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북한 제2의 식량위기 조짐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2009.09.23
올해 북한의 농사가 악화된 기후조건으로 인해 목표량을 크게 밑돌 것 같습니다. 이번 여름 북한의 동해지역은 냉해가 덮쳤고 황해도 지역에는 폭우가 많이 내렸으며 평안남북도 지역은 비료부족으로 인한 병충해가 극성을 부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올 겨울과 내년 봄 식량부족 사태가 극에 달해 1996년 제1차 식량위기 때와 비슷한 제2의 식량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인간의 힘으로 극복의 한계가 있다하더라도 병충해 문제 같은 것은 평소 비료와 농약을 충분히 확보했더라면 능히 극복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더욱이 지난 10년 동안 남한으로부터 매년 평균 40만톤의 쌀과 30만톤 정도의 비료지원을 받아온 북한이 남북관계만 잘 유지해 왔어도 이런 어려움은 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1년 반 동안 온갖 비난·비방에 이어 금년 들어서서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제2차 핵실험실시 등 위협적 자세로 일관해옴으로써 남한으로부터 들어오는 식량, 비료지원을 스스로 차단시켰습니다. 심지어 남한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곡물을 보내주겠다는데도 이를 거절했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올해 북한의 식량난은 북한당국의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군대와 권력집단에 대해서만 배급제를 적용하면서 대외원조로 이것을 지탱해왔습니다. 지난 10년간 남한정부와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북한 권력집단의 배급은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들어 군대를 비롯한 권력집단의 배급이 축소 또는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핵심계층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농민들은 개인 텃밭에 매달려 먹을 것을 마련하고 주민들은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에서 장사를 해 근근히 생계를 유지해 온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식량위기가 다시 닥쳐온다 하더라도 주민들은 시장을 통한 강인한 생명력으로 곤경을 견디어 내겠지만 권력층 특히 군대는 그렇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초 황해도에서는 긴 쇠창을 든 군인들이 농민들이 땅에 묻어놓은 식량을 찾기 위해 땅을 쑤시고 다니는 해괴한 장면들이 목격됐다고 합니다. 북한은 금년 들어 남한과 미국을 위협하기위해 모두 18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여기에 3억 4,000만 달러가 소비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지난 5월, 2차 핵실험에 4억 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볼 때, 북한은 최근 3개월 동안 무력시위에 총 7억 달러를 소모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금액은 국제시장에서 쌀뀠 5월만 톤을 구입할 수 있는 자금으로 북한 식량난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분량입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주민의 민생문제는 외면하고 무력시위에 이 아까운 돈을 날려버린 것입니다. 따라서 억 달러를 투입한 막기 위해서는 북한당국이 주민을 위한 정신을 갖고 핵문제해결을 통한 대외관계개선을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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