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 29년 만의 평양 원정서 ‘무승부’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1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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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북한과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경기에서 황희찬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북한과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경기에서 황희찬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평양에서 무관중 경기로 진행된 한국과 북한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이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경기를 위해 평양을 찾은 한국 축구 대표팀.

15일 오후 5시 반부터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북한과 0대0으로 비겼습니다.

지난 1990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통일 축구경기 이후 29년 만의 평양 원정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것입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이날 경기는 수만 명의 북한 응원단이 들어올 것이라던 예상과는 달리 남북 양측 응원단은 물론 외신 기자도 없는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습니다.

경기 시작 30분을 앞두고도 “경기장에 아무도 없다”는 소식이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결국 평양 원정에 나선 한국 축구 대표팀이 북한과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한국 응원단 방북을 불허한 북한이 일방적인 홈경기의 이점을 누린다는 비판을 차단하고자 주민의 관람까지 막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이번 남북 간 월드컵 예선전은 북한 측의 불허로 생중계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상민 한국 통일부 대변인(지난 14일): 한국 통일부도 대한축구협회와 함께 다각도로 응원단·취재단 파견, 중계와 관련한 북한 측의 의사를 타진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북한 측에서 이 부분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한국 측도 안타깝고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경기에서는 시간차를 두고 전자우편을 통해 문자로 경기 소식이 전달됐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경기장 현장에 있는 AFC, 즉 아시아축구연맹 경기감독관의 휴대전화 연락을 통해 경기장 상황을 어렵게 전달받아 전자우편으로 한국 측에 다시 보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에 따르면 김일성경기장 안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실시간 메신저가 잘 작동하지 않아 서울과 평양 간에 전자우편을 통한 연락이 이뤄졌습니다.

경기에 이겨 승점 3점을 획득하겠다는 파울루 벤투 한국 대표팀 감독의 14일 기자회견 내용도 전자우편 이용이 원활치 않아 하루 늦은 15일에야 한국 측에 전달됐습니다.

북한 측에서 발신해 제삼국을 통해야만 하는 현지 국제전화보다는 인터넷을 통한 연락이 상대적으로 수월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북한 측이 경기 영상을 DVD 형태로 한국 측에 제공하겠다고 밝혀 사후 녹화 중계는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기 영상 DVD를 한국 측 대표단이 출발하기 전에 주겠다는 약속을 북한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경기 영상이 담긴 DVD는 중국 베이징을 거쳐 17일 새벽 0시 45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한국 대표팀 편으로 한국의 3개 지상파 방송사들에 전달될 예정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영상이 곧바로 방송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시차가 있더라도 한국 국민들이 영상을 직접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잔니 인판티노 피파(FIFA), 즉 국제축구연맹 회장도 전세기로 평양을 방문해 남북 대표팀의 경기를 참관했습니다.

피파는 오는 2023년 여자 월드컵의 남북 공동 유치를 제안했지만 이에 대해 북한 측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해외 언론도 남북 간 맞대결에 주목했습니다.

영국의 BBC는 이날 남북 간 월드컵 예선전을 가리켜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축구 맞수대결’이라고 표현했습니다.

BBC는 “남북한이 대결하는 것은 드문 일이고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 경기하는 일은 더욱 흔치 않다”며 “그러나 생방송도 없고 관중석에는 한국의 관중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경기가 관중 없이 진행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 북한 측의 거부로 취재진과 응원단 파견은 물론 생중계까지 무산된 사태를 가리킨 것입니다.

BBC는 그러면서 “경기 중계도 없고 북한에 있는 외국 관광객들도 이 경기를 관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0일 평양에서 개막하는 아시아주니어역도선수권대회에 참가할 한국 측 선수단의 방북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아시아역도연맹을 통해 방북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북한 측으로부터 한국 측 선수단 등에 대한 초청장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방북 인원은 선수단 등 70여 명으로 이들은 오는 18일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방북할 예정입니다.

북한은 월드컵 예선전과 달리 이 대회에는 한국 측 취재진 두 명의 방북을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뿐 아니라 중국과 필리핀, 몽골 등 각국에서 400여 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국제행사라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열세인 축구와는 달리 북한이 역도 강국으로 꼽히는 데다 국제 규모 대회의 성공적인 유치를 대내외에 적극 홍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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