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 위의 두 세계 - 폐신문지로 만든 잡지 ‘좋은 이웃’

200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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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서 일어나는 행사와 사건들을 전해드리는 서울 광장, 오늘 이 시간에는 다음달 창간되는 잡지, ‘좋은 이웃’을 소개해 드립니다. 이 잡지는 북한 인권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국제구명연대 문국환 씨가 발행하는 것으로 북한 주민과 중국 내 탈북자 문제 등 북한 인권 문제를 다뤄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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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신문지로 만든 잡지 ‘좋은 이웃’ - RFA PHOTO/이현주

잡지 ‘좋은 이웃’을 만드는 사무실은 서울에서 지하철로 약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부천에 위치해 있습니다. 기자가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는 5평 남짓한 공간에서 자원봉사자들 4명이 책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 잡지의 발행인 문국환 씨도 편집부터 인쇄, 제본까지 모두 참여하고 있고 문씨의 부인도 이곳에서 함께 책 만들기를 돕기 있었습니다.

북한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문국환 씨는 중국을 오가면서 탈북자들의 어려운 상황을 보고 이 문제 뛰어들었고 탈북소년 장길수 가족을 남한으로 데려오기도 한 인물입니다. 이번에 북한인권문제를 비롯한 탈북자 문제도 남한 사회에서 좀 널리 알려보자는 활동 차원에서 잡지 만들기를 기획했고 자금이 부족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4월 1일 창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잡지 이름은 ‘좋은 이웃’. 북한 인권 문제를 다뤄나갈 소식지 이름으로는 생뚱맞기도 하지만, 문씨는 모든 사람이 어렵지 않게 책장을 펼 수 있게 가벼운 제호를 선택했다고 설명합니다.

문국환: 우리가 이웃, 북한을 이웃으로 보았을 때 좋은 이웃이 무엇인가? 함께 고민해봐야겠다. 우리가 좋은 이웃이 되려면 함게 고민을 해봐야죠. 우리 이웃을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사는지요.

잡지는 탈북자들이 보내는 편지, 탈북자들의 사진, 북한 주민들의 사진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사진들도 있고 문국환 씨가 중국을 오가면서 찍은 사진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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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의 크기는 한손에 쏙 들어오게 작습니다. 모두 40 쪽으로 만들어질 예정인 잡지에는 한쪽엔 사진이 한쪽엔 글씨가 인쇄돼 있습니다. 게다가 잡지는 특이하게도 폐신문지를 이용해서 만들어졌습니다.

문국환: 한 일간지 기자가 전화를 하더니 물어보는 거야. 신문지 위에 어떻게 인쇄를 해요? 글씨를 지우고 그 위에 하나 물어보는데, 그게 아니고 그냥 주먹 만하게 크게 글자를 인쇄하면 된다 그랬지요 . 신문은 우리가 익숙하죠. 매일 접하고 근데 이거 하루 지나면 잊어버리죠 아주리 큰 사건도. 그러니까 버려지죠. 탈북자나 북한인권 이야기도 이것이랑 같아요. 비슷한 처지죠. 그래서 페신문과 북한인권과 접목을 시켜보면 어떨까 했던거죠.

문국환 씨는 처음에는 비싼 종이 값을 아끼겠다고 신문지 재활용을 생각했지만 예기치 않은 효과도 얻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피를 팔러 신의주에 갔다는 탈북 소녀 옥이의 편지는 남한 주식 시장의 급상승세를 알리는 기사 위에 인쇄됐고 앙상하게 마른 북한 아이의 사진은 러시아제 보드카를 파는 가게를 소개하는 기사 위에 붙여져 있습니다.

문국환: 우리 신문지라는 것이 우리 사회를 그대로 보여주잖아요. 근데 너무 동떨어져있어요. 보면 북한 사진과 우리 현실은 너무 대비돼요. 한쪽에서는 막 호화로운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한쪽에서는 굶어죽고..

요새 남한에서는 인쇄부터 해서 재단까지 책 만드는 일에 사람 손길이 갈 일이 없지만, ‘좋은 이웃’은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집니다. 앞에서 소개해드린 것과 같이 폐신문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우선 책 만드는 일은 신문지를 모으는 일부터 시작됩니다. 그 다음 모아진 신문지를 잡지 크기에 맞게 오리고 이것을 인쇄기를 이용해 글자를 찍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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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한 면에 탈북자들이 보내는 편지가 소개 되어있다. - RFA PHOTO/이현주

다시 찍어낸 종이를 한 장 한 장 엮어 쇠로 고정시킨 뒤에 재단기로 삐뚤삐뚤한 곳을 정리하고 사진을 따로 인쇄해서 풀로 붙이면 책이 완성됩니다. 문국환 씨와 자원 봉사자들은 이런 모든 과정이 어깨도 아프고 힘들 긴 하지만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좋게 봐주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지난 3월 1일 서울역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장에서 창간 준비호를 팔아봤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전합니다.

문국환: 10권, 20권씩 사주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문국환 씨는 앞으로 이 잡지에 더 이상 실릴 북한 인권 실상이 없을 때까지 이 잡지를 발행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랬습니다.

문국환: 이 신문하고 우리 잡지하고 이야기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잡지 안 만들어도 되죠. 이 잡지 한권의 가격은 남한 돈으로 이천원 매달 한 번씩 발행되고 잡지에서 얻어지는 판매수익금은 탈북자 구명운동, 중국에 수감 중인 북한인권운동가 지원, 탈북자 모임방 운영비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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