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살뜰 남한살이] 철조망이 갈라도 살아가는 모습은 “역시 한 민족"

지난해 시작된 개성 관광은 매달 만명 가량의 남쪽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서울-이현주 xallsl@rfa.org
2008.05.21
그런데 정작, 개성을 다녀온 관광객들은 만나보면 인상 깊었던 곳이 선죽교나 박연 폭포는 아니더군요..

이런 관광지보단 통일 거리의 이발소, 닭곰탕 집 간판에 더 눈길이 갔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집안 풍경이나..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주민들이 더 기억이 남는다고 하던데요..

아마 북쪽 주민들도 남쪽에 오면, 똑같을 것 같습니다. 서로 알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은 다 이런 사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데요..

오늘은 남쪽의 평범한 주민들의 사는 모습을 같이 들여다보겠습니다.

탈북자 김춘애씨, 이현주 기자입니다.

(마을버스 내리는 소리)

찾는데 어렵지 않으셨어요?

아니요 잘 찾아왔어요..

오늘 나와 있는 곳은 서울 마포구 아현동입니다. 38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포구는 한강변, 서울 중서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청취자 분들도 아마 몇 번은 들어보셨을 듯한데요, 잘 살지도 너무 못 살지도 않는 평범한 남쪽 동네입니다.

김 선생님, 북한에서 마포구 아현동 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아니 북한에서 알았던 것 명동 밖에 없어요.. 영화 같은 데서 깡패가 많다고 나와서,,

아마 이렇게 알고 계신 명동을 직접 와보시면 깜짝 놀라실 것 같은데요..북쪽엔 서울, 대전, 부산 등지와 서울의 명동이나 의정부 정도가 알려져 있듯이.. 남쪽 사람들에겐 북쪽의 평양, 개성, 신의주, 남포가 알려져 있고, 청진이나 무산, 또 몇 년 전의 폭파 사건으로 인해 용천의 이름도 익숙합니다.

북한은 행정 구역 체제가 어떻게 되요?

평양은 서울처럼 특별시에요. 그리고 여기 구처럼 거기는 구역, 선교 구역? 이런 식으로.. 아파트 같은 경우에는 몇 층 몇 호..이런 식으로 비슷해요..

남쪽의 행정 단위는 시도, 구, 동, 읍면리로 이뤄집니다. 서울은 특별시로 지정 돼있고 인구 100만이 넘는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6개 도시는 광역시로 지정돼 있습니다. 광역시는 북쪽으로 치면 직할시 정도입니다. 서울은 25구, 472개의 동으로 이뤄져 있고 각 개인집의 주소는 동 이름 뒤의 번지와 통반으로 나눕니다. 행정 구역의 기준은 인구수, 작은 행정 단위 읍면리는 지방에서 주로 사용됩니다.

여긴 이렇게 작은 집이에요..이쪽으로 내려가면 집들이 커져요.. 같은 골목이지만 이런 집은 지은 지 20년.. 이렇게 모양을 보면 언제 지었는지 대강 알 수 있어요..

여긴 이렇게 울타리를 잘 치잖아요, 철문도 해놓고 북한에서 살 때는 이 울타리 치는 집이 그렇게 부러웠어. 내가 처음 와서 대성 공사에서 조사를 받는데 이렇게 내다보면 밖에가 보였는데 집에 대문을 딱 열고 차가 들어가고 그러는데 북한에선 정말 영화에선 봤는데..너무 멋있어 보이는 거야..

일단 거리를 나섰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하러 나간, 대낮의 주택가는 한산합니다. 단층집부터 2-3층을 올린 다세대 주택까지 이집 저집 모두 지어진 시기에 따라 모양이 제각각입니다. 북쪽과 마찬가지로 서울에도 기와집 찾아보기는 하늘에 별 따기인데요, 대부분 철근과 시멘트를 이용하거나 벽돌로 지어진 집이 대부분입니다.

이거 아세요? 이 집 밖에 빨간색 관하고 연결된 계량기가 있자나요.. 이게 도시 가스인데요 이걸 세어보면 이 집에 몇 세대나 사는 줄 알 수 있어요..

