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외국인에 남북 육로 관광길 개방해야”

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2009.10.22
MC: 북한이 외국인 관광객들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는 남북 간 연결된 육로 관광길을 외국인에게도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미국에서 북한 관광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일리노이 주에 위치한 ‘아시아 태평양 여행사’의 월터 키츠(Walter Keats) 대표는 남한과 북한을 동시에 관광하길 원하는 외국인들의 요구가 높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14년 동안 북한 관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키츠 대표와 북한의 관광 사업과 관련해 자세한 얘기를 들어봅니다.

대담에 이수경 기잡니다.

질문: 처음 북한 관광 사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답: 제가 대표로 있는 ‘아시아 태평양 여행사’(Asia Pacific Travel)는 1978년 미국인 관광단을 중국으로 처음으로 보낸 여행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중국 관광을 시작으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국가로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일에 집중해 왔습니다. 북한은 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미국인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가지 못하는 폐쇄된 국가입니다. 북한이 1995년 처음으로 미국인들의 입국을 법적으로 허가했을 때 저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그해 4월 저는 미국인 관광객 몇 명을 데리고 북한 땅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질문: 그 후 미국인들의 북한 관광이 계속 유지됐나요?

답: 아닙니다. 공교롭게도 1995년 처음 북한 관광을 시작한 직후 북한에 기아가 발생했습니다. 1990년대 말까지 지속된 기아로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 일로 북한 당국은 다시 미국인들의 관광을 중단했습니다. 북한이 2002년 다시 미국인 관광객들을 받아들일 때까지 약 7년이 걸렸습니다. 2002년 당시 한국과 일본에서는 월드컵 경기가 열리고 있었고 그와 맞물려 북한은 아리랑 공연을 홍보하며 외국인 관광객의 유치에 나섰습니다. 그 때 싱가포르와 방콕 등에서 열린 국제 관광 박람회에서 만난 북한 당국자와 지금도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2년 이후에도 미국인들의 북한 관광이 안정적으로 지속됐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북한은 대부분의 행사나 일정을 갑작스럽게 통보하는 식이었기 때문에 관광객 모집이 힘들었습니다. 북한 관광이 본격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입니다. 북한은 2006년부터 일년에 봄 가을 두번 아리랑 공연을 열고 이 기간 미국인들의 입국을 정기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불행히도 그해 여름 북한에 큰 홍수가 일어나면서 또다시 관광이 일시 중단되긴 했지만 그때부터 미국인들의 북한 관광은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질문: 얘기를 들어보니 북한 당국과 관광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까지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어려움을 겪으셨는데요. 지난 14년 간 북한과 관광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답: 북한과 하는 관광 사업은 예상하기 힘들고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어렵습니다. 날씨나 천재지변으로 갑자기 관광이 중단될 때가 가장 곤란했습니다. 물론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솔직히 홍수때문에 여름에 아리랑 공연을 열기 어려우면 좀 일정을 연기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러나 아리랑 공연은 북한의 기념일을 맞춰서 열리는 것이기 때문에 8월과 9월에 진행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또 정치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갑자기 북한에서 핵실험을 한다거나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면 관광객들은 안전을 우선 걱정합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여전히 아리랑 공연 기간에만 미국인 관광객들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럽인이나 중국인처럼 미국인들도 일년 내내 언제라도 북한을 관광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질문: 북한 당국에 관광할 수 있는 기간의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해 보셨나요?

답: 물론입니다. 그런 요청을 하면 북한의 관광 사업을 담당하는 관계자들은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인의 입국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은 북한의 매우 높은 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입니다.

질문: 관광 전문가로서 북한에 대한 첫 느낌은?

답: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1975년 중국을 처음 방문했는데 그때 중국에서 받은 느낌은 모든 것이 정치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은 당시 관광객들에게도 공산주의를 교육했습니다. 북한도 중국과 비슷한 관광 문화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보다 러시아나 동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호텔이나 버스, 그리고 안내원 등의 관광 문화가 동유럽의 것과 비슷했습니다.

질문: 북한의 관광지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곳을 꼽는다면?

답: 만일 신라나 조선시대의 옛 왕궁과 같은 전통적인 명소를 구경하고 싶다면 북한보다는 남한을 가야합니다. 북한에는 한국의 전통을 상징하기보다 정치적인 색채가 짙은 관광 자원이 많습니다.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를 대변하는 건물과 장소, 그리고 묘향산과 같은 자연 경관도 훌륭합니다. 무엇보다 50년 이상 사람의 발길이 끊겼던 DMZ, 비무장지대는 앞으로 남북한의 중요한 자연 관광 자원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질문: 이번 아리랑 공연 기간 8월부터 9월까지 한달 동안 미국인 관광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하셨는데 특별히 이번 방북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무엇입니까?

답: 지난 여름 북한을 방문했을 때 2012년을 목표로 하는 구호를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150일 전투, 100일 전투 등의 포스터도 곳곳에 붙어있었습니다. 평양의 거리는 재 단장 사업이 한창이었고 모란 극장을 비롯해 북한의 대규모 공연장들이 모두 보수 공사 중이었습니다. 류경호텔의 외관 공사도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런 공사들이 모두 2012년이 목표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지방 도시를 지날 때는 그런 공사하는 모습을 전혀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평양에서만 진행되는 사업으로 보였습니다. 또 한가지 달라진 점은 평양에서 손전화 사용자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었다는 점입니다. 이번에 제가 이끌고 간 미국인 관광단을 안내한 세 명의 안내원이 모두 손전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운전 중에도 수시로 손전화를 조작했는데 문자로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질문: 미국에 사는 한인 동포들의 북한 관광은 현재 허용되고 있나요?

답: 네. 미국 시민권을 가졌다면 가능합니다. 이번에 두 명의 시민권을 가진 한인 여성이 처음으로 관광단에 포함돼 함께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북한 관광 당국 관계자가 한인 동포의 방문을 언급하며 다음부터는 더 많은 한인 동포들이 북한을 방문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내년부터는 한인 동포들의 북한 관광 유치에 더 노력할 계획입니다.

질문: 북한이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의 유치를 위해 변화를 보이는 조짐은 있습니까?

답: 큰 변화는 없습니다. 북한이 외화 벌이 차원에서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많은 외국인들이 북한의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아직도 외국인의 입국을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하나의 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나 돈을 벌기 위해 관광 사업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정치적 목적에 의해서 결정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예전에 비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나 봉사가 나아진 면은 있지만 많은 제한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북한 시민들과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으며 평양 엘리트층에 속하는 안내원들과 하루 종일 함께 다녀야 합니다. 북한은 특히 언론인 신분을 가진 관광객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앞으로 북한관광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답변: 북한 관광길에 나서는 미국인들은 대부분 북한뿐 아니라 남한도 함께 방문하고 싶어합니다. 또 남한을 방문해 본 미국인들은 북한을 꼭 가보고 싶어하구요. 따라서 서울에서 판문점을 거쳐 DMZ를 가로질러 개성에서 평양으로 연결되는 육로 관광길이 개발된다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재로서는 서울에서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들어가는 관광길만이 가능합니다. 결국 중국만 큰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에서 금강산과 개성관광을 연결하는 육로길이 남한 사람들에게 개방된 것처럼 언젠가 남북간의 긴장이 완화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하면 미국인 관광객에게도 DMZ 육로길이 개방되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MC: 지금까지 미국에서 북한 관광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일리노이 주에 위치한 ‘아시아 태평양 여행사’의 월터 키츠(Walter Keats) 대표와 함께 북한의 관광 사업에 대해 얘기 나눠봤습니다. 대담에 RFA 이수경기자였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