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운영방송국 옛 사무실 앞에 협박물


2006.06.12

남한내 일부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인 자유북한방송 이 한때 사용하던 사무실 앞에서 12일 협박 유인물과 흉기가 꽂힌 인형이 발견됐습니다. 이와 관련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특히 지난해 말 단파방송을 시작한 이래 협박의 수위가 높아져 가고 있다면서, 이에 굴하지 않고 더욱더 대북방송에 매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제의 협박물은 서울시 양천구에 위치한 자유북한방송 옛 사무실 빌딩의 주인 딸 내외가 처음으로 발견했습니다. 12일 새벽 3시 쯤 귀가를 하던 이들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흰 플라스틱 통과 그 위에 놓인 유인물 두 장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흰 플라스틱 통 안에 들어있는 인형의 윤곽을 보고 크게 놀란 두 사람은 곧바로 양천 경찰서에 신고했습니다.

경찰관계자에 따르면, 사람 모형의 인형에는 과일 깎는 칼이 꽂혀 있었고, 칼이 꽂힌 자리에는 붉은 색 액체로 핏자국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통 위에 놓인 유인물에는, 자유북한방송 명예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삼 전 남한 대통령과 방송국에 대한 협박과 비방을 담은 내용의 글이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자유북한방송 명예위원장, 북한민주화동맹 명예위원장 등으로 위촉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올 1월 자유북한방송을 통해 북한 동포들에게 보내는 새해메시지에서 김정일 정권을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현재 양천 경찰서와 기무사, 국정원 등과 합동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수사 진행과정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경찰 측은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아무런 얘기를 해줄 수 없는 입장이라며,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성민: 피 발린 인형이라니 솔직히 살이 떨립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그냥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지나가던 사람이 그냥 던져 놓은 것도 아니고. 궁극적으로는 자유북한방송을 싫어하는 김정일 내지는 북한 노동당이라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마음을 더 굳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탈북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자유북한방송은 지난 2004년 4월 인터넷 방송으로 개국하면서부터 방송에 반대하는 세력들로부터 위협을 받아왔습니다. 김성민 대표는 특히, 지난해 말 대북 단파 방송을 시작하면서 그 위협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설명했습니다.

김성민: 저희가 단파라디오 시작했을 때 몇 차례의 노동당 대변인 담화. 우리민족끼리 성명 등이 계속 나왔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북측에서 메시지나 이메일의 차원을 넘어서 좀 크게 접어드는 구나 생각을 했구요.

단파방송을 새로 시작한(새 주파수로) 4월에 미국에 갔다 서울에 돌아오니까 제 전화와 사무실 전화로 녹음된 협박 전화가 왔었습니다. ‘뭐 이전에도 있었던 거’ 하고 생각했는데. 사실 저희는 항상 그런 위험에 노출돼 있죠. 그래도 저희끼리만 속상해 하고 끝났는데, 그러나 이제는 저희도 대응을 해야 되지 않겠나. 대응한다는 것이 방송의 수위를 더 높이는 거겠죠.

한편 북한은 관영 매체 등을 통해 자유북한방송의 단파방송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방해전파를 발사했습니다. 김성민 대표에 따르면, 단파방송을 시작한지 한 달 만인 지난 1월에는, 북측에서 발사하는 방해전파 때문에 정상적인 방송 청취가 어려워졌습니다. 이에 기존의 주파수를 통한 방송을 중단하고 지난 4월 말부터는 새로운 주파수로 방송을 재개했지만, 북한은 이달 초부터 또다시 강력한 방해전파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워싱턴-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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