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보위부 “영화 ‘인터뷰’ 보면 엄벌”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5.01.05
people_trial_305 지난 2011년 북한 신의주에서 남한영화를 보고 남한 노래를 들은 혐의로 적발된 북한 주민과 성매매 혐의로 붙잡힌 사람들이 운동장에서 많은 군중들이 모인 가운데 공개 인민재판을 받는 모습. (MBC TV 촬영)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암살을 소재로 한 미국 코미디 영화 ‘인터뷰’의 유입을 막기 위해 북한 보위부가 새해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일단 걸리면 엄벌에 처한다고 선포해 최근 국경지방 밀거래가 전면 중단됐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영화 ‘인터뷰’ 개봉에 거세게 반발해온 북한이 영화의 유입을 막기 위해 연초부터 ‘모기장’을 단단히 두르고 있습니다.

평안북도 국경지방의 한 소식통은 “보위부에서 새해 벽두부터 주민 강연과 내부 감시망을 총동원해 반동영화를 보지 말라고 강력 주문하고 있다”고 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그는 “3일 동안 쉬고 새해 첫 전투가 시작되자, 보위부와 인민반에서는 미국 영화라고 딱히 밝히지 않은 채 ‘외부 적대세력들이 공화국의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반동영화를 돌리고 있다’면서 이 영화를 들여오거나 보는 자들을 엄벌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아직 영화를 못 봤다고 전제하면서 “도대체 영화가 어떤 내용이 길래 이처럼 초긴장됐는가?”고 문의하며 “하도 보지 말라고 통제해서 오히려 사람들의 호기심을 돋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이 아직 북한 내부에 유입됐을지도 모를 영화 ‘인터뷰’에 과잉반응을 보여 모르고 있던 주민들도 되레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과 연락하고 있는 남한의 탈북자 단체들도 영화 ‘인터뷰’와 관련된 내부의 정황을 속속 전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는 “북한이 이처럼 ‘인터뷰’를 결사 저지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내부에 들어갈 경우, 김정은 암살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지난달 27일 “영화 ‘더 인터뷰’가 그 어느 나라, 그 어느 지역에서도 허용되여서는 안될 테로(테러)를 정당화하고 부추기는 불순한 반동영화이기때문”이라고 스스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북한 국방위원회가 영화제작을 ‘특대형 정치 도발’이라고 외부에 강하게 반발하는 한편, 보위부는 내부로 영화가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해 ‘모기장’을 치는 등 각 기관끼리 역할분담이 되어 있는 모양샙니다.

미국 영화 때문에 시작된 보위부의 국경연선 봉쇄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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