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명길 담화로 실무협상 기대치 표명…미북 타협 가능할 수도”

워싱턴-지예원 jiy@rfa.org
2019.09.20
us_nk_talk_b 북미 실무협상팀 카운터파트. 리용호-폼페이오, 김명길-비건.
/연합뉴스

앵커: 북한의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자신을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의 수석대표로 소개하며 비핵화 협상에 대한 단계적 접근을 강조한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북 양국이 타협점을 찾아 모종의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게리 새이모어(Gary Samore)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김명길 실무협상 수석대표 명의 담화를 통해 향후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에 대한 기대치를 표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담화에서 김명길 대표가 내비친 ‘단계적 접근’은 그간 북한이 줄곧 주장해온 입장인 만큼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미국이 이번 실무협상에서는 북한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제안을 하길 기대한다는 겁니다.

새이모어 전 조정관은 이어 미북 양국이 향후 3차 정상회담에서 발표할 수 있는 합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협상하려면, 앞으로 수 개월이 걸리는 여러 번의 힘든 실무협상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새이모어 전 조정관: 양측이 단계적 접근법에 합의한다 해도 당연히 첫 번째 단계가 크거나 혹은 작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복잡한 세부사항이 해결돼야 합니다. (I think there are many complicated details that would have to be resolved even if the two sides agree on a step-by-step approach because, of course, the step-by-step approach would be first big step or first small step.)

그는 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제재를 완화할 수 없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은 현실성이 없다며, 북한이 핵물질 생산 중단 등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부분적 제재완화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해리 카지아니스(Harry Kazianis) 미국 국가이익센터(CNI) 국장은 이날 이번 김명길 대표의 담화와 관련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비핵화 협상에 대한 ‘새로운 방법’을 언급한 만큼 미북 양국이 타협점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며, 앞으로 다가올 실무협상에서 모종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쇄와 이를 검증하는 국제사찰단을 허용할 경우, 이에 대한 미국 측 상응조치로 체제 안전보장, 부분적 제재완화,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등 이른바 ‘그랜드 바게인’ 즉 포괄적 일괄 타결에 근접한 합의 도출이 가능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둔 만큼 북핵 협상에 약한 모습을 보이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완전한 제제완화로 보이지 않도록 포장을 하는 것입니다. 즉, 북한이 합의를 준수한다면 미국이 18개월, 24개월 동안 일시적으로 제재를 완화하는 방식을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What they are mostly likely to do is pack this in a way that doesn’t look like full-blown sanctions relief. They might have to come up with a formulation that says we are going to roll back sanctions temporarily for 18 months, 24 months to see if North Korea complies with the deal.)

다만,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 방식을 고수할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또 다시 고조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데이비드 맥스웰(David Maxwell)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이번 김명길 대표 담화와 관련해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대북제재를 비핵화 협상카드(bargaining chip)로 인식해선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북제재를 완화하기 위해선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폐기, 사이버 공격 등 악의적 행위를 중단하고 인권을 개선하는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먼저 충실히 준수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또 미국이 그 동안 한미연합 군사훈련 축소 등 북핵 협상의 단계적 조치에 대한 융통성을 보여왔으나, 북한은 55구의 유해만 송환했을 뿐 미사일 발사시험을 단행하고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등 9.19 남북 군사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며 한국에 대한 안보 위협만 높여왔다고 우려했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이날 북한 김명길 대표 담화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우리는 북한의 9월말 협상 재개를 위한 약속을 환영한다”며 “합의된 시간과 장소에서 이러한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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