나 사망 경위에 따라 전사증을 수여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군이 아니라 당 조직에서 직접 유가족을 전화로 호출해 전사증을 전달했고 또 사망 장소와 원인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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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빨간 테이프(북한군 식별을 위한 표시)를 두른 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 무인기의 공격에 맞서 사격을 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특수작전군

 

따라서 소식통은 행사 이후 주민들 속에서 러시아 파병으로 전쟁에 참가한 군인 중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라는 파문이 크게 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1년에 한두 명만 받던 전사증이 이달에만 한 지역에서 열 명 이상의 유가족에게 수여된 것이어서 파병 군인 중 사망자가 더 많은 것 아니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나 “당국은 전사증을 수여 받은 유가족의 동향을 감시하며 여론 차단에 나서고 있다며 이런 당국의 통제에도 외화벌이를 위해 20대 젊은 군인들을 총알받이로 내몰았다는 주민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지난 19일 한국 국정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가한 북한군 100여 명이 사망하고 1천여 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웹 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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