난방은 서울 안에 90%이상 보급돼 있는 도시 가스를 이용하지만, 집 사정에 따라 연탄이나 LPG로 불리는 프로판 가스, 또 기름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밥해 먹는 데는 도시 가스나 전기를 이용하고, 상수도 보급률은 86%로 동네 공동 우물이나 지하수 등은 이제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여기는 이런 골목까지 다 포장을 했잖아요. 근데 북한은 이런 도로까지는 포장을 못해요. 일선도로만 하고 비 오면 흙탕물이고 그래요..

아 싸움 났네요.

잠시 시끄러운 길을 지났는데요.. 좁은 골목에서 주차 때문에 작은 싸움이 났습니다. 집은 없어도 자동차는 있는 요즘, 이런 주택가 골목에선 그야말로 주차 전쟁입니다.. 이렇게 차 대는 자리싸움이 이웃 간에 단골 다툼 꺼리가 되고요. 경찰도 출동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일하러 나간 낮 시간이지만 골목에는 아직도 주차된 자동차가 많이 눈에 뜁니다. 요즘 기름 값이 많이 올라서 출퇴근엔 지하철,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필요할 때만 자동차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요.. 그러게 참 많네..

지금 저희를 스쳐간 이 소리를 서울의 주택가에선 익숙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마늘이나 고구마, 감자부터 배추 등 여러 가지 남새를 트럭에 실코 동네를 옮겨 다니며 파는 장사입니다. 도매시장에 물건을 떼어오는 사람부터 직접 차를 몰고 나선 농사꾼까지.. 이 트럭은 어머니들의 발품을 줄여줍니다.

아 북한엔 이런 거 없어요. 간혹 개인이 배낭에 이런 농사지은 것을 매고 들어와서 몰래 조용하게 사라고 하지만 걸리면 안 되니까 저렇게 떠들지 못하고 조용히 말하죠..

또 이런 주택가 하면 빠뜨릴 수 없는 것이 구멍가게입니다. 구멍만하게 작다해서 구멍가게라고 하는데요.. 동네 어귀 어귀마다 작게 자리해서 과자부터 사탕, 여러가지 생활 용품을 파는 곳입니다.

북한에도 있죠. 한개 동에 식료 상점 하나 , 남새 상점 하나, 수산물 상점 하나, 배급소 이렇게 규정돼 있어요. 근데 여기는 뭐 개인들이 여는 거니까 여기저기 많잖아..

거의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고 올라선 곳은 언덕 꼭대깁니다. 전망은 좋지만 이런 꼭대기 동네는 ‘산동네’로 불리면서 작은 집들이 모여 있습니다.

한국은요 이렇게 높은데 달동네라고 해요. 올라오기 힘들잖아요. 올라 갈수록 집이 허름해지고 그런데요..북쪽은 어때요?

북쪽은 뭐 같아요. 지금은 미공급이 들어가면서 부터는 내가 직업이 좋다던가 권한이 있다던가 하면 편하고 하죠..

서울 시민은 하루, 매일 154,000배럴(십오만사천)의 석유를 소비합니다. 114,587 메가와트의 전력을 사용하고 일인당 하루 324 리터의 물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또 하루 254명의 아기가 새로 태어나고 104명의 사람이 죽습니다. 203쌍이 남녀가 결혼하고 67명이 갈라섭니다. 132 대의 자동차가 매일 늘어나고 교통사고 105건이...교통사고로 매일 1~2명의 사람이 사망하는 것이 오늘의 서울입니다.

이제 정말 한 바퀴 쭉 다 돌아봤는데요..다 보시니 어떠세요?

고향 생각나네요. 이맘때는 안은 춥고 밖은 더워요. 그럼 밖에 나와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보고 평가도 하고 옛 얘기도 하고 그랬는데..

저희는 창문에 빨래는 얌전히 걸어놓은 여러 집들을 지나치고 아이 업은 할머니를 지나고, 마을 어귀에서 담소하는 노인들을 지나쳤습니다.

이런 남쪽의 사는 모습은 김 선생이 고향 생각을 할 수 있을 만큼, 북쪽과 비슷합니다. 사실,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것 보다 이런 삶의 모습은 훨씬 더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한쪽은 먹는 문제가 걱정이고 한쪽은 버리는 것이 너무 많아 걱정이지만, 한쪽은 자본주의에 다른 쪽은 사회주의, 또 한쪽이 반동과 책략을 일삼는 다고 비난하지만 속에는 이렇게 비슷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 아현동에서 이현주, 김춘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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