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취업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탈북자들은 인간적인 삶을 찾아 목숨을 걸고 한국에 왔지만 자본주의의 무한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또 다른 숙제를 풀어야 합니다. 이 시간에는 경제 위기 속에 더 힘들어진 탈북자들의 취업 문제를 진단해 봅니다.
컴퓨터 정비사인 탈북자 오미영 (가명. 26) 씨는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지 1년이 넘었지만 탈북자란 이유로 취업을 못하고 있습니다. 오 씨는 북한에서 컴퓨터 구경도 못한 초보였지만 컴퓨터를 관리하고 수리하는 기술을 배우면 쉽게 취직할 수 있다는 말에 남보다 열심히 공부한 결과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그러나 취직은 번번히 되지 않았고 오 씨는 취업할 의욕마저 잃었습니다.
오미영: 제가 컴퓨터 정비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그래서 경리 쪽으로 알아 보려고 전화를 했는데 탈북자인데 일자리 구합니다. 이렇게 전화를 하면 저희는 탈북자는 안 받습니다. 이렇게 사장님들이 대답을 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한국에 대해 기대를 많이 가졌는데 실망이 많습니다.
오 씨는 컴퓨터 정비사로 제대로 된 직장을 얻기 힘들어지자 시간제 노동으로 중국어를 가르치며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학력이 걸림돌이 됐습니다. 오 씨는 탈북자라는 이유로, 또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속 직장에서 외면 당하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합니다.
오미영: 중국어 과외를 했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그런데 학부모들이 제가 탈북자고 학력이 없으니까 거기에 대해서 실망하셨습니다.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서 고학력의 탈북자들도 취업이 어렵기는 마찬가집니다. 탈북자 김동철 (가명.28) 씨는 올해 서울에 위치한 유명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여러 직장에 입사 지원서를 냈지만 아직 취업 통보를 받는 곳은 없습니다.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된 것입니다. 김 씨는 앞서 졸업한 탈북자 선배들 대부분이 북한 출신이란 이유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불황도 이유지만, 탈북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탈북자들의 취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동철: 최근에 우리 탈북자 선배들과 같이 취직 준비를 했습니다. 취직 준비를 하다가 한계를 느꼈어요. 한 분은 고대를 졸업한 선배, 또 한 분은 한양대를 졸업한 선배, 그리고 전문대를 졸업하고 외국에 다녀온 분이 있었어요. 이들이 원서를 낼 때마다 떨어졌어요. 왜 떨어지는지 궁금했어요. 성적도 학점이 평균 3.5이상으로 좋았고 중국어도 잘하고 영어도 잘했습니다. 그러면 왜 취직이 안되느냐 분석해 봤더니 보이지 않은 탈북자라는 유리벽이 있었습니다.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취업하기 힘들다는 사실은 통계가 입증하고 있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지난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입국한 13세 이상 탈북자 13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탈북자 10명 가운데 3명은 직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나마 직장이 있는 탈북자들도 월평균 소득, 93만 7천원(미화로 약 700달러) 으로 한국의 도시 근로자들의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인(미화로 약 2천 달러) 데에 비하면 열악합니다. 게다가 근로직과 일용직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의 이우영 교수는 탈북자들은 북한과 남한의 서로 다른 교육과, 문화, 기술의 차이로 남한 사람들과 경쟁하기가 어려워 취직하기 힘들고 취직을 하더라도 단순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남한 사회의 탈북자에 대한 편견도 탈북자 고용을 꺼리게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우영: 탈북자 본인들은 남쪽이 같은 민족이긴 하지만 직업체계와 교육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경쟁능력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치가 높아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 높은 직업을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쪽에서 본다면 탈북자에 대한 편견이 뿌리가 깊습니다.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에서 왔다. 공산주의라고 보는 개념도 있고 가족을 배신한 사람이 아니냐는 편견이 있어서 사회적으로 이들을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의 경제난이 심각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자의 수는 계속 늘고 있어 탈북자의 취업 문제가 고질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탈북인단체총연합회’ 한창권 회장은 탈북자들의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창권 : 취업하기 어렵기는 어제나 오늘이나 같지요. 직장이 있는 사람들도 월급을 못 받고 있습니다. 공장이 문을 닫고 경영난을 겪고 있어서요. 한국 사람들도 어려운 데 우리는 더 어렵지요.
이와 관련해 북한대학원대학교의 이우영 교수는 현재의 정착 교육으로 탈북자들을 사회에 내보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탈북자 취업을 위한 맞춤형 직업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우영: 하나원에서 2개월 동안 사회적응 교육과 부분적인 직업 교육이 있지만 탈북자의 언어적 차이나 능력을 고려해서 탈북자를 위한 별도의 직업교육이 필요합니다. 직업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직업 훈련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교수는 이어 탈북자도 스스로 한국 자본주의 사회를 냉정한 시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고, 처음부터 과대한 꿈이나 기대치를 가지지 말고 현재 수준에서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은 후 단계적으로 성장하겠다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