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살뜰 남한살이] 텔레비전 ②- 재미와 교양 vs 정치 선전

1960-70년대, 남쪽 아이들이 드나들던 만화방에는 텔레비전 방이 따로 있었습니다. 사탕 값 정도 되는 돈을 내면 시간제로 아이들에게 텔레비전을 보게 해주었는데요, 마을에 제일 잘 사는 집 두세 곳에만 텔레비전이 있었던 시절의 얘깁니다. 지금은 한 집에 텔레비전이 한 대 이상 보급돼 있고 하다못해 휴대전화에도 텔레비전이 나오는 세상입니다.
서울-이현주 xallsl@rfa.org
2009.04.30
남북은 텔레비전의 보급에도 차이가 있지만, 텔레비전 방송의 내용은 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은 온종일 운동 경기만 볼 수 있는 방송도 있고 종일 보도만 해주는 보도 전문 통로도 있으며 영화만 또 연속극만 해주는 통로도 있습니다.

북쪽은 사실 채널, 즉 통로가 두 가지밖에 없으니까 골라 보려 해도 골라 볼 수가 없습니다. 남쪽은 지상파 5개에 유선 방송까지 잡아 돌리면 100개도 넘어서, 일요일 같이 놀 때는 좋은데, 볼거리가 많으면 밤잠 안 자고 보는 수가 있어서 그것이 문제지요.

여러분은 어떤 통로를 원하십니까? 오늘 ‘알뜰살뜰 남한 살이’, 이 시간에는 이런 남쪽의 텔레비전 방송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INS- 방송 채널 돌리는 소리


저희는 지금 텔레비전에 앞에 서 있습니다. 텔레비전 채널, 북쪽 식으로 말하면 통로를 쭉 돌려보니 거의 100개의 방송이 잡히네요.

MC :
김 선생은 하루에 텔레비전을 보통 얼마나 보세요?

김태산 :
글쎄요, 아침 뉴스는 무조건 보니까 한 30분 되고, 저녁에는 드라마와 뉴스를 보니 한 2-3시간 봅니다.

MC : 방송 내용에는 남북이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김태산 : 북쪽은 사실 채널, 즉 통로가 두 가지밖에 없으니까 골라 보려 해도 골라 볼 수가 없습니다. 남쪽은 지상파 5개에 유선 방송까지 잡아 돌리면 100개도 넘어서, 일요일 같이 놀 때는 좋은데, 볼거리가 많으면 밤잠 안 자고 보는 수가 있어서 그것이 문제지요.

남쪽의 텔레비전 방송은 송출하는 방법에 따라 지상파와 케이블, 위성 방송 등으로 구분합니다. 지상파는 말 그대로 지상에 있는 방송 송출 장비를 가지고 전파를 송출해 방송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방송할 수 있는 통로의 숫자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 운영하는 주요 방송사들이 이 지상파를 통해 방송되고 있습니다.

남쪽엔 KBS, MBC, 교육 방송인 EBS 그리고 지역 민영방송사 등 현재 5개 지상파 통로가 있습니다. 또 유선 방송이란 전선을 이용해 전송하는 방송입니다. 현재 남쪽에는 98개의 유선 방송사가 있고 이들이 운영하는 통로만도 86개가 됩니다. 그리고 위성을 이용하는 위성 방송, 인터넷을 이용한 인터넷 방송이 있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방송을 데이터 방식으로 송출하는 IPTV 라는 것도 있습니다.

그럼 이런 각각의 방송들은 이런 다양한 송출 방식을 하지고 어떤 내용의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지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우선, 많은 분이 좋아하시는 ‘연속극’입니다.

INS- 연속극 : 아내의 유혹 중


남쪽에서는 연속극을 ‘드라마’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지금 들으신 내용은 남쪽 텔레비전에서 방송되는. ‘아내의 유혹’이라는 제목의 연속극이었습니다. 삼각관계, 불륜 등을 극단적으로 그려내는 내용 탓에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도 많지만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이런 내용 탓에 인기 또한 높습니다.

MC : 남쪽 드라마는 거의 모두 다 사랑에 대한 얘기라고 할 수 있어요.

김태산 : 그래요. 북쪽에서도 연속극에 사랑 얘기가 다 있습니다. 그렇지만, 거기에도 정치적인 측면을 많이 넣어서 사랑을 해도 당과 수령에게 충실한 사람으로 사랑하자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죠. 그러나 남쪽에서는 그런 정치적인 면을 제외하고 순수한 인간관계로서 사랑이 나오다 보니, 삼각 관계니 불륜이니 하는 내용도 많이 나오나 봅니다. 인간사에 사실 삼각관계와 불륜이 없을 수는 없지만 북쪽에서는 그것을 감추는 반면 남쪽에서는 너무 드러내 놓고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삼각 관계는 북쪽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이런 삼각 관계를 다루지 말라는 통지문도 여러 차례 내려 보냈거든요.

MC : 그렇군요. 다음은 사극 얘기를 좀 해볼까요? 남성분들은 참 사극 좋아하는데요?

