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보안부 교통단속에 주민 불만 고조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5.02.20

앵커: 북한 인민보안부가 교통포고문을 발표하고 차량 단속을 무차별적으로 실시하자, 주민들 속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기차를 타지 못하고 ‘벌이차’를 타고 여행하던 주민들은 차가 없어 노상에서 발을 동동 그르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차량단속을 강화하라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가 결국 주민들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지난 2월 4일 ‘교통질서와 해양출입질서를 위반한 자들을 엄벌에 처한다’는 포고가 내려온 다음, 인민보안부가 차량 단속에 대대적으로 나섰다”면서 “조금만 잘못해도 가차 없이 차를 회수해 운전자는 물론 여행하던 주민들도 불만을 터놓고 있다”고 2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보안원(경찰)들이 포고문이 나오자, ‘물을 만난 고기마냥’ 완장을 차고 차를 단속하기 위해 도로에 한 벌 깔렸다”면서 “앞차간 안전거리를 위반했다고 차를 회수하는가 하면, 심지어 좌회전을 할 때 방향등을 깜박거리지 않았다고 회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에선 교통경찰이 이런 교통위반에 대해 벌금이나 부과하는 경미한 사안이지만, 북한 보안원들은 다짜고짜 차를 회수하고 있다는 겁니다.

신의주시의 보안원들은 낮에 전조등을 켜지 않고 달리는 차를 봐도 단속하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배터리가 소모된다고 호소하고 있고, 적재함에 탔던 주민들을 모두 하차시켜 불만이 많다고 소식통은 현지 상황을 전했습니다.

최근 극심한 전력사정 때문에 열차가 운행되지 않자, 주민들은 벌이버스나 벌이차 등을 타고 여행하는데, 보안원들이 단속한 다음 모두 하차시키자, 다른 차에 옮겨 타지 못하고 추운 겨울 노상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보안원들의 이러한 무차별적인 단속에 대해 주민들은 비난과 욕설을 퍼붓고 있지만, 사실은 이 포고를 최종적으로 승인한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최근 국경지방을 방문한 평양의 한 주민 소식통도 “현재 평양시 보안서 보안원들과 차량 관리국 검열원들은 시내에서 단속된 차량을 특정장소에 모아놓고 있다”며 “무장한 평양시 보안서 기동순찰대원들이 단속된 차량을 지키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또 “지방 도시에도 인민보안서 앞마당에는 단속된 차량들로 꽉 차있다”며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차 구류장이라고 말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인민보안부가 이처럼 무차별 단속을 강화한 배경에 대해 이 주민은 “그동안 보안부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가 위에서(김정은) 방침 하나 받아가지고 과도하게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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