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통일부는 9일 2005년부터 탈북자 명칭을 ‘새터민’으로 바꾼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남한 내 탈북자 단체들 북한을 의식한 명칭 변경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남한 통일부는 지난 9일, 북한에서 이탈해 남한에 정착한 북한 주민에 대해 기존에 사용하던 ‘탈북자’ 또는 ‘북한 이탈 주민’ 라는 이름을 대신해 새로운 터전에서 삶의 희망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라 뜻의 순수 우리말인 ‘새터민’으로 바꾼다고 밝혔습니다. 남한 통일부는 탈북자라는 말이 남한 사회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탈북자의 남한 정착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판단 아래 지난 9월부터 약 5개월 동안 공청회 등의 과정을 통해 여론을 수렴한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그러나 남한에 있는 탈북자 단체들은 통일부의 이 같은 결정이 남북 관계를 고려한 선택이었으며 북한 정권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면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남한의 시민단체 북한민주화운동본부는 탈북자라는 용어에 정치적 요소가 강해 북한의 반발을 산다고 탈북자라는 명칭을 바꾼다면 독재와 배고픔이 싫어 고향을 등진 탈북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민주화 운동 본부의 김윤태 정책 실장의 말입니다.
“통일부가 실시했던 여론 선정 과정에서 많이 나온 의견들은 자유민, 이주민, 이향민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보다는 정치색이 없다는 이유로 새터민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선택한 것은 북한을 의식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남북 대학생 연합 모임인 백두한라회의 김은철 회장도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남한 정부가 진심으로 탈북자의 정착을 돕기 위해 탈북자들의 명칭을 바꾼다면 어떤 이름을 사용하던지 이해하겠지만 대북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면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부르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보지만, 탈북자라는 존재가 부담스러워서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면 불만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 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지적하는 것은 탈북자들의 명칭이 바뀌는 것보다 남한 사회에서 탈북자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여론이 개선되도록 하는 노력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민주화 운동 본부 김윤태 정책 실장의 말입니다.
“사실 우리들도 탈북자라는 말이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름을 바꾼다고 탈북자들에 대한 인식이 갑자기 바뀝니까? ”
특히 탈북자 명칭 변경과 탈북 수용 정책 개선안 등 남한 통일부가 최근 내놓고 있는 탈북자 정책이 남한 내 탈북자들과 시민단체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남한 정부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인권이나 중국에 있는 탈북자 문제, 탈북자 정착 문제에 대해 이 것이 그렇게 시급한 문제일까 하는 생각입니다.”
한편, 통일부 관계자는 남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론 수렴 과정에서 나온 다수 의견들 중 탈북동포는 탈북자과 별 차이가 없고 이향민은 실향민과 어감이 비슷해, 정확한 뜻을 가지고 있는 새터민으로 정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통일부는 또 탈북이라는 말을 바꾸기 위해 여러 가지 선정기준을 가지고 고민했지만 탈북자뿐 아니라 일반 남한 시민들의 생각도 고려했기 때문에 탈북자들의 의견이 전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일부는 앞으로 탈북자의 새로운 이름인 새터민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판단하면 국가의 공식적인 서류에도 새터민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남한 정부가 과거 김대중 정부 때 탈북자 용어를 대체하겠다면서 내놓았던 '북한 이탈 주민'이란 표현이 외면 받아 온 상황에서 과연 통일부가 정한 새로운 명칭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좀더 지켜볼 문제입니다.
서울-이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