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통신] NGO 굿피플 “탈북자 편의점 창업 도와드려요”

안녕하세요? 서울통신의 이수경입니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먹고사는 일이 바쁘기만 한 요즘 한국의 비정부기구가 탈북자들의 소규모 창업을 지원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서울-이수경 xallsl@rfa.org
2009.02.02
NGO 굿피플은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창업교육을 하고 이를 통해 3개의 편의점이 문을 여는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지난 2004년 한국에 온 탈북자 진현기(가명) 씨는 지난달 말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편의점을 개업해 어엿한 점주가 됐습니다. 편의점이란 편리한 점포라는 개념으로 도입된 작은 생필품 가게를 말합니다. 주로 역 주변이나 도로변 등 사람과 차량이 많이 다니는 곳에 있어. 손님들이 각종 생활용품을 쉽게 살 수 있도록 하루 24시간 또는 밤늦은 시간까지 오랜 시간 영업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비정부기구 굿피플이 운영하는 자유시민대학 7기 졸업생인 진현기 씨는 이곳으로부터 창업 자금을 지원받아 정착 5년 만에 꿈을 이룬 것입니다. 굿피플은 진현기 씨에게 편의점 창업에 필요한 자금 5,000만 원을 이자 없이 지원했고 진 씨는 앞으로 매달 수입의 일부를 굿피플 측에 갚기로 한 조건입니다. 굿피플은 상환금으로 받은 자금을 다른 탈북자를 위한 창업 지원금으로 다시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탈북자 진현기 씨는 한국에 입국한 이후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동안 건설 일용직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직장을 구하는 것은 힘들지 않았지만 탈북자들은 직장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어렵습니다. 말을 해도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서로 다르니까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탈북 과정에서 얻은 병 때문에 오랜 시간 서 있는 것도 무리였습니다. 하지만, 창업을 하겠다는 목표를 이루려고 진 씨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창업 교육을 받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는 힘든지 몰랐다고 말합니다. 북한의 강제 노동 수용소에서 감금돼 영양실조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찾은 새 삶이기에 그저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고마웠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도 살아보고 중국에서도 살아보고 한국에서도 살아봤습니다.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예전에 겪었던 힘들었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살아있는 자체가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진현기 씨는 굿피플이 운영하는 자유시민대학의 도움으로 마침내 편의점 창업의 꿈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그는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제 경영 이념은 손님들이 왔을 때 없다는 말을 하지 말자. 그러니까 항상 모든 물건을 다 갖춰야 합니다. 거기서 서비스는 더 말할 필요도 없고요. 앞으로의 꿈은 저도 저보다 못한 사람들을 돕고 싶은 겁니다.”

굿피플이 탈북자들의 취업과 창업 교육을 위해 운영하는 자유시민대학의 김기남 과장은 앞서 식당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이 지원됐지만 편의점 창업은 탈북자들 사이에서 특히 관심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편의점 패밀리 마트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회사 측과 서로 협의를 해서 창업 아이템으로 패밀리 마트로 결정한 것입니다.”

실제로 자유시민대학으로부터 창업 교육을 지원받은 탈북자들은 앞서 여의도와 충무로에 족발과 보쌈을 파는 가게를 각각 하나씩 열었습니다. 차량 외형을 수리하는 점포의 사장이 된 탈북자도 여러 명입니다. 굿피플은 앞으로 4호, 5호 편의점도 계속 열고 다른 업종으로도 창업을 지원하는 대상을 넓힐 계획입니다.

“창업자 선정은 졸업생 중에서 희망자들이 경쟁합니다. 창업 교육 평가에 따라서 우수한 학생을 선정합니다. 특히 편의점은 24시간 365일 운영되기 때문에 주로 가족 단위의 탈북자들, 그 가운데서도 잘 운영할 분을 선정합니다.”

김 과장은 탈북자들이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체제와 문화, 그리고 언어 등의 차이로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은 자발적으로 다 해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타의적으로, 즉 국가에서 당에서 시키는 부분에 대해서 수동적으로 일합니다. 그런 문화 차이로 의사소통 자체가 잘 안됩니다. 또 다른 원인은 건강 문제입니다. 한국 사람처럼 한 달을 고정적으로 일하는 것이 힘듭니다. 제가 볼 때는 탈북자들의 30-40%는 건강이 좋지 않고 정신력으로 이겨내고 있습니다.”

김기남 과장은 앞으로 더 많은 단체나 기관이 탈북자들의 교육과 취업, 창업을 지원하는 일에 관심을 두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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