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과 그림자’ 유산 남기고…

18일 서거한 한국의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으로 불리는 대북 포용정책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남북 간 화해에 큰 자취를 남겼습니다.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09.08.18
Kim Kim 305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1년 2월 14일 밤 평양 목란관 만찬에서 역사적인 남북공동선언문 서명에 앞서 맞잡은 손을 들어올려 참석자들의 박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대북 송금 논란과 북한의 잇단 핵실험으로 그 의미가 퇴색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2006년 6월15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양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한 남북정상회담에서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과 경제협력 활성화 등을 담은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우리 두 사람이 공동성명에 완전히 합의를 봤습니다. 여러분 축하해 주십시오.

분단 55년 만에 열린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6.15공동선언에 따라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장관급 회담이 이뤄졌습니다. 이후 한반도 전체를 감싼 남북 간 화해 분위기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건설로 이어지면서 남북관계는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됩니다. 햇볕정책은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계속, 발전돼 2007년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에 힘쓴 공로로 200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평화 전도사로서의 김 전 대통령의 삶을 전 세계가 인정한 셈입니다.

김 전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을 향한 확고한 신념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은 퇴임 뒤에도 계속됐습니다. 퇴임한지 9개월 만에 김대중 도서관을 설립해 “민족의 화해 협력과 세계평화를 위해 모든 헌신을 아끼지 않겠다”며 이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퇴임 이듬해에는 유럽 순방과 국제기구 방문을 통해 ‘햇볕정책의 전도사’를 자처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전 세계가 함께 힘을 모아줄 것을 역설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사실상 폐기한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을 공식 인정해야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수 있다”며 햇볕정책 계승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지금 우리 국민이 얼마나 불안하게 살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6.15와 10.4를 이 대통령은 반드시 지키십시오.


김 전 대통령은 마지막 연설인 지난 6월 11일 6.15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에서 김정일 위원장에게도 “북한이 많은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극단적인 핵개발까지 끌고 나간다는 것은 절대로 지지할 수 없다.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계속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삶 자체가 통일을 향한 긴 여정이었다고 평가받는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북한의 잇단 핵실험으로 햇볕정책 자체가 빛을 바랬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또 남북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 북한에 5억달러를 비밀리에 송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특검 수사를 거쳐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던 측근들이 사법처리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분단 뒤 한반도에 유래가 없었던 긴장 완화와 남북 간 화해, 협력을 가져온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지적입니다. 그 과오에 대한 평가에 상관없이 김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통해 물꼬를 튼 남북 간 평화와 화해, 그리고 상호 이해를 위한 긴 여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중단없이 계속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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