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서 체포된 김희태 전도사 즉결재판에 넘겨져”


2006.09.05

지난 1일 태국 국경지대에서 체포된 탈북자 6명과 남한의 탈북지원활동가 김희태 전도사는 즉결재판에 넘겨졌으며, 아직까지 구금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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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과 라오스 접경지역 지도 - PHOTO courtesy of wikipedia.org

태국경찰은 지난달 31일 라오스 국경에 가까운 태국 동북부 스리치앙마이에서 여성 5명과 생후 6개월 된 남아 등 6명의 탈북자를 불법입국 혐의로 체포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4일 보도했습니다. 언론들은 이들 탈북자와 함께 있던 남한인 남성도 불법입국을 도운 혐의로 구속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번에 구속된 남한인 남성은 동남아시아에서 탈북자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희태 전도사이며, 현재 스리치앙마이의 구금시설에서 즉결재판에 넘겨진 상태라고 태국에서 김 전도사와 연락을 취하고 있는 남한인 김 모 씨가 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김 씨의 목소리는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변조됐습니다.

김 씨: 경찰한테 잡혀서 즉결재판에 넘어간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런데 토요일까지는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저한테 그랬거든요. 제 생각에는 스리치앙마이에 계속 있는 것 같아요. 그냥 구금된 거죠. 석방됐으면 연락이 왔을 텐데 말이죠. 제가 토요일 오전에 물어봤거든요. 김희태 전도사만 나올 수 있느냐 물어봤더니 그렇게 안 해준대요. 잡혔기 때문에, 그렇게 안 해준다고 그러더라구요.

김씨는 5일 현재 김전도사와 탈북자들은 아직까지 방콕으로 이송되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약 10일간 구류된 뒤 방콕으로 이송돼 강제송환 가능성을 포함한 신병처리 절차를 밟을 예정입니다.

김 씨는 그러나 태국당국이 이들을 강제 송환할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엘렌 사우어브레이 인구, 난민, 이주 담당차관보가 지난주 태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탈북자들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히면서, 탈북자들이 거쳐 가는 제3국에서 최종 정착지에 가도록 허락해줄 것을 강조하는 등 미국과 태국의 협력은 조용히 진전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입니다.

김씨: 여기 상황이 그렇게 지금 미국이 표방하고 있는 정책이 있기 때문에 제가 보니까 태국은 그런 것 (탈북자 문제)에 있어서 예민하게 대처하진 않아요. 시기적절하게 미국정책에 의해서 바뀌죠.

한편, 김 씨는 김전도사가 체포된 직후 방콕 주재 남한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주말 내내 시도했지만, 결국 연락이 되지 않았다며 대사관측의 무성의한 자세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김씨: (김희태 전도사로부터) 저한테 연락이 온 것이 저녁 7시였어요. 제가 밖에 있어서 대사관 전화번호를 몰라서 바로 이 태국 집에 오자마자 제가 전화번호를 찾아서 연락을 했더니 전화를 안 받는 거예요. 영사과에서요. 긴급한 상황이 있으면 다 전화를 돌려놓더라고요. 그런데 거기서도 안 받아요. 토요일 오전에도 전화를 안 받아요.

(오전) 10시 넘어서도 전화를 계속 했는데 안 받기에 제가 한국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다가 ‘무슨 이런 대사관이 어디 있느냐’. 교민한테 어떤 일이 발생할 수도 있고 여행자한테도 어떤 긴급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전화를 아무도 안 받아요. 그래서 ‘이게 무슨 대사관이냐.’ 제가 그렇게 글을 올렸었거든요.

결국 다급해진 김 씨는 남한의 친구를 통해 직접 남한의 외교통상부에 연락을 취하도록 조처를 취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씨는 남한 언론이 3일 일제히 김 씨와 탈북자들의 검거사실을 뒤늦게나마 보도했기 때문에 외교통상부도 이제는 사실확인작업에 들어갔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씨는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난달 방콕에서 175명의 탈북자가 대량 검거된 후, 현지 경찰당국이 국경 부근에서의 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신병처리가 순조롭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편, 김희태 전도사는 지난 2002년 중국 내 탈북자들의 제 3국행을 돕던 중 중국공안에 체포돼 2년간 수감생활을 했습니다. 올해 6월에는 라오스에서 탈북자와 함께 이동하다 현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워싱턴-장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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