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못쓰니 오르는지 내리는지 몰라"


2008.01.11

서울-이현주 leehj@asia.rfa.org

고유가로 세계 경제가 들썩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장마당을 점령한 중국산 제품의 가격 상승과 고유가로 허리를 졸라매는 당국 때문에, 올해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는 깊어갈 것으로 전망돼고 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실생활에서 기름 사용이 거의 없는 북한 주민들에겐 이런 고유가는 피부에 직접 와 닿는 얘기는 아닐 거라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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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북한에선 거의 휘발유나 디젤로 불리는 경유 등 기름을 생활에 직접 사용해본 일은 없다고 말합니다. 평양에 살았던 탈북자 김춘애 씨는 1년에 한번, 석유 구매권을 가지고 석유를 받아 석유 곤로에 사용한 기억이 있습니다.

김춘애: 지방에는 석유 배급이라는 게 없어요. 평양에는 여름엔 땔 것이 없거든, 그래서 밥해먹라고 석유를 좀 주게 돼있어요. 1년에 한번, 여름에 나오는데, 이 마저도 잘 못 주죠.

그러나 이마저도 고난의 행군 때 끊겨 집에 있는 가구를 부셔 때거나 석탄을 구해서 사용하곤 했습니다.

김춘애: 나도 평양 살면서 가구를 다 쪼개 땠어요..

석탄이나 나무로 난방을 하고 밥해 먹는 생활을 생각하면 평양 생활이 지방보다 결코 낳지 않다고 김씨는 말합니다. 김춘애 씨는 북한이 남한 등 국제 사회로부터 중유 공급을 받는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 용도가 궁금하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김춘애: 기름 준다 이런 소식이 자꾸 나오는데 도대체 그거 다 어디 쓰는 건지.. 군대에도 없고 차도 안 다니고...

2000년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 최중현 씨는 북한 군인 출신입니다. 최씨는 군대에서 있는 자동차조차 시동을 걸 수 있는 최소한의 기름만을 넣어놓았을 뿐, 석유의 사용은 거의 없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또 당시 이런 연유, 경유는 현금과 같아서 군부대에서는 직책이 좀 높은 사람이면 이걸 빼돌려 팔아먹는 용도가 더 컸다는 것이 최씨의 설명입니다.

최중현: 빼돌려 팔고 물 타놓기다 일쑤였어요.

탈북 군인들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 씨는 이런 사정은 최근 북한을 나온 탈북자들을 만나도 틀리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함경도 청진병원에서 동의사로 근무한 김진희 씨도 병원에도 석유 사용도는 낮다고 말합니다.

김진희: 주로 전기 사용하구요, 난방은 석탄으로 합니다.

이 같이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석유는 생활에서 사용이 철저히 배제돼 있거나 최소한의 량을 사용하고 있고 석탄, 나무가 석유의 자리를 메우고 있다고 전함니다.

그러나 큰 문제는 주민들의 밥줄이자 생활을 실질적으로 지탱해주는 장마당이 고유가로 타격을 받는다는 점이라고 탈북자들은 분석합니다.

현재 북한 장마당에서 팔리는 물건의 85%는 수입산, 이중 중국산의 비율은 약 75%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고유가로 인해 이런 수입상품의 가격을 올라가면 장마당의 물가도 따라 오른다는 게 전 조선체코 합영 구두회사 사장을 지낸 탈북자 김태산씨의 말입니다.

김태산: 북한 주민들이야 남한 사람들처럼 매일 차 가지고 주유소가서 기름을 안 넣으니 이게 피부로는 와닿지 않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원유가가 오르면 생산가가 증가하고 물건을 만들어 파는 가격이 오르는 거죠.

또 고유가로 인한 타격을 피할 수 없는 북한 당국의 어려움 역시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돼, 올해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는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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