김태산 : 네, 저도 참 좋아합니다. 연속극 보다가 사극 보자고 하니까 가정에서 싸움 아닌 싸움이 나죠. 아내와 딸은 연속극 보겠다고 하고 나는 사극을 보겠다고 하고.. 이렇게 되면 제가 참 난감합니다. 대부분은 제가 다른 방으로 옮겨가죠.

MC : 져주시는군요,

김태산 :
별 재간 있나요. 이런 것을 보고 남쪽에서는 콘트롤 리모컨 싸움, 통로(채널) 싸움이라고 하는데요, 어느 집에서나 연속극 하는 시간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물론 아버지가 슬그머니 져주는 그런 풍경도 어느 집이나 비슷합니다.

다음은 ‘보도 방송’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INS- 뉴스 : KBS 9시 뉴스 시작

MC :
북한에서도 뉴스라고 합니까?

김태산 :
아닙니다. ‘보도’라고 합니다.

MC : 남쪽에선 한때 땡전 뉴스가 있었습니다. 9시 저녁 종합 뉴스가 시작되면 시보가 울리는데 그 시보에 맞춰 항상 ‘전두환 대통령은… ' 이렇게 시작한다고 해서 세태를 비꼰 말이지요.

김태산 : 그랬군요. 북한에는 급수가 있습니다. 거기에 뉴스를 타는 사람과 기관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서 급수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수령에 대한 내용이 1번. 두 번째가 조선 노동당, 이렇게 되죠.

MC :
남쪽 뉴스에서는 보도되는 사건의 중요도에 따라 순번이 정해지는데요.

김태산 : 그렇죠.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뉴스가 1번에 오지요. 그런 면에서 남쪽과 북한은 뉴스라는 그 뜻은 같지만, 내용은 완전히 다릅니다. 북한은 국가와 수령에 대한 선전, 경제 건설이나 그런 부분의 성과만 보도할 뿐이고 남쪽 같은 경우, 심지어는 오늘 아침 뉴스에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조사받는 일도 보도하죠. 북한에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북한 사회주의 위상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모두 숨기지만, 이 남쪽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새로 일어난 일은 모두 다 보도하니까 어떤 면에서는 알아서 좋기도 하지만 숨겼으면 좋겠다 하는 일도 모두 보도를 하고 그럽니다.

MC :
북한 뉴스에서는 비판은 찾아볼 수 없겠어요.

김태산 :
없습니다. 원래 그런 것이 좀 보도되고 사람들에게 각성도 되고 좋겠는데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오직 성과와 전진만 있다는 이것만 보도하죠. 사실 뉴스가 아니라 사실상 정치적 선전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실들은 인민들도 잘 알고 있어서, 뉴스를 그렇게 기다려 보지 않습니다. 그날 일어난 국내외 주요 사건 사고를 전해주는 뉴스는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통로’의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더욱 객관적이고 공정한 뉴스 보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INS- 예능 방송 : ‘개그 콘서트’ 중

다음은 예능 방송. 만담이나 재담같이 사람을 웃기고 재미를 목적으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들이 이 범주에 들어갑니다.

MC :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예능 프로그램인데요, 대표적인 예가 개그맨이나 코미디언들이 나와서 사람들을 웃기는 그런 프로그램인데요.

김태산 :
북쪽에는 이런 방송이 없습니다. 텔레비전이 없을 때는 만담, 재담 같은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 후에 텔레비전이 생기면서 이런 프로그램이 방송에 나오지 않으면서 그렇게 사라지게 됐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정치 선전만 하고 약점을 숨기고 우월성을 주장하는 방송을 할 뿐이지, 인민을 웃기는 방송은 없습니다. 그뿐 아니라 사회의 여러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시사 프로그램, 정보를 주고 시청자들을 교양하는 목적으로 제작되는 교양 프로그램이 있고, 여러 범주에서 매일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또 사라지고 있습니다.

MC : 김 선생님 오늘 저희가 남쪽의 여러 가지 방송 내용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김 선생은 나중에 가능하면 이 방송은 꼭 우리 고향에 소개해 주고 싶다고 하는 프로그램이 있으신가요?

김태산 :  네, 저는 ‘웃찾사’나 ‘개그 콘서트’ 같이 개그맨들이 나와 웃겨주는 방송을 꼭 소개해 주고 싶어요. 크게 웃고 살면 얼마나 좋습니다.

MC : 저도 하나 있습니다. 남쪽의 장수 프로그램 중에 ‘전국노래자랑’이 있는데요, 전국 도시를 돌며 노래자랑을 하는 방송이에요. 거기 보면 객석에서 무대로 막 올라와서 춤도 추고 아주 신나는데, 이 프로그램은 북한 주민 여러분도 아주 좋아하실 거예요.

김태산 :  저도 즐겨보는 방송입니다. 북쪽에서도 노래자랑이 있긴 하지만 여기처럼 흥이 겨우면 일어나서 춤도 추고 이럴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지요.

MC : 이것이 평양에서 열리면 저랑 함께 나가보시면 어떨까요?

김태산 : 까짓것 나가 봅시다. 뭐, 꼴등 한다고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요.

MC : 그날을 기약하면서 오늘 시간은 여기서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이현주, 김태산이었습니다.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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